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1일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가 문을 닫았다. 경기 이천센터가 같은 날 폐업했고, 앞서 지난달 8일 해운대센터도 문을 닫았다. 센터 사장은 떠났지만 이 곳 노동자들은 센터를 떠나지 않았다. 짧게 10년, 길게 20년 일한 일터를 다시 찾기위한 투쟁이 한창이다. 

노조 충남지부 조합원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충남지역 조합원들은 3월31일 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 마무리 장소는 아산센터 앞이었다. 이날 경찰은 밥을 먹기 위해 천막을 설치하려는 조합원들을 경고방송 한 번 하지 않은채 무차별 폭력 연행했다. 이 중 두 명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소식을 들은 노동자 오천여명이 하루 만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법원은 3일 영장을 기각했다.

▲ 3월31일 노조 충남지부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충남지역 조합원들이 폐업 철회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경찰은 16명을 폭력 연행하고 두 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4월3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아산센터 조합원들이 검찰을 규탄하는 결의대회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천안=강정주

아산센터 조합원들은 경찰의 과잉 불법 연행 사간 뒤 센터 앞 노상에 앉아 농성을 벌이고 있다. 매일 저녁 19시 문화제를 한다. 시내 곳곳에서 선전전을 하고 아산 시민들에게 폐업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4월3일 아산센터 조합원들은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청 앞에서 연행자 석방 결의대회와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늦은 저녁 센터 앞에 모였다.  갑작스레 날씨가 추워졌다.

아산센터 앞 나흘째 노숙

회사는 4월1일 건물 외벽에 붙어있던 ‘삼성전자서비스센터’ 간판을 천으로 가렸다. 조합원들은 “폐업했다면서 간판을 떼지 않고 가려놓는 경우가 어딨느냐”고 지적했다. 한 조합원은 “19년간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일했던 곳이다. 그 이름을 천으로 가리는 모습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다른 조합원은 “전국 세 곳 센터가 건강 악화나 적자를 이유로 문닫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서비스센터가 그런식으로 문닫으면 삼성전자가 망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산센터 사장은 노조를 응원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어느날부터 일곱 개 나오던 하루 일감을 세 개로 줄여서 생계를 어렵게 만들었다. 늘 우리는 식구라고, 형이라고 부르던 사람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폐업 준비를 하라고 하고, 다음날 다리를 절면서 건강악화라고 하더라. 믿고 일했는데 정말 큰 상처를 받았다.” 조합원들은 하루아침에 일터 문을 닫아버린 사장에 대한 분노를 토했다. 다른 조합원도 “폐업 공고를 조합원들 집에 등기로 보냈다. 만삭인 아내는 보고 충격 받고 집이 발칵 뒤집혔다”고 억울함을 전했다.

▲ 4월3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아산센터 조합원들이 3월31일 폐업한 아산센터 앞 인도에 자리를 깔고 농성을 하고 있다. 아산=강정주

한 조합원은 “매년 센터 계약을 연장하려면 사장이 사업계획서를 내야 한다. 아산센터 사장은 사업계획서를 안냈다”며 “자기가 사업계획서 안내고 폐업한다고 하면 우리가 겁먹고 자기말 들을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바지사장 필요없다”고 말했다.

노조 응원한다더니 하루아침에 건강악화?

그동안 일하며 느꼈던 서러움이 터져나왔다. “13시에 고객이 수리 요청했는데 일찍 가는거 싫어하는 고객은 없다. 11시에 수리하러 가려고 했더니 사장이 가지 말라고 했다. 다른 약속에 늦으면 안되니 먼저 가겠다고 해도 밥먹지 말고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 “휴가를 써본 적이 없다. 부인이 애 낳으려고 할 때도 스케줄 다 끝내고 가라고 하더라.”, “아버지가 요양원에 계신다. 위독하다고 전화가 와서 남은 스케줄 다른 수리기사에게 위임하고 가겠다고 했더니 할 일은 다하고 가라고 못가게 하더라.”

휴대폰 수리 내근 기사가 한 달에 3백만원 벌려면 750~800건을 수리해야 한다. 로스 처리된 건을 제외한 숫자다. 이 조합원은 “이정도 처리하려면 하루에 30~35명을 상대한다. 수리도 하고 고객 불만도 들어줘야 한다. 이렇게 하루 일하면 입에서 단내가 난다”며 “이걸로 끝이 아니다. 센터 문 닫으면 그때부터 남은 수리업무, 수리받고 간 고객들한테 해피콜 전화까지 하루가 끝이 없다”고 실상을 전했다. 해피콜 불만이라도 접수되면 07시에 나와 교육을 받았다. 교육시간에 1분 늦을때마다 교육일이 하루씩 늘어났다.

