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私)적으로 착하면 미덕이지만, 공(公)적으로 착하면 미친짓이다.’  노사관계 임하는 내 개똥철학이다. 나는 최대한 이 원칙 아래 주장과 판단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맨아워 협의이든 생산 협의이든 다수의 이해가 걸린 공적인 부분에서 ‘책임 주체가 나름 합리적이다’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쌍방의 처지를 고려한 착한(?) 결정을 하면 결국 힘 없는 다수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 다반사다.

▲ 사적으로 착하면 미덕이지만 공적으로 착하면 이용만 당한다. 집중의 시기이다. 앞으로 한 달, 딱 한 달만 옹골차게 투쟁하자. 6월25일 열린 현대자동차지부 2014년 단체교섭 임투 출정식. 사진=지부 홈페이지

때문에 난 대의원 이상 책임자의 위치에 서게 될 노조 간부를 선택할 때 노사 구분없이 마냥 착하고 예의바르려고만 하는 사람을 경계한다. 차라리 좌충우돌 하더라도 자기 주장과 입장이 뚜렷한 활동가가 공적 책임자로 적임으로 꼽는다.

오늘 현재 현대차 노동자의 공적 정의를 논하는 단체교섭이 진행 중에 있다. 회사는 어김없이 ‘환율, 신의칙, 사회적여론’ 따위로 노동자의 양보와 희생 즉, 임금동결과 통상임금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몇몇 활동가와 조합원이 사측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측은지심을 나타내고 있어 우려스럽다.

여기서도 ‘나름 합리적 인간이다’를 은연 중 과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적인 영역에서 판단할 때의 기준은 자신의 위치와 속한 집단이 어디인지, 또 그것이 다수의 이익이냐 손해냐의 사고를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노동자 집단에서 정의란 ‘공공의 이익’이다.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행하는 사적인 선은 자칫, 공공집단의 공익을 해치는 악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

▲ 한 달만 냉정해지자. ‘정몽구 회장 은행대출 이자 연체될까’ 하는 걱정은 정 회장에게 맡기자. 우린 우리의 사회적 위치가 노동자임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회사는 임단협시기 어김없이 <함께 가는 길>을 발행했다.

1년 365일 매일 임금인상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딱 한 번이다. 그 중에서도 한 달만 빡시게 하면 된다. 평소 임금 적다고 백 번 하소연 하는 것 보다, 한 달 동안 집중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회사가 목적하는 총회 가결율은 50.1%다. 50.1% 만큼만 지불한다는 얘기다. 이를 상회하는 가결율은 어쩌면 회사로선 과잉지출인 셈이다.

역설적으로 기존 예상되는 합의 안에 부결 여론이 높으면, 회사는 50.1%를 만들기 위해서 그만큼 더 지출한다는 얘기도 된다. 따라서 회사의 선무활동에 의도적으로 반대하고 여론 기대치를 올리는 것이 궁극적으로 노동조합의 협상력을 올리고 노동자 공공의 이익 또한 커지는 결론을 만든다.

한 달만 냉정해지자. ‘정몽구 회장 은행대출 이자 연체될까’ 하는 걱정은 정 회장에게 맡기자. 우린 우리의 사회적 위치가 노동자임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조실부모 했다는 이유로 안타까운 마음에 독재자의 여식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결과, 오늘날 돌이킬 수 없는 대한민국 현실이 되고 있지 않은가.

걱정도 분수껏 해야 흉하지 않은 법이다. 사적으로 착하면 미덕이지만 공적으로 착하면 이용만 당한다. 집중의 시기이다. 앞으로 한 달, 딱 한 달만 옹골차게 투쟁하자.

이상규 /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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