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탑 고공농성 돌입 15일째인 지난 26일. 드디어 씨앤엠 대표이사의 반응이 왔다. 비정규직 해고 문제에 선의든 악의든 일단 원청이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나쁘지 않다. 언론플레이라 할지라도 회사가 언론을 통해 3자 협의를 제안했다는 것은 그만큼 압박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씨앤엠은 낯선 이름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씨앤엠 서비스 지역은 수도권이다. 서울과 경기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씨앤엠은 국내 케이블방송 업계 3위이자 수도권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 씨앤엠지부 설립 이후 정규직 조합원들은 비정규직을 방패삼아 고용을 확보하는 대신 조직강화 특별팀을 구성해 공격적으로 비정규직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11월27일 김진규 정규직 지부장과 김영수 비정규직 지부장이 광화문 농성장에서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형석

씨앤엠은 2008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맥쿼리 손으로 넘어갔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사위인 MBK파트너스 마이클 병주 김 회장은 이른바 ‘검은머리 미국인’이다. 씨앤엠 최대주주가 된 MBK파트너스는 단기시세차익을 노리는 전형적인 먹튀 투기자본 행태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 이익이 유일한 목적인 이들은 매각차익을 어떻게든 늘리기 위해 구조조정을 벌이며 노동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하청업체 비정규직 신세가 됐다. 견디다 못한 정규직 노동자들은 2010년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직가입 노조인 희망연대노조에 가입했다. 씨앤엠지부(지부장 김진규) 설립 이후 이들은 비정규직을 방패삼아 고용을 확보하는 대신 조직강화 특별팀을 구성해 공격적으로 비정규직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결국 씨앤엠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2013년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지부장 김영수, 아래 비정규직지부)를 설립했다.

▲ 씨앤엠 비정규직지부 강성덕(왼쪽), 임정균 두 조합원은 11월12일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 광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11월27일 광고탑 농성 조합원이 함께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형석

11월27일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 농성장에서 만난 김진규 씨앤엠지부장은 “우리 두 지부는 정서적으로도 동일하다. 비정규직 조합원도 원래 정규직이였던 동지들이 많다”며 “우리 조합원들은 매각 투쟁에서 비정규직 해고는 시작일 뿐 칼끝은 곧 정규직 노동자로 넘어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수 비정규직지부장은 “조직형식은 두 개 지부지만 조합원과 간부 사이에 계속 교류를 했다”며 “지난 7월 비정규직지부 하루 경고파업을 핑계로 회사가 직장폐쇄를 강행하자 정규직 지부는 두 달 동안 우리와 함께 노숙하며 투쟁했다”고 자랑했다.

씨앤엠지부와 비정규직지부는 공동타결을 목표로 공동투쟁을 벌였고 그 결과 비정규직지부는 작년에 기본협약을 맺고 올해 첫 임금단체협약 쟁취투쟁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조합원 기세에 눌려 임금인상을 포함한 기본협약을 맺었던 회사는 올해 작년보다 20% 삭감한 임금안을 제시하는 한편 업체폐업 뒤 고용승계 거부라는 전형적인 탄압수법을 썼다. 조합원만 109명을 해고했다.

▲ 희망연대노조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씨앤엠 원청과 하청업체 대표들이 참석하는 노사 간 3자 협의체는 다음달 1일부터 집중교섭을 벌여 4대 요구안을 다룰 예정이다. 씨앤엠 정규직과 비정규직 지부 조합원들이 11월27일 파업을 하고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김형석

해고자들은 즉각 MBK파트너스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비정규직지부는 순환파업을 벌이며 해고자 농성투쟁에 결합했다. 농성중이던 씨앤엠 비정규직지부 강성덕, 임정균 두 조합원은 지난 12일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 광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정규직 지부인 씨앤엠지부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형식적인 교섭에서 회사와 입장차를 확인한 씨앤엠지부는 지난 18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비정규직이 대규모 해고를 당한 대신 정규직은 파업을 선택한 셈이다. 김영수 비정규직지부장은 이를 두고 “투쟁에서 우리는 연대하는 노조가 아니다. 하나다. 누구 하나가 패배하면 둘 다 진다”고 표현했다.

김진규 씨앤엠지부장에게 투쟁 전망에 대해 묻자 정규직 고용문제가 아닌 대뜸 비정규직 문제부터 끄집어냈다. 김 지부장은 “비정규 고용은 언제든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길게 보면 정규직화 해야 한다”며 “조합원들에게는 올해를 넘기더라도 싸우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집중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11월27일 “오늘자 한겨레 신문에 1090명이 뜻을 모아 전면광고를 냈다.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름다운 연대와 각계각층 지원이 공명을 이루고 있다”며 “회사가 노조 요구안을 받아들이도록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힘을 모으겠다”고 응원하고 있다. 김형석

전면파업 중인 씨앤엠지부와 하루 경고파업에 나선 비정규직지부 조합원 6백여 명은 11월27일 광화문 농성장 앞에 모였다. 씨앤엠 대표이사가 전날 2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지원 아래 노사 간 3자 협의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김진규 씨앤엠지부장은 “회사 진정성을 파악해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더 큰 판으로 싸움을 조직해 교섭을 강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민주노총과 함께 각계각층 시민사회단체 회원들도 씨앤엠 정상화를 촉구하는 선언을 받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오늘자 한겨레 신문에 1,090명이 뜻을 모아 전면광고를 냈다.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름다운 연대와 각계각층 지원이 공명을 이루고 있다”며 “회사가 노조 요구안을 받아들이도록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힘을 모으겠다”고 응원했다.

희망연대노조는 28일 11시 씨앤엠 회사 제안에 따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씨앤엠 원청과 하청업체 대표들이 참석하는 노사 간 3자 협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3자는 다음달 1일부터 집중교섭을 벌여 ▲109명 해고 조합원 원직복직 ▲구조조정 중단, 고용보장 ▲임금단체협약 체결 등 4대 요구안을 다룰 예정이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