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서대전, 서산, 아산, 천안, 홍성센터 조합원 6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노조 충남지부는 9월13일과 14일 충남 아산 토비스콘도에서 중부권 조합원 수련회 ‘노동조합이 좋다. 토닥토닥 공감캠프’를 진행했다.

▲ 9월13일 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중부권 조합원 수련회에 모인 조합원들이 첫째날 프로그램을 마친 뒤 단체 촬영을 하고 있다. 아산=강정주

서로 다른 센터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이라 어색할만도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1년 넘게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같이 지킨 동지들이다. 지난 6월30일 염호석 열사 장례를 치르기까지 43일 동안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노숙을 함께 했다. “노숙을 끝나고 두 달 만에 만나니 반갑다”, “서울에서 동고동락 했던 동지들이 건강하게 다시 모이니 좋다”는 인사를 주고받는다.

수련회 첫 프로그램은 명랑운동회. ‘동지생각’, ‘불나비’, ‘한숨만’, ‘불사조’. 조 이름도 각양각색이다. 조합원들은 2인3각 달리기, 제기차기, 단체 줄넘기 등을 하며 땀을 흘렸다.

▲ 9월13일 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중부권 조합원들이 2인3각 달리기를 하고 있다. 아산=강정주

강당으로 자리를 옮긴 조합원들은 조별로 모여 앉아 토론을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기억에 남는 사건, 내 삶의 꿈과 희망’을 색 도화지에 적고 그렸다. 장비를 들고 기계를 수리하던 노동자들은 초등학교 이후 처음 손에 잡은 크레파스와 도화지를 놓고 한참을 망설였다. 그것도 잠시, 수리하듯 열심히 여백에 색깔을 입혔다.

한 달 넘는 서울 농성, 잊지 못한다

가장 많은 조합원들은 노조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삼성 본관 앞 농성을 꼽았다. 줄지어 깔린 침낭, 높은 빌딩 앞에 가득 찬 사람들을 그렸다. 한 조합원은 “함박눈을 맞았던 겨울 농성, 뙤약볕을 받으며 보낸 여름 농성을 잊을 수 없다. 한남대교 아래서 수 백의 사람들이 자는 일을 상상이나 해봤겠느냐”고 농성을 떠올렸다.

많은 조합원들은 아산센터 폐업 투쟁을 기억하고 있었다. 조합원은 “아산 센터 폐업하는 날 집회를 했다. 경찰이 아무 죄도 없는 동료들, 연대온 금속노동자들을 때리고 끌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났다. 며칠동안 잠도 못 잤다”고 회상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처음으로 유치장에서 잠을 자고, 경찰이 손에 수갑을 채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무대에서 처음으로 춤 춘 날도 잊을 수 없는 기억 중 하나다.

▲ 9월13일 수련회에 모인 조합원들이 운동회를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운동회에서 1등 한 조가 수상 후 율동을 하고 있다. 아산=강정주

최종범 열사가 생전 차 위에서 피켓을 들고 서있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는 조합원도 있었다. “최종범 열사를 보기 전까지 노조에 가입할 생각도 없었고 잘 몰랐다. 그 장면을 보고 처음으로 노동조합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한 조합원은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경험이 많다”며 “당시에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 웃으면서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이다. 같은 기억을 떠올리는 동지들이 곁에 있어서 행복하다”고 토론 소감을 밝혔다.

“조합원을 1만 명까지 늘리자.” “비조합원들이 가입원서 들고 우리를 찾아올 수 있게 제대로 이기자.” “모든 노동자가 자본가들 앞에서 기죽지 않고 사는 세상을 만들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백지에 적은 꿈이다.

▲ 9월13일 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중부권 조합원 수련회에서 한 조합원이 자신이 바라는 노동조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아산=강정주

가장 행복했던 일을 묻자 한 조합원은 ‘추석 연휴에 일하지 않고 쉬었을 때’라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당연한 일이지만 노조에 가입하기 전까지 삼성전자서비스 A/S 기사들에게 휴일은 1년에 설날, 추석, 노동절 사흘 뿐이었다. “명절에 당직을 하고 거의 매일 출근했다. 처음으로 추석 연휴를 다 쉬었다. 에너지를 충전하고 행복했다”는 것이 조합원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합원은 살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여행이라고 했다. 이 노동자가 가장 좋아하는 일도 여행이다. 이 조합원이 노조에 가입한 이유가 휴일에 쉬고, 내 휴가를 마음 편히 써서 여행을 가기 위해서이란다. 문을 닫았던 아산센터는 지난 8월6일 다시 문을 열었다. 반드시 내 일터를 지키겠다던 아산센터 조합원들은 지금 본인의 자리에서 다시 수리를 하고 있다.

▲ 9월13일 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중부권 조합원들이 1박2일 수련회를 진행했다. 이날 수련회에 모인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토론하고 있다. 아산=강정주

소통하고, 확대하고, 끝까지 함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에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휴일을 되찾긴 했지만 여전히 먹고사는 것이 힘들다. 두 달 여의 파업과 농성 이후 기본협약을 체결했지만 완전한 승리는 아니다. 조합원에게 일감을 배정하지 않는 등 탄압을 하는 센터가 있다. 지키지 않는 노사합의 사항도 있다.

생계의 어려움만큼 조합원들이 고민하는 것은 지회 조합원들의 단결과 조직 확대 문제다. 노조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고민과 해결방안을 토론하는 시간, 모든 조에서 빠지지 않은 주제가 ‘조합원들의 소통’이다.

▲ 9월13일 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어려운 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조별로 토론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아산=강정주

한 조합원은 “오랜 싸움을 하고 아직 완전히 승리하지 못하고 어려움이 많다보니 조합원들 사이에도 갈등이 생긴다. ‘우리가 싸워서 이룬게 뭘까’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며 “조합원들 각자 힘든 정도가 다르다. 뭐가 힘든지 서로 얘기해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조합원을 숫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조합원들이 끝까지 같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더 많이 소통하고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9월13일 수련회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촛불을 켜고 서로에게 칭찬과 격려를 하고 있다. 아산=강정주

“이런 어려움도 같이 나눌 수 있는 동지가 있어서 좋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동지들이 없었다면 그 농성을, 한 달 넘는 파업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대부분 조합원들이 이야기 한다. 조합원들은 수련회 첫째 날을 마무리하며 지난 1년 간 투쟁이 담긴 영상을 봤다. 서울, 수원, 아산센터 등 이들이 다닌 농성장만 세 곳이다. 두꺼운 작업복에서 여름 작업복으로 바뀔 때까지 집회도 참 많이 했다. 한 조합원은 “원래 눈물이 많지 않다. 오늘 영상을 보면서 몇 번을 울었다. 우리 얘기를 하고, 같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고 소회를 말했다.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손을 꼭 잡고 응원과 격려의 말을 나눴다. 고생했다며 등을 토닥여주는 형님도 있고, 마주보며 웃느라 한마디 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모두들 마음은 하나다. “끝까지, 변치말고 같이 가자. 우리 꼭 승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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