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정규직 노동자 수 823만. 전체 노동자 45%에 달하는 숫자다. ​박근혜 정부가 올해 안에 비정규직 종합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언론을 통해 정부가 기간제 노동자 고용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비정규직 확대 대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다. 이미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고령자 파견제 확대, 초단시간 일자리 확대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 종합 대책 발표에 앞서 2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비정규직 종합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저임금, 고용불안, 차별해소와 정규직 전환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간접고용, 특수고용, 기간제, 단시간노동자에 대한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 요구안과 대책을 토론했다.

▲ 민주노총이 10월2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비정규직 종합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참가자들이 간접고용 노동자 권리보장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형석

중간착취 합법화하는 파견법 폐지해야

하청, 용역, 파견 등 간접고용 노동자는 2백만명을 넘어섰다. ‘간접고용 노동자 권리보장’ 토론 발제자로 나선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동3권을 박탈당한다고 지적했다. 권두섭 변호사는 “실질 권한을 가진 원청이 책임을 회피하니 임단협 교섭이 불가능하다”며 “파업을 해도 원청이 다른 하청업체나 대체인력을 투입하면 법적 제재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29일 토론회에서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중간착취를 합법화하는 파견법을 폐지해야 한다. 근기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에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명시하고 상시업무 직접 고용 원칙, 하청업체 변경시 고용승계 등의 내용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석

희망연대노조 이종탁 공동위원장은 “씨앤앰케이블방송 노동자들은 지난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원청의 정책이 바뀌었다고 하청업체는 합의를 모두 뒤집었다. 원청이 지시하면 하청업체와의 합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고 사례를 발표했다.

권두섭 변호사는 “현행법이 간접고용 노동자를 정글에 방치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중간착취 배제 조항이 있지만 이미 사문화된 조항”이라며 “정부는 지난 7월 한국표준직업분류 중 대분류1(관리직)과 대분류2(전문직) 업무에 파견을 허용한다고 했다. 파견을 더 확대하고 도급 기준을 완화했다”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지난 9월 새누리당 안효대의원이 발의한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를 위한 법률안’은 그동안 법으로 금했던 내용을 허용한다. 원청 직접 하청노동자에게 하는 작업지시나 휴일 관리 등을 합법화하고, 대상업무제한과 사용기간 제한을 없애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권두섭 변호사는 “이는 정몽구 청구 입법이라 부를만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권두섭 변호사는 간접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대안으로 파견법 폐지를 제시했다. 권 변호사는 “중간착취를 합법화하는 파견법을 폐지해야 한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아래 노조법)에 원청 사업주 책임을 명시하고 상시업무 직접 고용 원칙, 하청업체 변경시 고용승계 내용 등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조경배 순천향대 법학과 교수는 “이익을 얻으면 부담도 져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 원리를 위배하는 것이 간접고용이다. 사용자 책임 회피가 핵심 문제”라고 지적하며 “어떤 법을 만들어도 정부의 적극적 의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GM대우 사례처럼 불법파견에 벌금 7백만원 수준 형벌로는 불법파견 사용 유혹을 규제하기 어렵다”며 처벌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산재보험 전면적용해야

민주노총은 2부 특수고용노동자 권리보장 토론을 진행했다.

발제에 나선 석권호 민주노총 비정규미조직전략본부실장은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성 인정과 산재보험 전면 적용을 핵심 과제로 짚었다. 학습지 교사, 건설기계 노동자 경우 노조를 결성하고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노조법 상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사가 노조의 합법성을 문제 삼거나 이미 체결한 단체협약 해지나 교섭 파행 행태 등을 보이고 있다.

▲ 29일 토론회에서 민주노총 석권호 실장은 “노조법 2조 근로자 정의를 개정해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을 법으로 명시하는 것이 직접적인 보호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이 토론자 발언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 김형석

석권호 실장은 “정부에서 제시하는 안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특별법으로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근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노조법 2조 근로자 정의를 개정해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을 법으로 명시하는 것이 직접적인 보호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산재보험 역시 근로기준법 근로자 정의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특수고용노동자는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한다. 이들의 재해율은 전체 노동자 평균 34배에 달하지만 산재보험 뿐 아니라 민간보험 가입도 거부되는 상황. 석 실장은 “특수고용노동자 산재특례제도는 적용 대상을 한정하고 산재보험료를 노동자가 50% 부담해야 하는 등 실효성이 없다”며 “산재보험법 근로자 개념을 개정해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산재보험을 전면 적용받도록 해야 한다”고 입법 대안을 제시했다.

윤애림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노동자성 보장은 특수고용노동자에게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 교사도 단체행동을 할 수 없고 단체협약을 체결해도 강제할 법적 수단이 없다. 해고자, 해직자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노조 아님을 통보하기도 했다”며 “노조법상 노동자의 개념을 확대해 헌법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은 민주노총이 집중해야 할 현안 과제”라고 강조했다.

사용사유, 사용기간 1년으로 제한해야

박근혜 정부는 단시간노동 일자리 창출을 고용률 70% 달성의 핵심 과제로 설정해 단시간노동, 초단시간노동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11월 발표할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기간제 고용안정 가이드라인’도 포함할 예정이다.

▲ 한국 비정규직 노동자 수 823만. 전체 노동자 45%에 달하는 숫자다. ​29일 비정규직 종합정책 국회 토론회에서 간접고용, 특수고용, 기간제, 단시간노동자에 대한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 요구안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형석

세 번째 토론인 ‘기간제, 시간제 노동자 권리보장과 차별금지’ 주제 발제자인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정부 기간제 대책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민간으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근 실장은 공공부문 가이드라인이 ▲외주화 등 간접고용 확산 ▲처우개선 없는 형식적 무기계약 전환 ▲기간제 해고권 남용 ▲전환대상자 선정에 객관성, 공정성 부재 문제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근 실장은 기간제 남용을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사유 제한) ▲법에서 정한 사유가 없거나 사유가 소멸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간주 ▲1년을 초과해 기간제 사용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간주 등 개정 방안을 제시했다.

초단시간노동이 확대되는 것도 문제다. 현재 시간제 노동자 중 26.4%가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노동을 하고 있다. 이창근 실장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한국에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불가능하다. 불안정 노동을 확산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등에 ‘1주 동안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삭제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주영 금속노조 법률원 노무사는 기간제법 차별시정제도가 실효성이 없음을 지적했다. 박주영 노무사는 “차별시정신청 자체가 저조하고 시정명령이 이루어지는 것도 10% 미만이다”라며 “신청 권한을 제한하거나 차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합리적이지 않다.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려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을 제대로 구현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석한 김선수 변호사는 “차별시정절차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집단소송제도, 노동조합에 의한 단체소송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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