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년이다. 대전 본사에 항의 집회를 온 경주지부 파나진지회 조합원들을 만난 1월29일은 2년 전 회사가 일방적으로 공장 폐업을 통보한 날이다. 이날 이후 파나진지회 조합원들은 매주 대전 본사에 가 고용 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나는 철강 사업 모른다. 경영도 모른다.” 파나진 사장은 무책임하게 이 말을 남기고 20년 넘게 파나진 노동자들이 일했던 경북 영천공장을 폐업했다. 회사는 대전의 바이오사업부만 운영하고 있다. 김동만 대의원은 “대전 본사 1년 매출은 영천 공장 한 달 매출도 안 된다.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폐업이었다”며 “바이오사업부도 지난해 연말부터 정리해고를 한다는 소문이 있다. 노동자의 삶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회사를 규탄했다.

자금력 핑계 대던 사장은 폐업 이후 재판에서 ‘노조 때문에 문 닫았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배상규 지회장은 “직원을 소중히 여기는 기업이라고 말한다. 그런 회사가 집단해고를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지회를 설립하고 교섭을 하던 2012년 6월부터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꾸준히 폐업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 1월29일 경주지부 파나진지회 조합원들이 대전 파나진 본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하고 있다. 2013년 1월29일 회사가 영천공장을 폐업한 이후 8명의 조합원이 남아 폐업 철회, 고용 승계 투쟁을 벌이고 있다. 대전 =강정주

2012년 9월 지회는 두 달 동안 진행하던 파업을 풀고 현장에 복귀했다. 현장에 자재도 있었고 납품해야 할 물량도 있었지만 회사는 이들에게 일을 주지 않았다. 회사는 폐업 수순을 밟았다.

영천 공장 폐업 2년

김동만 대의원은 1990년 파나진에 입사했다. 25년 세월을 파나진 노동자로 살았다. “지회장과 나는 영천공장 처음 지을 때부터 있었다. 공장 짓던 당시에 얼마나 추웠던지. 공단에 공장도 몇 곳 없을 때였다”고 김동만 대의원은 처음 입사하던 당시를 떠올렸다. 쉴 새 없이 기계를 돌렸다. 물건이 없어서 못 팔정도로 바빴다. 김동만 대의원은 정말 즐겁게 일했다고 회상했다.

“중국 공장에도 5년 정도 가서 일했다. 힘들게 일하고 한국 돌아오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공장 문을 닫겠다고 하더라. 공장 조금씩 성장하는 것 보면서 힘든 객지 생활도 견뎠는데 하루아침에 이게 무슨 일이냐.” 김동만 대의원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김 대의원은 “평생 배우고 익힌 기술도 하나다. 할 줄 아는 일도 이것뿐이다. 반드시 다시 공장에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장 재가동을 요구하며 싸운 2년 동안 파나진지회 조합원들은 회사의 손만 들어주는 법원 판결 때문에 힘들었다. 폐업 이후부터 지회는 공장 안을 지키며 농성을 벌였다. 지난해 3월 법원은 회사가 조합원들의 공장 출입을 막아달라고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회사 승소 판결을 했다. 조합원들은 공장 10미터 안에 접근하면 1회 당 1백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8명의 조합원들은 공장에서 10미터 떨어진 곳에 컨테이너와 천막을 세우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공장 매각을 위해 실사를 온 업체 사람들, 파나진 본사 관계자들은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을 정작 조합원들만 들어가지 못한다.

25년 일한 일터에 발도 들이지 말라?

회사는 조합원들이 대전 본사 건물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김동만 대의원은 “가처분으로 우리가 투쟁할 길을 막아버렸다. 공장 문 닫아서 살길 막막한 우리에게 몇 백만원씩 벌금을 내라는데 이해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지회는 부당해고 1심 판결도 패소했다. 회사는 대전 본사 앞에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배상규 지회장은 “노동부를 찾아가도 우리 입장을 다 이해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론은 회사 손만 들어준다. 노동부고 법원이고 방법이 없다고 말하면 끝이다”라며 “우리에게는 목숨이 달린 일인데 법은 힘 있는 사람들에게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지회는 공장 매각 시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몇 차례 공장을 인수하려는 업체가 영천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는 매각 과정에 지회를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 배상규 지회장은 “회사는 영천에 내려가 있으면 노력하겠다는 말만 반복한다. 그 내용을 합의서로 작성하자고 하면 그럴 수 없다고 한다”며 “매각 업체 사람들에게 지회에 대해 ‘회사와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법적으로도 다 끝났다’고 말한다. 그런 회사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 배상규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포기하지 않고 싸우면서 바라는 목표는 원직복직 하나다. 우리는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 1%, 0.1%의 작은 희망이라도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견딜 수 있다. 그 희망만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다”고 조합원들의 심정을 말한다. 대전=강정주

지난해 지회 조합원들의 고용승계까지 약속한 업체가 공장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회사는 더 비싼 값에 팔고 싶어 했고 결국 매각이 실패했다는 것이 지회의 설명이다. 회사는 돈을 이유로 또 다시 지회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외면했다.

‘우리와 상관없다’ 외면하는 회사

투쟁이 힘들 때마다 조합원들의 마음을 다잡게 하는 것은 ‘다시 공장으로 돌아간다’는 희망이다. 배상규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포기하지 않고 싸우면서 바라는 목표는 원직복직 하나다. 우리는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 1%, 0.1%의 작은 희망이라도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견딜 수 있다. 그 희망만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다”고 조합원들의 심정을 말한다. 김동만 대의원도 “벌써 2년이다.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이제 와서 포기할 수 없다. 끝장을 볼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고 의지를 밝혔다.

지회는 8명의 투쟁에 노조와 사업장의 연대가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배상규 지회장은 “어떤 사업장도 투쟁사업장이 될 수 있다. 자본은 노동자들의 빈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며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진심으로 연대하고 같이 싸워야 한다. 한 번 물질적인 지원보다 마음을 전하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이런 마음으로 싸운다면 어떤 자본의 탄압도 이길 수 있다. 진정한 연대로 승리한다면 다른 투쟁사업장, 노조 전체의 희망이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배상규 지회장은 “노조가 규모가 작고 힘들게 싸우는 곳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배 지회장은 “알려지지 않은 곳, 인원이 적은 곳일수록 어려움이 많다. 작은 투쟁사업장이 소외당하지 않게 해야 한다”며 “지역지부가 일상 투쟁을 지원하지만 노조가 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한다.

“어렵게 싸우는 사업장 잊지 말자”

파나진지회와 같은 경주지부의 시그오토멕지회가 폐업 철회 투쟁을 시작했다. 이미 폐업에 맞서 장기간 투쟁을 벌이고 있는 콜트콜텍 노동자들도 있다. 새해 들어서부터 대규모 해고와 공장 청산을 운운하는 사업주들이 있다.

배상규 지회장은 “폐업은 노동자에게 하루아침에 사형선고를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자본의 일방적인 해고와 공장 폐업을 용인할 수 없기 때문에 파나진지회 부터 승리하는 투쟁을 벌이겠다는 각오를 밝힌다.

지회는 2월부터 대전 투쟁을 강화할 계획이다. 일주일에 나흘씩 본사 앞에 천막을 치고 고용승계를 요구한다. 대전에 있는 사장 부인이 운영하는 시선바이오 회사와 사장 집 앞 1인시위도 진행한다. “어렵지만 할 수 있는 투쟁을 다 할 겁니다. 끝까지 싸울 겁니다. 그래서 반드시 공장으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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