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매일 아침 수리 공구를 챙기고 서비스센터에서, 지역 곳곳을 뛰어다니며 제품을 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진주센터 조합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들은 10월6일 일방적인 센터 폐업 이후 유니폼이 아닌 ‘폐업 철회, 생존권 사수’가 적힌 빨간 조끼를 챙겨 입고 거리로 나선다.

삼성전자서비스 진주센터 폐업 철회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진행한 22일 진주센터분회 조합원들을 만났다.

센터를 폐업한다는 회사 공고를 본 조합원들 반응은 황당 그 자체였다. 이미 지난 8월18일 진주센터를 포함해 통영, 마산, 김해, 창원 등 경남 지역 5개 분회는 회사와 단체협약에 합의했다. 김기한 조합원은 “단협도 합의했으니 사장이 우리에게 잘해보자고 인사라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를 모아놓고 폐업하겠다고 했다. 황당했고 분노만 치밀었다”고 당시 심경을 말했다. 그렇게 80여 명의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가 일터를 잃었다.

진주센터 조합원들은 진주만이 아니라 사천, 하동, 산청, 삼천포 등 경남 서부지역을 관할한다. 이 곳 시민들만 60만 명이다. 이날 만난 조합원들은 “회사가 노조를 만들었다고, 기본협약에 명시한 기본급 120만원을 요구했다고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를 내쫓았다”며 “삼성은 노조탄압을 위해 60만 시민들의 A/S 받을 권리를 무참히 짓밟았다”고 분노했다.

▲ 지난 10월6일 센터 폐업 이후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진주센터분회 조합원들은 매일 선전전과 집회를 하며 폐업 철회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11월22일 노조 결의대회에서 진주센터분회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진주=강정주

진주센터는 유독 근속년수가 긴 조합원이 많다. 근속 20년이 넘는 조합원이 다섯 명이다. 30년 동안 일한 조합원도 있다. 하루 2~3백km를 운전해가며 수리하는 일도 잦다. 다른 센터 조합원들과 마찬가지로 휴일도 없이, 점심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며 수십 년을 일했다.

김기한 조합원은 12년 동안 진주센터에서 일했다. 김 조합원은 “본사 사람들은 여름휴가를 가도 나는 휴가 가 본 적이 없다. 추석에는 양복 입고 친척집에 갔다가 수리 연락을 받고 달려간 적도 있다”며 “말 그대로 청춘을 바친 일터다. 한마디 말도 없다가 나가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폐업 이후 조합원들은 매일 모여 집회를 하고 선전전을 한다. 내근 조합원들은 출근 시간이 되면 센터 안 자신이 일했던 자리에 앉아서 집회를 한다. 조합원들은 회사 저지와 방해를 뚫고 들어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오후에는 곳곳을 돌며 선전전을 하고 시민들에게 폐업 철회 서명을 받는다. 시민들 반응은 좋다. 이날도 거리 행진을 하고 집회를 할 때 진주 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힘내라고 응원했다. 집회 장소에 음료수를 가져다 주는 시민도 있었다.

진주센터 조합원들은 전국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동지들의 열렬한 지지가 있기 때문에 지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대 조합원은 “매주 수요일 촛불집회를 한다. 지난주에는 경기남부 조합원들이 대체휴무를 사용해 진주까지 내려와 직접 밥도 해주고 집회도 같이 했다. 경남지역 조합원들은 물론이고 전국 동지들이 힘을 보태주고 있어서 지쳤다가도 금세 힘이 난다”고 말한다.

김성훈 조직부장은 “처음에는 조합원들도 많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이탈자 없이 내부 조직력을 더 튼튼하게 갖춰가고 있다. 조별로 모임도 하고 시간이 갈수록 단결력이 좋아진다”고 분회 분위기를 소개했다.

▲ 진주센터분회 조합원들은 전국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동지들이 있어서 힘든 투쟁도 지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11월22일 결의대회에서 분회 조합원들이 집회에 모인 동지들을 바라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진주=강정주

삼성은 길게는 30년을 일한 수리기사들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고 아직도 이 곳에서 수리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김성대 조합원은 “삼성프라자 건물 옆에 버스를 세워놓고 그 곳에서 수리를 한다. 고객들은 센터 건물에 올라가서 접수를 하고 버스에서 수리를 받고 다시 요금을 계산하러 센터에 간다”며 “이번 폐업이 위장폐업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투쟁해 반드시 진주센터 문을 다시 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김성대 조합원은 “처음 노조 가입원서를 썼던 마음으로 지금도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대 조합원은 “365일 구인광고를 내는 회사가 싫었다. 동료들이 떠나지 않는 좋은 회사를 내 손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난 1년 동안 투쟁했고 많은 연대의 힘으로 승리했다. 이천, 아산, 해운대센터 동지들이 폐업을 철회시킨 것처럼 우리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을 말했다.

김기한 조합원은 “당장 월급을 받을 수 없고 힘든 것도 사실이다. 가족들도 걱정이 많다. 어제 언제까지 할거냐고 묻더라”라며 “오늘 아침까지도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안하면 누가 할까, 내가 의지가 없다면 다른 조합원 누구라도 의지를 갖고 회사를 바꾸겠다고 나설 수 있을까. 내가, 나부터 해야한다는 것이 고민의 결론”이라며 웃었다.

“진주센터가 한 발 물러서면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무너집니다. 우리는 진주센터만의 싸움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의 이름으로 투쟁한다는 각오로 싸우고 있습니다. 삼성과의 싸움 결코 지지 않을 겁니다.”

바지 사장은 떠나도 자신들은 센터를 떠나지 않는다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오늘도 일터를 되찾기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