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3일 유성기업 유시영 대표이사 구속을 요구하며 충북 옥천 광고탑에 올랐던 홍종인 충남지부 유성기업아산지회장이 129일만에 땅을 밟았다. 아직 해결된 것은 없다. 이정훈 유성기업영동지회장은 고공농성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정훈 지회장이 광고탑에서 유성투쟁의 상징적 역할을 한다면 현장투쟁을 조직하고 전국 싸움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내 몫이다.” 2월25일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만난 홍종인 지회장은 고공농성을 중단한 것은 더 큰 싸움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광고탑에 올랐던 당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에 대해 검찰에 불기소 의견을 제출했다. 홍 지회장은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하면 자본은 면죄부를 갖고 현장 탄압을 더 강화할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며 “검찰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하고 이미 재판에서도 범죄를 인정한 공장장 퇴진을 절박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고공농성 결정 이유를 밝혔다.

“투쟁 더 확대하기 위해 내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말 검찰은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대부분 불기소 처분 했다. 홍 지회장은 “노동자들이 아무리 절박하게 요구하고 농성을 해도 자본과 정권은 자신들의 방어막 만들기에만 급급했다”며 “이대로라면 광고탑만 유명무실하게 남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두 지회장 중 한 명은 현장과 금속노조, 외부와의 연계를 조직하고 노조파괴에 맞선 투쟁을 전국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 홍종인 지회장은 “현장 투쟁만으로는 안된다. 금속노조, 민주노총이 전국 단위의 공동투쟁을 만들고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현장 탄압과 투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금속노조의 역할을 강조했다. 3월3일 열린 노조 37차 대의원대회에서 홍종인 지회장이 투쟁발언을 하고 있다. 신동준

지회는 201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임금교섭과 홍 지회장의 굴다리 농성 이후 진행한 특별교섭, 그리고 올해 새롭게 시작할 임단협 교섭도 진행해야 한다. 2011년 직장폐쇄 이후 회사의 지배개입으로 지회는 소수노조가 됐다. 하지만 현장 조직화 사업을 펼쳐 과반의 조합원을 다시 조직해 교섭권을 획득했다. 홍 지회장은 이 과정에서 창구단일화 제도의 문제점이 또 다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어용노조의 조합원 수를 공개하지 않기 위해 두 노조와 개별교섭을 하겠다고 했다”며 “다시 어용노조를 대표노조로 만들기 위해 개별교섭 과정에서 차별과 탄압이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의 차별과 탄압이 예상되지만 올해 임단협 교섭은 지회에게 물러설 수 없는 중요한 투쟁이다. “회사 꼼수로 개별교섭을 하게 됐지만 우리가 여전히 소수였다면 교섭권을 갖지 못했다. 현장을 다시 조직해 교섭권을 쟁취한 것”이라며 “회사는 2012년 지회와 체결했던 단체협약 일방해지 이후 어용노조를 동원해 단협을 개악했다. 단협을 다시 회복하는 주요한 시기”라는 것이 홍 지회장의 설명이다. 홍 지회장은 “현장 조직화를 가장 중심에 두고 임단협 투쟁을 더 강하게 벌일 계획이다”라고 올해 투쟁 목표를 밝혔다.

단협 개악 바로잡는 올 해 투쟁

홍 지회장은 “현장 투쟁만으로는 안된다. 금속노조, 민주노총이 전국 단위의 공동투쟁을 만들고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현장 탄압과 투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금속노조의 역할을 강조했다. 홍 지회장은 “언젠가부터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의해 탄압받는 사업장만을 노조파괴 사업장이라고 분리해 부르고 있다. 하지만 직장폐쇄, 구속, 손배가압류, 정리해고 등 자본의 탄압은 모두 노조파괴를 위한 것이다”라며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로 스스로 싸움을 분리해 대응하면서 우리 힘이 오히려 분산됐다”고 지적했다.

▲ 2월25일 국민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전 충남지부 유성기업아산지회 조합원들이 파업을 하고 관리동 앞에서 약식집회를 하고 있다. 아산=강정주

홍 지회장은 “쌍용차, 한진중공업, 유성기업……, 이제는 분산된 싸움이 아니라 하나의 큰 꼭지점이 되는 싸움을 계획해야 한다”고 노조의 역할을 주문했다. 홍 지회장은 “노조파괴 문제를 사업장 문제로 국한시키고 전체 싸움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다른 사업장들은 겁을 먹고 움츠러들었다”며 “금속노조 차원에서 싸움을 확대시키고 피해사업장이 없게끔 하기 위한 투쟁 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옥천 광고탑, 유성 공장에 오지 않아도 된다. 전체가 모여 투쟁하는 장을 만든다면 우리가 그 자리로 달려가겠다. 그것이 바로 우리 싸움이다. 전국 투쟁이 됐을 때 유성 투쟁도 진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홍 지회장은 공동투쟁을 다시금 강조하며 유성기업지회도 그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제 하나로 모여 싸우자”

3월15일, 유성 투쟁에 연대하기 위한 희망버스가 출발한다. 홍 지회장은 “하루 찾아오는 희망버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조파괴 투쟁을 전국으로 알리는 계기를 만드는 투쟁이 돼야한다”고 말한다. 앞서 지회는 3월4일부터 8일까지 전국순회 투쟁도 계획하고 있다. “노조파괴 심각성을 전국 동지들에게 알릴 것이다. 지금 당장 겪지 않더라도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전국에서 같이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전달하겠다”고 순회투쟁의 의미를 설명했다.

“혼자 고공농성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안다. 빨리 내려올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약속했다. 운동도 많이 하고 건강히 있어주길 바란다. 이 지회장이 광고탑에서 내려올 때 같이 투쟁 승리를 외칠 수 있도록 싸우겠다.” 홍 지회장은 이정훈 지회장에게 당부와 결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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