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세요.”

7월15일로 35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스물다섯명 조합원이 임태수 사장에게 전하는 말이다.

스티커, 견출지 등을 만들고 포장하는 일을 하는 레이테크코리아 여성노동자들은 6월11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길거리에 돗자리 하나 깔고 자게 될 줄 상상이나 했겠어요.” “파업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예요. 선전물 돌릴 때 외면하거나 싫은 소리 하는 사람들 마주하는 것도 힘들고. 일하는게 더 나은 것 같더라니까요.”

이 노동자들에게 한 달 넘도록 파업을 하는 이유를 묻자 “사장이 한 약속 지키라는 것, 우리 권리 찾고 싶은 것 뿐”이라고 말한다. 7월15일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조복남, 김선희, 정해선 조합원을 만났다.

레이테크코리아는 여성노동자 인권 유린과 노조 탄압으로 악명 높은 사업장이다. 하루아침에 서울 신당동에 있던 공장을 경기도 안성으로 이전했다. 여성 탈의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경악할 일도 벌였다. 조합원들은 회사의 이러한 행태가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을 회사에서 쫓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7월15일 정해신 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조합원이 “우리가 사장보다 나이가 훨씬 많다. 사장은 우리를 ‘당신’이라고 부르면서 ‘한낱 직원이 주제넘게 말한다’고 얘기한다. 우리를 조선시대 하인 대하듯 한다”며 “최소한의 인권도 없고 인격 모독을 당하면서 더 이상 살 수 없었다”고 회사의 만행을 설명하고 있다. 강정주

“공장 이전이 장난이냐”

조복남 조합원은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집에서 가까워서였다. 아이도 키우고 살림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몇 시간씩 걸리는 출퇴근을 어떻게 하겠냐”고 토로했다. 김선희 조합원도 “안성으로 출근하려면 새벽 5시30분에 일어난다. 퇴근해서 집에와 빨래하고 청소 좀 하면 자정이 훌쩍 넘는다”며 “아이들 학교 가기 전에 집에서 나오니 학교 지각하는 일이 많다. 애들이 엄마 얼굴 볼 새가 없다고 다른 회사 알아봐주겠다는 얘기까지 한다. 아이들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회사는 합의했던 통근버스를 일방 중단하고 폐차 직전의 봉고차로 출퇴근 하도록 했다. 정해신 조합원은 “비가 많이 오는 날 고속도로를 지나는데 봉고차 와이퍼가 부러졌다. 얼마나 아찔했는지 모른다”고 회상했다.

조합원들은 CCTV 설치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김 조합원은 “현장, 탈의실에 CCTV가 설치된 것 보고 소름이 끼쳤다. 전 대표이사가 했던 행동이 떠올라서 더 괴로웠다”고 심경을 말했다. 현 사장의 아버지인 전 대표이사는 현장에 CCTV를 설치하고 자신의 휴대폰으로 늘상 현장을 감시했다.

김 조합원은 “전 대표이사는 제주도에서 우리를 지켜보면서 ‘왜 내 물건으로 부채질하냐, 일하는 자세가 그게 뭐냐, 화장실을 왜 이렇게 자주가냐’고 전화했다”면서 “현 사장은 자신 아버지같은 일은 하지 않겠다더니 탈의실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조합원은 “CCTV 철거했는데도 여전히 불안하다. 작은 구멍만 보여도 초소형 카메라 설치해놓은 것은 아닌지 살펴본다”며 “화장실에 가도 감시카메라가 있을까봐 천장이며 벽면을 먼저 살핀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 7월15일 레이테크코리아분회 김선희, 조복남(왼쪽부터) 조합원이 35일째 파업을 하고 있는 이유를 얘기하고 있다. 강정주

무조건 순종하라는 회사

조합원들은 “예전에 더 심했다. 무조건 순종하라고 하면서 회사 마음대로였다”고 지적했다. 김 조합원은 “일도 얼마나 많이 시켰는지 모른다. 사람들이 얼굴도 안들고 옆도 안보고 일만 하더라. 옆 사람이 출근했는지 아닌지도 모른다”고 떠올렸다.

정 조합원은 “그렇게 일을 하니 몸이 성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보는 상황이니 커피, 물 한 잔 마시는 것은 엄두도 못냈다”며 “결혼하고 처음 다닌 회사다. 나는 모든 회사가 이런 줄 알고 잘못됐다는 생각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 조합원은 “예전에 회사가 관리부를 만들었다. 두 달 쯤 지나니 그 부서가 필요없다고 생각했나보다. 아무말 없다가 다음날 출근해보니 책상이며 사용하던 물건을 다 밖으로 빼놨더라. 눈물만 났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들을 그저 돈벌이에 필요한 사람으로만 생각했다.

정 조합원은 “전 대표이사는 신년사 할 때 ‘더 좋은 회사 있으면 언제든지 가시라’고 말했다. 그런 신년사를 하는 회사가 어디있냐”며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지 못하도록 회사가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정 조합원은 “아무리 사장이라지만 우리가 나이도 훨씬 많다. 사장은 우리를 ‘당신’이라고 부르면서 ‘한낱 직원이 주제넘게 말한다’고 얘기한다. 우리를 조선시대 하인 대하듯 한다”며 “최소한의 인권도 없고 인격 모독을 당하면서 더 이상 살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 6월26일 서울지부가 여성 조합원에 대한 사장의 막말 폭언으로 인권유린과 노동탄압 문제를 일으킨 레이테크코리아 회사에 대한 응징 투쟁을 벌이고 있다.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조합원들은 7월15일 현재 35일째 파업을 벌이며 공장 서울 이전과 노동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형석

“아이들을 이런 세상에 살게 할 수 없다”

이들은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아이들을 생각해서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 조합원은 “의료민영화, 철도민영화, 세월호 참사, 여성인권 유린 모두 어른들이 풀어야 할 과제다.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미래다”라며 “애들에게 ‘너희도 노동자가 될텐데 그때 부당한 일을 겪어도 가만히 있을거냐.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한다.

정 조합원은 “지금 내가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더 힘들어 진다”며 “당장 내 일이기도 하지만 이런 문제가 하나씩 해결될 때 기업이 노동자를 무시하거나 군림하지 않는 세상이 된다. 더럽다고 피하기만 하면 바뀌는 것은 없다. 그러면 내 자식도 나처럼 힘든 삶을 살게되지 않겠느냐”고 투쟁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엄마가 오늘은 뭘 했는지 궁금해하고 항상 ‘엄마 조심해. 힘내’라는 문자를 보내주는 아이들은 이들이 버틸 수 있는 힘이다.

정 조합원은 “공장 서울 이전은 반드시 쟁취해야한다. 다시 서울 공장으로 오는 것은 회사가 우리를 인정한다는 의미다”라고 이번 싸움의 목표를 말했다. 조 조합원은 “진다는 생각은 안한다. 회사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게 만들고 우리 권리도 제대로 찾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사장이 그렇게 말도 안되는 탄압을 하는데 왜 다니냐고, 그냥 회사를 그만두면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잘못한 것 없이 당했는데 이대로 그냥 그만둘 수는 없다.” 레이테크코리아 노동자들은 결코 이번 싸움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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