충남 당진 면천면 대한솔루션 당진공장. 이 곳에 세 명의 금속노조 조합원이 있다.

2월10일 퇴근한 오복환 충남지부 대한솔루션지회장을 공장 안 지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60명의 현장 노동자 중 세 명 있는 지회 조합원. 회사는 이들에게 노조 사무실을 내주기 못마땅해 사무실 위치를 이리저리 옮기다가 회사 교육실 한켠에 책장을 세우고 노조 사무실이라고 공간을 내줬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임단협 교섭이 진행 중이다. 교섭 상황을 묻자 오 지회장은 “조합원이 세 명이라고 무시하고 시간만 끌고 있다”고 대답한다.

오복환 지회장이 입고 있는 노조 조끼가 보기 싫다 벗으라고 닥달하는 회사, 세 명의 조합원이 보기 싫어 어떻게든 노조 깃발을 내리려고 혈안인 회사. 하지만 오 지회장과 조합원들은 이런 회사에 맞서 당당히 금속노조 깃발을 지키고 있다.

세 명의 금속노조 조합원

2003년 대한솔루션 당진공장에 처음 노동조합이 생겼다. 지금까지 노조를 없애려는 회사와 지키려는 노동자들의 싸움은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 공장 반장들이 주도해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에 가입했다. 금속노조로 전환하기 쉽지 않았다. 90여 명의 조합원은 금속노조 전환 투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당시 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요구에도 1년 넘게 투표를 진행하지 않았다. 오복환 지회장은 금속노조가 싫은 회사가 위원장을 회유해서 벌어진 일이라 설명했다.

▲ 2월10일 대한솔루션 당진공장에서 만난 오복환 충남지부 대한솔루션지회장이 "지회 조합원이 두 자리 수로 늘어나고 다른 조합원이 지회장 맡는 날을 꿈꾼다. 지회가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 보면서 행복하게 정년을 맞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당진=강정주

금속노조에 가입한 뒤 2006년 지회는 큰 싸움을 겪었다. 회사는 지회의 임단협 교섭 요구를 거부했다. 교섭이 장기화했고 당진공장에서 천막 농성 등을 벌이던 조합원들은 인천 본사로 갔다. 오 지회장은 “조합원이 23명이었다. 본사 앞에 천막을 치고 한 달 꼬박 집에 가지 않고 농성을 하면서 싸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투쟁 끝에 지회는 회사와 합의했다. 합의서에 도장을 찍고도 회사는 노조파괴 공작을 멈추지 않았다. 회사는 파업을 끝내고 현장에 복귀한 조합원들을 자신이 원래 일하던 곳이 아닌 다른 라인으로 전환배치했다. 잔업도 시키지 않았다. 허리가 아프니 공정을 바꿔 달라는 조합원의 요구도 묵살했다. 회사는 오복환 지회장에게 당시 두 달 보름 동안 공장 청소를 시켰다.

오복환 지회장은 “사람을 너무 힘들게 하니 조합원들이 견디지 못했다.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 노조를 그만두고 비조합원으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23명이던 조합원은 11명, 6명으로 점점 줄었다.

회사는 노조를 괴롭히는데 비조합원들을 대거 동원했다. 비조합원들은 지회가 천막농성을 하면 칼로 천막을 찢었다. 음향 시설을 설치해 출근 투쟁을 하면 마이크 선을 잘랐다. 오 지회장은 “회사는 비조합원과 조합원을 적대 관계로 만들었다. 현장 갈등을 만들고 자신들은 뒷짐 지고 지켜봤다”며 “당시 회사의 노조파괴 공작으로 지금도 노조에 이유없는 적대심을 가진 노동자들이 있다”고 설명한다.

“좋은 회사 소개할테니 노조 포기해라”

오복환 지회장은 2007년 지회장이 회사를 갑자기 그만두면서 지회장을 맡았다. 지회장에 대한 회유, 탄압은 끝이 없었다. 오 지회장은 “관리자들은 지금도 나를 붙들고 좋은 회사 소개할테니 나가라고 한다. 노조에 처음 가입했던 순간부터 내 대답은 똑같다. 회사를 내 발로 나가는 일도, 금속노조를 탈퇴하는 일도 절대 없다고 말한다”고 얘기한다.

