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갈라쇼’라는 말을 많이 들어 보셨을 거다. ‘갈라(gala)’라는 말은 이탈리아 전통 축제의 복장 ‘gala’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축제’, ‘잔치’, ‘향연’, ‘흥겨운’이라는 사전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축하하기 위하여 벌이는 공연이라는 뜻.

우리가 갈라쇼에 익숙해진 것은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 덕분. 피겨스케이팅에서는 ‘본 경기를 마친 후 상위권 선수들이 팬서비스 차원에서 펼치는 공연’을 말해 왔다. 보통 경기 다음날 어제만 해도 딱딱하게 긴장하고 있던 선수들이 자유로운 복장과 안무로 연기를 선보여서 더욱 풍성하고 재미있는 스케이팅으로, 때로는 본 경기보다 더 사랑받는 공연이 되기도 한다.

긴장 속에 본 경기를 마친 뒤 펼쳐지는 순수한 뒷풀이 공연.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갈라쇼는 상업 목적으로 변질되고 있다. 상업화의 맨 앞에 삼성과 LG, 스포츠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있다.

▲ 2008년부터 시작한 김연아의 ‘올댓스케이트 갈라쇼’의 메인 스폰서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갈라쇼 티켓의 대부분을 선점해 삼성전자 제품을 구입한 고객이나 회사 관계자 등 VIP고객들의 사은 선물로 활용하고 있다. 6월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2013년 갈라쇼는 키스앤크라이존이 무려 33만원, SR석이 22만원이고 R석이 16만5천원으로 웬만한 해외 라이선스 뮤직컬보다 훨씬 비쌌다. 가장 저렴한 티켓은 체육관 가장 상단, 즉 선수 얼굴도 구분하기 어려운 B석 3만3천원.

2008년부터 시작한 김연아의 ‘올댓스케이트 갈라쇼’의 메인 스폰서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갈라쇼 티켓의 대부분을 선점해 삼성전자 제품을 구입한 고객이나 회사 관계자 등 VIP고객들의 사은 선물로 활용하고 있다. 6월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2013년 갈라쇼는 키스앤크라이존이 무려 33만원, SR석이 22만원이고 R석이 16만5천원으로 웬만한 해외 라이선스 뮤직컬보다 훨씬 비쌌다. 가장 저렴한 티켓은 체육관 가장 상단, 즉 선수 얼굴도 구분하기 어려운 B석 3만3천원.

이 정도면 본 경기 직후에 ‘응원해준 관객들을 위한 축하쇼’라는 갈라쇼의 당초 취지는 완전히 무색해졌다. 삼성전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모델인 김연아의 주가를 한껏 띄우고 고객들에게 좋은 사은선물을 제공하는 기회로 삼은 것이고,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는 여전히 아마추어선수인 김연아를 통해 비공식 방법으로 프로선수 이상의 수익을 올리게 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 되는 것.

갈라쇼의 내용도 점점 화려해 지고 있다. 33만원이나 내고 들어간 손님에게 “감사합니다” 한마디 하고 나올 수는 없고 TV에서 봤던 경기를 다시 보여줄 수도 없으니 볼쇼이 아이스쇼 이상의 ‘쇼’를 준비한다. 화려한 의상에 화려한 안무로 이게 과연 스포츠인지 쇼인지 헛갈리게 되는 것. 말 그대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쇼’가 되어 가는 것. 1990년대를 풍미했던 WWF 레슬링처럼 스포츠의 형식을 띠기는 했지만 실상은 완전한 ‘쇼’프로그램처럼 변질되고 있다.

종목은 다르지만 제 2의 김연아라 불리는 리듬 체조의 손연재 선수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생소했던 리듬체조분야에 갈라쇼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말이다. 김연아 선수의 2013년 갈라쇼보다 2주 앞서서 고양체육관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LG전자의 후원을 받으며 진행했고, 갈라쇼의 내용도 리듬체조 보다는 ‘살사댄스쇼’에 가까운 내용으로 채웠다.

주최자 입장에서 이런 갈라쇼의 상업화에 대해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러시아와 캐나다에서 큰돈이 들어가는 전지훈련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국가 지원은 다른 국가대표와의 형성평 문제로 어려우니 이런 행사를 통해서라도 그런 비용을 충당해야 하고, 후원하는 기업들을 위해 뭔가 활동을 해야 하니 스포츠의 순수성을 조금 훼손하더라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일 것.

물론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스포츠와 쇼, 아마추어와 프로 이런 구분들이 점차 무너지는 현실이 조금 어지러운 것이고 수영의 박태환처럼 상업화하기 어려운 스포츠의 남자선수들은 더욱 소외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설 뿐이다.

하긴 누가 알겠나. 조만간 박태환 선수와 동물원의 돌고래가 함께 ‘갈라쇼’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 않나. 스케이트와 체조도 저렇게 망가졌는데 수영이라고 못할게 뭔가.

김범우 광고회사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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