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20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루게릭병에 대한 산재 신청을 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유해한 작업환경 개선과 산재 승인을 촉구했다.

▲ 10월 20일 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반올림이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년 동안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내근 수리기사로 일하다 루게릭병에 걸린 이현종씨에 대한 산재 승인과 작업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 노동안전보건실

삼성전자서비스 동대전센터에서 일하던 이현종씨는 2012년 루게릭(근위축성측삭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이현종씨 부인에 따르면 이 씨는 현재 몸의 거의 모든 근육에 마비가 와서 눈동자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투병하고 있다.

이현종씨는 199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입사해 20년 동안 내근 소형가전 수리기사로 일했다. 하루 14시간 가까이 실내 수리공간에서 청소기, 선풍기, 전자레인지, 전화기, MP3 등을 수리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내근 수리기사들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루게릭병 발병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루게릭병은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최근 의학계에서는 납과 수은 등 중금속과 농약, 유기용제, 전자기장 등에 노출될 경우 루게릭병이 발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07년 부산지방법원은 ‘지속적으로 납에 노출된 경우 루게릭 발병과 이에 따른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하기도 했다.

현종씨는 주로 창문을 열 수 없거나 환풍기가 없는 반지하 공간에서 수리 업무를 했다. 유리막으로 공간을 차단하는 등 환기가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이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대부분의 내근 수리기사들이 이러한 작업 공간에서 근무한다.

특히 이들은 작업 과정에서 납과 전자기장 등에 노출됐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납땜을 하거나 납이 합유된 모니터 브라운관 등 제품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수리작업시 유기용제를 사용해 세척작업했다. 2008년 이전에는 시너를 사용하기도 했다. 인체에 유해한 발암물질인 TCE(트리클로로에틸렌)도 취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라두식 수석부지회장은 “지회를 설립하기 전 일하면서 한번도 산업안전보건법을 듣거나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며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유해물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일했다”고 토로했다.

나현선 노조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지난 3월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현장실태조사 결과 21만 여 건에 달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있었다”며 “아직도 일부 센터는 현장이 바뀌지 않았다. 지회와 센터 안전사항을 점검하고 직업병이 수면밑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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