회사는 오 지회장을 해고했었다. 2009년 초 회사는 순환휴직을 진행했다. 물론 지회와 합의하지 않았다. 당시 조합원 여섯 명은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는 3월1일 오 지회장을 포함한 조합원 세 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회사는 복직투쟁 하는 조합원들에게 ‘우리 공장 사람이 아니다’라며 출입을 막았다. 몇 달을 싸웠다. 그해 7월 조합원 세 명 모두 복직했다.

회사는 공장에서 오복환 지회장을 일순위로 내보내려 한다. 회사는 오 지회장을 혼자 일하는 라인에 배치했다. 회사는 월요일마다 오 지회장이 지부 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나간다는 핑계를 대지만 실상은 오 지회장을 다른 노동자들과 분리하기 위한 조치다. 오 지회장은 “몇 년 동안 식당에 가도 같이 밥 먹으려고 하는 동료들이 없었다. 지금도 라인에 혼자 있다보니 회식이 없다”고 실상을 설명했다.

금속노조 조합원이기를 포기하면 당장 해결될 일이었다. 오 지회장은 한번도 노조를 그만둬야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옳다고 생각하니까 당연히 그만둘 수 없다. 최소한 회사가 많이 벌면 그만큼 노동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어떻게든 안주려고 하고 부당한 대우를 하니까 모른척 할 수 없다”는 것이 오 지회장의 대답이다.

▲ 대한솔루션지회 사무실 책상에 지난해 12월10일 노조 충남지부 대의원대회에서 받은 '투쟁격려상' 상패가 놓여있다. 당진=강정주

오 지회장은 정년까지 6년 남았다. 정년까지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 지회장 그만두기. “지회 조합원이 두자리 수로 늘어나고 다른 조합원이 지회장을 맡으면 좋겠다. 지회가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 보면서 걱정하지 않고 즐겁게 조합원 자격으로 정년 맞기가 내 소원이다.” 스물 세 명이 인천 본사에서 투쟁을 하던 그 때처럼 회사에 맞서 싸우고 조합원들과 일상사업을 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축복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노조 탈퇴할 생각 한 번도 한 적 없다”

오복환 지회장은 회사의 탄압 때문에 힘들지 않다. 뒤틀린 현실을 알면서 포기하는 노동자들 보기가 가장 힘들다. 지난해 회사는 통상임금 등 취업규칙을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불이익 변경했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았다. 오 지회장은 “회사가 30분 동안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하더라. 많은 내용을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해하냐고 항의했지만 회사는 할 일을 다했다고 무시했다”고 회사의 행태를 지적했다.

당시 오복환 지회장이 노동자들에게 왜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면 안 되는지, 항목을 하나하나 계산해서 우리에게 어떤 불이익이 돌아올지 얘기했지만 동의하는 이들이 없었다. 오 지회장은 “최근 비조합원들이 당시 내 말이 맞았다고 한다. 회사의 부당행위를 알아도 나설 용기를 내지 못하고 결국 수그러든다”며 “잘못된 현실을 알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회의 힘이 없는 현실이 속상하고 힘들다”고 토로한다.

오복환 지회장은 노조와 지부에게 “찾아와 달라”고 당부한다. 오 지회장은 “몇 년 동안 노조와 지부가 충남 지역 현장순회를 할 때 대한솔루션은 찾아오지 않았다”며 “큰 사업장만 돌아보지 말고 대한솔루션지회처럼 작고 어려운 사업장을 잊지말고 찾아와 달라”고 강조한다.

회사는 금속노조 지회 깃발을 내리기 위해 갖은 시도를 하고 있다. 관리자들이 ‘세 명 뿐이니 금속노조가 오지도 않네’라고 비아냥 거린다고 한다. 오복환 지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노조  지회깃발을 부여잡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노조의 작은 관심과 방문이 큰 힘이라고 말한다.

“나는 소나무처럼 항상 이 자리에 있다.” 오복환 지회장은 자신에게 등 돌렸던 비조합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회를 탈퇴한 조합원들에게도 같은 마음이다. 지금은 비록 조합원이 세 명이지만 금속노조 깃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오복환 충남지부 대한솔루션지회장. 오 지회장은 오늘도 지회 조합원을 두 자리 숫자로 조직하는 날까지 단단히 버티겠다고 다짐하고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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