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1일 경주지부 엠에스오토텍지회는 임단협 교섭 상견례를 하고 올해 투쟁을 시작한다. 올해 노조에서 조기교섭을 시작한 22곳 중 한 곳이다.

엠에스오토텍지회는 지난해 6월19일 노조에 가입, 지회를 설립했다. 지회 설립 3개월 만인 9월9일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하고 조인식을 진행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2014년 투쟁을 시작한다. 지회는 3월 시작하는 임단협 교섭 외에 올해 10월 임금교섭을 위한 창구단일화 절차를 다시 진행한다. 10월부터 교대제 변경을 위한 근무형태변경추진위원회도 가동하기로 했다.

송길수 지회장은 “복수노조가 생긴 상황에서 올해 투쟁을 빠르게 시작하려고 한다. 조합원들의 열정을 이어가면서 지회를 안정화하는 싸움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조기교섭에 돌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송 지회장은 “아직 지회를 설립한 지 1년이 되지 않았다. 올해는 지회를 튼튼히 하고 우리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엠에스오토텍 2014년 투쟁 시작

지난해 6월 엠에스오토텍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한 뒤 8월 명신산업 경주 천북과 용강공장 두 곳 노동자들도 뒤이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명신산업 노동자들은 엠에스오토텍지회 소속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세 공장은 한 계열사로 대표이사도 같다.

노조 가입 후 세 공장의 노동자들이 하나의 체계를 꾸리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정신없이 달려왔다. 지난 1월24일 엠에스오토텍에 복수노조가 설립됐다. 엠에스오토텍에 금속노조 가입 전 기업노조가 있었다. 최지욱 사무장은 “기존 노조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았다. 자신들의 기득권만 챙기려 했다”며 “1월 설립한 복수노조 구성원 대부분이 기존 기업노조 간부들이다. 복수노조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회사가 개입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 경주지부 엠에스오토텍지회 간부들이 명신산업 천북 공장에서 현장순회를 하기 전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강정주

1월26일 지회 확대간부가 파업을 하고 현장순회를 하며 복수노조 성원들의 현장 동요를 저지하고 조합원들에게 민주노조의 정당성을 알렸다. 최 사무장은 “그것이 우리 조합원들을 지키는 길이라는 것이 지회의 판단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복수노조로 넘어갔던 조합원 중 20여 명은 다시 지회로 돌아왔다. 최 사무장은 “현장 노동자 중 대부분이 지회 조합원이다. 복수노조로 가지 않은 조합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송 지회장은 기존 노조에 대한 불신과 회사에게 억눌렸던 분노 때문에 민주노조에 대한 열정이 크다고 말했다. 송 지회장은 “우리는 노예였다. 근무시간에 아무런 자유가 없었다”며 “일하고 있으면 관리자들이 뒤에 서서 초시계를 들고 시간을 잰다. 공장장이 몰래 현장에 들어와 사람들이 놀고 있는지 감시했다”고 노동자들의 고통을 설명했다. 송 지회장은 “항상 감시당할까봐 불안해했다. 조합원들 모두 가슴에 응어리진 것이 많다”고 말했다.

7개월만에 복수노조 설립

최 사무장도 “회사에 오는 것 자체가 도살장 끌려오는 것처럼 스트레스였다. 일도 힘들고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지 않는 것도 심각했다”며 “안그래도 노동강도가 셌는데 물량을 늘려도 사람을 더 채용하지 않아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노조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물량을 높일 때 조합원들의 요구와 상관없이 회사와 합의했다.

손관협 수석부지회장은 “노조에 대의원 선거가 없었다. 위원장이 그냥 선임했다”며 “의견을 내도 묵살하고, 회사나 노조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면 인사노무팀에 끌려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손 수석부지회장은 “불만을 얘기했다가 노무팀에 가서 반성문을 쓴 적이 있다. 회사는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을 쓰도록 강요하면서 똑같은 내용을 열 번도 더 썼다”며 “결국 회사가 말하는대로 잘못했다고 쓰고서야 나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금속노조 가입 원서를 가지고 현장을 찾아갔을 때 조합원들은 별다른 질문도 없이 가입원서를 썼다. 왜 이제야 왔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억눌리고 탄압받던 생활을 바꿔야 한다는 열망이 컸던 것.

지회 간부들은 회사의 노조 혐오가 워낙 유명했다고 말한다. 회장은 자서전에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는 없다’는 말을 쓰기도 했다. 회사의 이런 태도 때문에 지회 설립총회를 하던 날부터 지회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최 사무장은 “설립신고증을 회사에 가져갔는데 받지 않았다. 보고대회를 하러 교육장에 조합원들이 모였는데 전기를 차단하고 현장에 복귀하라며 도발했다”며 “조합원들은 그 자리에서 40시간 동안 라인을 멈추고 농성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결국 회사가 교섭요청을 해 조합원들은 현장에 복귀했다.

지회 간부들은 지금까지 오는데 조합원들의 단결이 큰 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최 사무장은 “2월22일, 3월1일 등반대회를 다녀왔다. 조합원들이 특근을 다 빼고 참석해서 올해 투쟁 잘해보자 힘을 모으는 자리였다”며 “임금이 높은 편이 아니다. 출근하는 날이 많아야 그만큼 임금도 받을 수 있다. 다들 불평없이 특근을 빼고 행사에 참석하고 또 가자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뭉치는 것이 힘

지회는 50여 명의 이주노동자도 조합원으로 가입해있다.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다. 지회 간담회를 할 때는 통역사를 불러서 진행한다. 손 수석부지회장은 “현장에 이주노동자 비율도 높고 같이 일하는데도 더 상황이 열악하다. 이주노동자들과 같이 했기 때문에 첫 싸움도 이길 수 있었다”며 “이제는 이주노동자 조합원들이 지회의 열혈지지자”라고 말했다.

6월19일 농성을 하던 당시 회사는 영사관에 이주노동자들이 감금됐다고 신고했다. 영사관에서 나와 이주노동자들에게 감금된거냐고 확인을 했다. 이때 이주노동자들은 끝까지 같이 하겠다며 자리를 지켰다. 회사도 조합원들이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손을 들고 교섭 요청을 했다는 것이 최 사무장의 설명이다.

최 사무장은 “이제 현장 사람들 얼굴이 달라졌다. 이주노동자들도 지금까지 자신들 얘기 들어주는 곳이 아무데도 없었다. 불만이 있으면 말할 곳 있고 열악했던 문제들이 해결되니 다들 좋아한다”고 달라진 조합원들의 상황을 전했다.

지회의 올해 투쟁 목표는 복수노조 상황에서 지회의 단결력을 키우고 지회를 안정화하는 것이다. 송 지회장은 “노동자는 하나로 뭉쳐 가야한다. 지회로 조합원들이 뭉치도록 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최 사무장은 “회사는 늘 우리를 흔들려 한다. 올해 회사가 두 번 다시 도발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단결된 힘을 회사에 각인하는 투쟁을 할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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