▲ 4월3일 경찰이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 앞을 지키고 있다. 서비스센터는 4월1일 건물 외벽의 '삼성전자서비스' 간판을 천으로 가렸다. 경찰은 3월31일 폭력을 저지른 날부터 매일 센터 앞을 지키고 있다. 아산=강정주

“우리는 ‘SLK’래요.” ‘SLK’, 사장이 조합원들에게 ‘쓰레기’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영어로 표현한 것. “실적 올리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 실적이 낮으면 ‘너 때문에 8점 받았다. SLK’라고 문자가 온다. 다음날 조회 시간에 나이 40 먹은 사람을 세워두고, ‘누구 때문에 실적이 엉망이다. SLK’라고 말한다”는 것이 조합원의 설명이다. “가끔은 전화로 직접 쓰레기라고 말하기도 한다”는 증언이 이어진다.

‘SLK’, 사장에게 우리는 쓰레기였다

11년 동안 아산센터에서 일했던 조합원은 지난 2년 동안 ‘천안 삼성디스플레이’에 파견돼 일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전용 서비스센터였다. “우리끼리 센터에 있을때는 다 똑같은 처지니 잘 몰랐다. 천안공장에 가보니 정직원, 협력업체 차이가 뭔지 알게됐다. 복지 혜택도 많고 주말에 다 쉬더라. 그런 모습 보면서 허탈감 정말 컸다.”

▲ 4월4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아산센터 조합원들이 센터 앞 도로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아산분회 제공

이 조합원은 노조에 가입했고 간부를 맡았다. 부분파업에 동참하자 회사는 갑자기 짐을 빼고 센터로 복귀하게 했다. “금요일에 짐 빼라고 해서 월요일에 빼겠다고 했다. 월요일에 갔더니 이미 출입통제 시켜놨더라. 작업할 때 PC가 필요한데 주지 않았다. 한 달 동안 일을 못했다.” 회사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일하던 당시 월급을 그대로 지급했다. 천안, 탕정, 온양에 삼성디스플레이 직원 서비스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일하던 수리기사 중 노조에 가입한 사람들만 쫓겨났다.

“기술배우고, 고객들이 고맙다 한마디 해주고 음료수 주면 그렇게 쾌감이 들고 자부심 느꼈다. 그런데 점점 힘들어졌다. 9년 동안 벚꽃 구경 한 번 못 가봤다.” 이 조합원은 후배들이 떠나지 않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겪은 고통을 다시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싸운다고 말했다. “40명 넘는 후배들이 너무 힘드니까 금방 떠났다. 어느날부턴가 새로운 사람이 와도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 이제 후배들이 나같은 개고생 안하고, 예전에 떠나보낸 후배들처럼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싸우고 있다.”

▲ 센터 앞 농성을 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아산센터 조합원들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아산분회 제공

하루아침에 일터가 문을 닫고, 매일 수 십 건씩 수리하던 손을 멈춘 조합원들 모두 같은 마음이다. “20년 동안 서비스만 했다. 이 곳에서 끝까지 일하고 싶다”, “9월에 결혼한다. 임단협 체결하고 제대로 된 직장 만들어서 평생 일터로 삼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싸운다.” 한 조합원은 “1~2년 다니고 말거면 싸움 시작도 안했다. 어디보다 좋은 회사로 만들어서 20년, 30년 더 다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매일 2013년 7월14일 입니다”

“삼성 상대로 노조 만드는거 무모한 일이라고 국민들도 다 말한다. 삼성과 싸움이 쉽지도, 짧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 우리가 제일 잘 안다. 하지만 ‘죽을 순 있어도 물러나지 않는다. 살아서 싸워서 같이 기쁨 쟁취하자’ 이것이 내 신조고 목표다.” 19년 짧지 않은 시간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로 살아온 조합원이 폐업한 센터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은 매일이 2013년 7월14일입니다. 우리는 이기려고 싸웁니다. 이기려고 이 자리에 있는 겁니다. 우리에게는 15만 지원군이 있고, 전국에 동료들이 있는데 왜 집니까? 반드시 이깁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푸른 깃발을 올린 날, 앵벌이로 살지 않겠다고 당당히 섰던 그 날처럼 하루 하루 싸우겠다는 각오다. 사장은 떠났지만 노동자들은 지금도 센터를 지키고 있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