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7일 경남 창원 케이비알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았다. “회장은 경영이 아니라 장사만 하려고 합니다. 장사꾼 회장의 거짓말 더는 참을 수 없습니다.” 5월14일, 전면파업 8일째인 케이비알 노동자들을 만났다.

케이비알지회는 아직 2013년 임금 교섭을 끝내지 못했다. 흑자 공시를 하고도 적자라고 우기며 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회사 때문이다. 회사는 뻔뻔하게 조합원들이 일하는 공정을 외주화하고 공장 기계를 반출하겠다고 통보했다. 지회는 회사의 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회는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회사는 식당 폐쇄로 맞섰다. 16일에 직장폐쇄도 단행했다. 주형환 지회 사무장은 “조합원들이 식당에서 밥 먹는게 싫었는지 식당 노동자들을 철수시켰다. 우리가 식당에서 밥 해먹으니 가스를 빼더라. 가스 사다가 음식 하니까 아예 식당을 폐쇄해버렸다”고 회사의 째째함을 설명했다. 조합원들의 기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이번 싸움 쉽게 끝내지 않겠다는 열의가 대단하다.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는 회장이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 주 사무장의 설명이다.

▲ 5월14일 경남지부 케이비알지회 조합원들이 공장 정문 앞에 설치한 천막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창원=강정주

거짓말하고 뺏기만 하는 회사

안병화 조합원은 2006년 이종철 현 회장이 케이비알을 인수한 뒤 8년 동안 억눌리고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안 조합원은 “회사가 해도 너무한다. 우리한테 거짓말만 한다. 노동자들에게 주는 작은 것이 아까워서 다 뺏으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안 조합원은 “사원들을 자기 가족처럼 생각한다고, 건강을 챙겨야 한다면서 제일 먼저 오후에 지급하던 음료수를 끊었다”며 “보너스도 많다고 줄이고. 매출은 늘어나는데 우리는 하나씩 뺏기기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조합원은 “이 회장이 회사 인수하고 나서 ‘회사 상장할거다, 집도 두 채 씩 갖게 해줄테니 애도 많이 낳으라’고 했다. 다 거짓말이다. 지금은 애를 낳고 싶어도 돈 걱정에 낳을 수가 없다”고 분노했다.

조합원들은 회사에 대한 믿음이 없다고 말한다. 박태인 지회장은 “회사가 기계를 보수한다며 빼간다고 했다. 회사 주장이 사실이라면 확약서를 쓰고 반납 일자를 어기면 벌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확약서는 쓰겠지만 벌금 얘기는 쓸 수 없다고 한다”며 “확약서를 지키지 않갰다는 말과 뭐가 다르냐”고 회사의 행태를 꼬집었다.

조합원들은 회사의 임금동결 주장에도 분노했다. 박 지회장은 “회장 아들 두 명이 회사 간부다. 둘째 아들 연봉이 1억2천이다. 세 부자가 주식배당금 제외하고 연방으로만 5억이 넘게 받는다”며 “지회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 하더라도 그들 연봉 절반도 안든다”고 지적했다. 박 지회장은 “2012년 회사가 사상 최대 매출을 냈을 때 조합원들은 365일 중 일주일도 채 못쉬고 일했다. 그런데도 회사는 노동자들 임금을 동결했다”며 “자신들 돈벌이 말고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회사의 행태를 꼬집었다.

안병화 조합원은 “회장 아들은 회사에서 하는 일이 없다. 그런데도 고액 연봉을 받는다”며 “조합원들은 주야 맞교대 하고 쉬지 못하고 일한다”며 “회장은 우리에게 주는 임금이 아깝단다. 하지만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정말 소박하고 당연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5월14일 서상삼 경남지부 케이비알지회 조합원이 공장 정문 앞에서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회사는 지회가 전면파업을 벌이자 공장 식당을 폐쇄했다. 서상삼 조합원은 "회사에서 김치를 썰게 될 줄 몰랐다"고 웃으며 "경영진이 바뀌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끝까지 싸울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강정주

“돈벌이 위해 목숨 담보로 장난하는 것”

조합원들은 돈벌이만 생각하는 회사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형환 사무장은 “회사 인수한 지 8년이 지났는데 회장이 자기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뭔지 모른다”며 “불량율이며 품질에 신경 안쓴다. 그저 많이 만들고 많이 팔라고 한다. 회장이 이러니 수십년 일해 온 노동자들의 자긍심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회사 태도는 불법 제품 생산과 납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2012년 삼경오토텍 공장 설립 이후 포장갈이를 시도했다. 삼경오토텍에서 만든 제품을 케이비알 창원공장으로 가져와 포장해 납품하는 것. 지회는 지난해 회사가 델파이에 포장갈이해 납품한 사실을 적발하기도 했다.

박태인 지회장은 “회사는 삼경오토텍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싶지만 품질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러니 케이비알 이름이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지회장은 “삼경오토텍에서 만든 제품의 품질을 확인할 수 없다. 우리가 생산하는 베어링볼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이다”라며 “검증도 안 된 제품을 돈에 혈안이 돼 납품하고 있다. 사기꾼 같은 사업주가 사람 목숨을 담보로 장난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지회장은 “우리 투쟁은 우리 권리를 찾는 것 뿐 아니라 회사의 잘못된 경영을 바로잡는 싸움이다”라고 투쟁 의미를 설명했다.

▲ 5월14일 안병화 경남지부 케이비알지회 조합원이 이종철 회장 집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안병화 조합원은 “회사가 해도 너무한다. 우리한테 거짓말만 한다. 노동자들에게 주는 것은 작은 것이 아까워서 다 뺏으려고 한다”고 회사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했다. 창원=강정주

“우리 투쟁의지는 회사가 만들어줍니다”

조합원들 모두 이번 싸움으로 회사를 바꾸겠다고 각오했다. 서상삼 조합원은 “10년 넘게 일하고 회사를 발전시킨 사람들이다. 하지만 제대로 대우받는 것이 없다”며 “경영진이 바뀌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조합원들 모두 단단히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형환 지회 사무장은 “조합원들이 투쟁기금 1백만원씩 결의했다. 집행부보다 조합원들이 이번 싸움을 대충 끝낼 수 없다고 말한다”며 “몇 년을 참고 지켜봤는데 회장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회사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도 포기할 수 없다”고 조합원들의 분위기를 전한다.

“기계반출, 공장 외주화 몇 년째 반복입니다. 밖에서 보기에 조용해 보여도 우리는 늘 불안하고 긴장 상태입니다. 일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한 싸움 반드시 이길 겁니다.” 박태인 지회장은 마흔 여덟명 케이비알지회 조합원들이 똘똘 뭉친 투쟁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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