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슈퍼맨 아빠가 별이 곁에는 수 없이 많이 있습니다. 천안의 아빠 동료들이 이제부터 모두가 별이 아빠가 되기로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에어콘을 세상에서 제일 잘 고치는 아빠, 요리를 제일 잘 하는 아빠, 야구를 제일 잘 하는 아빠, 노래를 제일 잘 부르는 아빠 모든 아빠들이 모여 오늘 별이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해 주기로 모였습니다.”

12월13일,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의 딸 별이가 첫 생일을 맞았다. 열사 투쟁을 함께하는 이들이 직접 별이의 생일잔치를 열었다. ‘별이 빛나는 돌잔치’. 아빠는 별이의 생일잔치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대신 수십 명의 아빠들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웠다. 이날 최종범 열사의 동료들은 ‘별이 아빠’가 돼주겠다 약속했다. 

아직도 묵묵부답인 삼성으로 인해 열사의 장례를 치르지 못한 가족들은 돌잔치를 하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열사대책위가 돌잔치를 준비했다.  이날 삼성 본관 앞에서 농성을 하느라 열흘이 넘게 아이를 보지 못한 열사의 부인도 아주 오랜만에 별이를 품에 안았다.

▲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예수회센터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최종범 열사의 딸인 '별'이의 돌잔치가 열린 가운데 최종범 열사 동료가 별이를 위한 축하공연을 보이고 있다. 노동과세계=변백선
13일 오후 3시 예수회센터 중강당에 모인 사람들은 별이의 생일을 축하하며 앞으로 별이가 자라는 과정을 함께하겠다 마음을 모았다. “별이 아빠가 이 땅 노동자들에게 투쟁하라는 별이 된 것 처럼, 작은 아이 별이는 우리 모두의 반짝이는 별이다.” 이날만큼은 모두가 별이의 첫 생일을 축하하며 박수치고 별이의 모습에 한껏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반드시 열사의 뜻을 이루겠다는, 별이에게 열사의 뜻처럼 변한 세상을 만들어주겠다는 각오를 다시금 다졌다. 

생일잔치에서 열사와 함께 일했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천안두정센터 윤태수 조합원이 별이에게 편지를 썼다. 윤 조합원은 “이젠 조금 있으면 어린이집도 가야되고 유치원도 다니게 될텐데 네가 걸어갈 앞으로의 모든 생에서 우리 아빠들은 늘 함께 할거란다. 너는 절대 혼자가 아니며 어느 곳에 있든 우리 아빠들의 사랑이 늘 함께 하며 너를 지키고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마음을 전했다.

▲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예수회센터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최종범 열사의 딸인 '별'이의 돌잔치가 열린 가운데 별이가 돌잡이를 하고 있다. 노동과세계=변백선
윤 조합원은 “아마도 나중에 우리 별이가 물어 보겠지 "아빠들 왜 별이는 아빠가 이렇게 많아요?" 라고 물을 때 별이 진짜 아빠가 얼마나 훌륭한 분이신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는지 설명해 줄 수 있도록 아름다운 세상 만들어 놓을께”라고 약속했다. 천안두정센터 조합원들은 최종범 열사가 생전 좋아했던 노래인 ‘나는 나비’ 공연을 하고, 산타옷을 입고 등장해 별이의 생일을 축하했다.

이날 생일잔치에는 준비한 자리가 장소가 꽉 찰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생일잔치 장소, 음식, 각종 물품도 열사의 뜻을 지키는데 함께하겠다는 뜻을 가진 사람들의 후원으로 준비했다. 별이에게 많은 선물도 전달했다. 길벗한의사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녹색병원 등은 별이 건강을 위한 무료진료를 약속했다. 어린이책 작가모임과 출판사에서는 정기적으로 책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국여성농민회 언니네텃밭은 별이네 집에 유기농 야채를 지원한다. 현대차아산사내하청지회는 유모차를, 현대차 정규직,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모금을 해 별이네에 자동차를 선물했다.

▲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예수회센터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최종범 열사의 딸인 '별'이의 돌잔치가 열린 가운데 별이의 어머니인 이미희 씨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 노동과세계=변백선
열사의 부인과 형, 누나 등 가족들도 이 자리에 참석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둘째 형 최종호씨는 “종범이가 죽음을 택했을 때 가장 마음 아파했을 것이 바로 별이다. 동생 떠나고 많은 분들이 대신 돌잔치를 열어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최종호씨는 “동생이 별이를 버리고 떠난게 아니라 별이를 위해 선택한 것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싸움을 동생이 감사한 마음으로 보고 있을 것 같다. 가족들도 동생 뜻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열사의 부인은 “많은 분들 배려 덕에 농성을 하면서 별이 돌잔치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별이 아빠가 돼주셔서 감사하다”며 “오늘은 남편도 하늘에서 웃으면서 지켜보고 있을 것 같다. 격려해주신대로 힘 내겠다. 별이 이쁘고 사랑스럽게 키우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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