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0일 경기지부 포레시아지회 조합원 열아홉명이 출근한다. 2009년 5월26일 정리해고된 지 4년11개월만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27일 포레시아 노동자 열아홉명에 대한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최종 판결했다. 5년간의 정리해고 철회 투쟁의 종지부를 찍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간다.

▲ 4월1일 경기도 화성 포레시아 공장 앞에서 경기지부와 지회가 '포레시아 부당해고 노동탄압투쟁 승리 보고대회'를 열었다. 경기지부 포레시아지회 조합원들이 모두 나와 보고대회에 모인 경기지부 동지들에게 투쟁으로 인사하고 있다. 화성=강정주

4월1일 지회는 지역에서 함께 싸웠던 동지들과 경기도 화성 포레시아 공장 앞에서 투쟁 승리 보고대회를 열었다. 이날 만난 이병운 포레시아지회 조합원은 “복직하라고 회사가 얘길 했는데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 5년동안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투쟁하다보니 출근한다는게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병운 조합원은 “현장 안에서 싸운 일곱 조합원이 더 고생했다. 이 조합원들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고 이런 판결도 가능했다”며 “현장에서도 해고자들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좋아한다. 이제 우리가 들어가서 현장 동지들을 더 보호해줘야 한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차별, 모멸감 다 견딘 현장 일곱 조합원이 함께 한 투쟁

긴 해고투쟁 만큼 현장에서 민주노조를 포기하지 않은 조합원들의 어려움이 컸다. 회사는 5년동안 임금을 동결시키고 일도 주지 않고 하루종일 벽을 보고 서있게 하기도 했다. 한 조합원은 “아들 뻘 되는 관리자에게 온갖 인간적 모멸을 당한 형님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고 눈물이 난다”며 “안에서 이렇게 버티니 우리가 먼저 그만둘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 4월1일 투쟁 승리 보고대회에서 송기웅 포레시아지회장이 "연대해주는 동지들, 현장에서 꿋꿋하게 싸우는 조합원들이 있어 승리를 확신하고 5년 동안 투쟁했다"고 발언하고 있다. 화성=강정주

19명 해고자가 복직해도 현장 상황이 만만하지는 않다. 회사는 이미 이들에게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언제 현장에 복귀할 수 있을지,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당했던 탄압이 또다시 반복되지는 않을지, 노조에 대한 차별과 탄압이 어떻게 벌어질지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5년 동안 현장 안에서, 밖에서 같이 싸워서 오늘 승리했다. 이제 26명이 같이 현장에서 민주노조를 지키면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 4월1일 보고대회에서 포레시아지회 조합원들은 지역 동지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현장에서 더 굳건히 싸워 민주노조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지회 조합원들이 보고대회에서 율동을 하고 있다. 화성=강정주

지회 조합원들은 하나같이 경기지부와, 금속노조, 지역 동지들의 연대가 없었으면 승리하지 못했을거라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한 조합원은 “혼자 싸웠다면 5년 동안 싸우지 못했을 거다. 대법원 판결 나고 문 열고 나와 동지들 얼굴을 보는데 모두들 정말 고마운 얼굴들이더라”고 말했다. 이병운 조합원도 “해고되고 생계 때문에 정말 어려웠다. 지금 생각해도 울컥한다”며 “경기지부 동지들이 결의해서 해고 조합원들에게 30만원씩 지원해줬다. 우리에게는 정말 큰 돈이고 큰 힘이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포기하려는 순간에도 동지들이 있었다

또 다른 지회 조합원은 “이제 우리가 더 갚아야 한다. 법 판결만 바라보고 싸우지 않았다. 같이 연대하면서 싸운 동지들이 있어서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정말 힘들어서 싸움을 포기하고 싶다가도 연대하는 동지들 생각해서 다시 농성장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고 말하며 웃는다.

▲ 포레시아지회 조합원들은 5년 동안 투쟁하고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같이 싸워주는 동지들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고대회 참가자들이 포레시아 공장을 바라보며 '연대투쟁가'를 부르고 있다. 화성=강정주

생계의 어려움에 오랜 시간 길거리에서 투쟁한 덕에 안아픈 곳이 없다. 지금은 공터에 자리잡은 컨테이너가 공장 앞에서 몇 차례 철거되기도 했다. 이런 투쟁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이 나던날 조합원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 주저앉아 울 수밖에 없었다. 한 조합원은 “조합원들도 성격이 다 제각각이다. 5년이란 세월동안 우여곡절이 얼마나 많았겠나”며 “하지만 ‘끝까지 싸운다’ 이거 하나만큼은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았다”고 지회가 싸워온 과정을 설명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우리는 5년 동안 노동자 공부 제대로 했다”며 “법이 뭔지, 노동자가 뭔지 싸우면서 많이 배웠다”고 말한다. “이제 내가 5년 전보다도 훨씬 나아진 모습으로 현장에서 싸울 수 있게 됐다”며 웃는다.

▲ 5년 동안 포레시아지회 조합원들의 투쟁 거점이었던 컨테이너 안에 '2009년 5월26일 해고일'과 '복직투쟁 1771일째'라고 적힌 칠판이 걸려있다. 화성=강정주

4월1일 17시, 경기지부 조합원들과 지역 연대단체 회원들이 포레시아 공장 앞에 모였다. 송기웅 지회장은 “2009년 5월이 기억난다. 정리해고 만큼은 안 된다고, 조합원들을 일터에서 쫓아내서는 안 된다고 싸웠지만 결국 자본은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며 “승리를 확신하고 싸웠다. 지노위, 중노위, 1심 재판까지 졌다. 하지만 연대해주는 동지들, 현장에서 꿋꿋하게 싸우는 조합원들이 있어서 반드시 승리한다고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송 지회장은 “회사에 제안한다. 이제 노조를 인정하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만약 회사에서 탄압을 계속한다면 우리도 투쟁하겠다. 그리고 그 길에 경기지부 동지들이 함께 해줄 것 믿는다”고 경고했다.

“현장에서 더 굳건히 민주노조 지키겠습니다”

이현수 노조 부위원장은 “포레시아 동지들은 우직한 황소같은 사람들이다. 민주노조를 지키겠다는 우직한 그 마음이 오늘의 승리를 있게 했다”고 격려했다. 이상언 민주노총 경기본부장은 “앞으로 포레시아 동지들이 현장에서 싸우는 과정에 경기 지역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 경기지부 포레시아지회 조합원들. 승리를 상징하는 브이(V)를 그렸다. 지회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민주노조를 지키며 더 열심히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화성=강정주

포레시아지회 조합원들은 4월2일, 지난 3년간 진행한 경기도청 앞 선전전을 한다. 시민들에게 포레시아 노동자들이 승리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정리해고 철회 선전전을 해 온 영등포역에서는 시민들에게 떡도 돌린다.

5년간 포레시아 노동자들의 투쟁 거점이었던 컨테이너 앞에서 잔치가 열렸다. 조합원들은 예정에 없던 율동을 선보였다. 축하한다는 인사가 이어졌고, 포레시아 노동자들은 어느 날 보다 환하게 웃었다. 이날 보고대회에서 조합원들은 연대 동지들에게 약속했다. “현장에 돌아가면 동지들이 바라는대로 더 굳건히 싸워서 민주노조를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말을 진심으로 느끼게 해 준 동지들 고맙습니다. 더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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