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는 근래 보기 힘든 충격으로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사고와 직접 연결돼 있는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선원들에 대한 책임론에서부터 모기업인 종교집단까지 연결되고 해양수산부와의 커넥션을 일컫는 ‘해피아’라는 단어까지 신문 지상에 떠돌고 있다. 희생된 어린 영혼들에게 끊임없이 미안해 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어른들의 정신적인 상처는 몹시도 오래 우리를 괴롭힐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대형사고가 터지면 경제활동도 올스톱 된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직후 주말 서울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나들이객은 11만여 명으로 전 주에 비해 37% 가량 감소했다. 롯데월드와 과천 서울대공원을 찾은 방문객도 각각 10%와 14.6%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아서 더욱 심하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의 조사 결과 서울 지역 일부 여행사에서는 학생, 공무원 등의 단체 여행 취소율이 50%를 넘어서고 제주도, 진도, 목포로 가거나 경유하는 여행과 연수여행은 거의 대부분 취소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여행업계가 흔들리는 것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외식과 술 소비도 줄이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인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의 경우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16일부터 20일까지 방문한 고객 수와 매출이 평균 10% 감소했다. 세븐일레븐과 씨유(CU)와 GS리테일 등 편의점에서는 참사가 발생한 16일부터 20일까지 주류 판매가 줄어 3.5% 안팎의 감소율을 보였다고 한다. 하다못해 음악을 듣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음악 사이트 멜론의 경우 참사가 발생한 이후 음악 다운로드 횟수가 평균 10%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출처: 4월22일자 노컷뉴스)

한마디로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이것은 원래 인간은 착하고 선하다는 증거다. 안산의 한 슈퍼마켓에 붙어 있는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포스트잇 물결이 그렇고, SNS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노란리본이 또 그렇다.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어도 내 가족이 아니어도 내 친구가 아니어도 남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느끼는 측은지심, 이 모든 것이 인간은 원래부터 착하고 선하다는 증거다. 이런 선하고 착한 인간들의 세계에 왜 이렇게 많은 갈등과 문제들이 생기게 될까? 한줌도 안 되는 소수의 사람들이 인간의 착한 심성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TV광고에서도 인간의 착한 심성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기업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3년 동안 잊을 만 하면 나오는 현대자동차의 기프트카 캠페인을 보면 장애인은 기본, 인형사업을 하는 탈북자, 붕어빵 장사 등 소위 사회 약자들에 대한 배려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댓글을 달면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사람에게 현대자동차가 생산하는 스타렉스 상용차량을 한대 증정하는 것. 전형적인 인간의 착한 심성을 이용한 광고다.

TV광고에 등장하는 사회 약자들에게 댓글 하나 달아줌으로써 그 행동을 한 사람은 아주 작은 착한 일을 했다고 뿌듯해 하고 현대자동차는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 개선 효과를 얻는다. 실상 현대자동차가 이런 사회 약자들에게 전달하는 스타렉스 차량 1대 가격은 3천만원 내외지만 광고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서 좋은 이미지를 획득한 이익은 그 수십 배는 될 것이다.

2013년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받았던 현대자동차 뮤직시트 캠페인의 경우 청각장애인들을 위해서 진동으로 음악을 느낄 수 있는 자동차 시트를 만들었다.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진동 시트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지만 캠페인은 캠페인일 뿐이다. 현대자동차는 여전히 사내 비정규직 문제에 눈을 돌리고 있고 더 이상 운전하는 사람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급발진 문제도 세상에 없는 문제라고 외면하고 있다. 인간에게는 측은지심이 있지만 자본에게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것을 교묘하게 이용할 뿐.

김범우 / 광고회사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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