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이 글은 2013년 11월26일자 ‘<한겨례> 33면 [왜냐면] 보수신문들의 발레오경주공장 왜곡 / 신시연’ 이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612644.html

10월31일자 조선일보 1면에 “애써 살려놓은 회사 문 닫지 않게 민노총 탈퇴시켜 주세요, 제발…”이라는 기사가 톱으로 실렸다. 기사는 “발레오전장 노조위원장의 호소, 3년 전 극심한 노사분규·직장폐쇄 새 노조 만들어 흑자회사로 재기 금속노조의 ‘새 노조 무효’ 소송에 1·2심 연속 패소… 회사가 다시 술렁인다”는 내용으로 실렸다. 다음날 동아일보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냈다.

경주의 조그마한 공장소식이 전날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보다 더 큰 비중으로 실린 것이다. 이들 자칭 ‘메이저급 신문’들이 왜 이러는 걸까? 왜 이런 기사가 연일 실리고 톱기사로 까지 나온단 말인가? 의심의 여지가 많다. 발레오 경주공장의 현실과 전혀 다른 신문의 왜곡과 편인 내용을 지적한다.

발레오자본이 2010년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를 파괴하고 창조컨설팅과 짜고 만든 불법적인 노조가 ‘발레오전장노조’다. 금속노조 투쟁 유도, 직장폐쇄, 노조 무력화, 사용자가 개입한 기업노조 설립, 금속노조 조합원 해고하는 일명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표본이 발레오 경주공장이다.

회사와 기업노조의 만행에 벗어나고 싶은 현장 조합원들의 간절함이 현재 공장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빨리 대법원에서 기업노조가 불법노조로 판결나고 금속노조의 단체협약을 되찾고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간절함에 술렁이고 있다.

“빨리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발레오자본이 겁을 먹고 다시 공장철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노조와 노동자를 길들이기 위한 자본의 엄살과 협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0년 직장폐쇄 때, 기업노조를 만들 때, 단체협약을 백지위임 받을 때도 자본은 항상 공장철수를 이야기 했다. 외국자본의 공장철수 이야기는 노동자를 압박하는 술책에 불과하다. 떠날 놈은 말없이 떠난다.

이런 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불법 기업노조는 설립신고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단체협약을 자본에 백지위임했다. 발레오자본은 “기존 근로조건을 저하시킬 수 없다”는 ‘노동법의 기본원칙’마저 무시하고, 각종 복지를 축소, 상여금과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각종 수당을 폐지, 축소하는 등 1인당 년 1천만 원이 넘는 임금을 빼앗았다. 수익이 남으면 25%를 성과급으로 돌려주겠다는 얄팍한 꼼수를 제시했다. 먼저 모든 직원들의 임금을 뺏은 뒤 말 잘 듣는 직원은 주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은 주지 않는 차등성과급제로 직원을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 소위 '화랑대교육' 이란 이름으로 노동자들에게 한 관리자가 '한강철교'라는 체벌을 지시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평균 성과급으로 1인당 1,490만원을 지급했다. 최상위 등급은 2,980만원을 받았고 최하위 등급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최하위는 1,000만원이 넘는 자녀 학자금도 지원받지 못했다. 최상위와 최하위의 격차가 4,000만원 이상이다. 자본은 돈으로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 2010년 직장폐쇄 당시 7,000만원 넘는 연봉을 받는 노동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며 귀족노동자와 강성노조의 이미지를 부각하던 회사가 아직도 연봉 7,000만원을 주니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

발레오자본과 기업노조의 진심은 이것이다. 2009년 연매출 3,067억원, 영업이익 39억원에서, 2012년 연매출 5,314억원, 영업이익 439억원으로 자본의 이익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임금 강탈, 정년 축소, 임금피크제, 복지 축소·폐지 등 단체협약을 개악하고 노동강도를 높여 노동력을 최대한 착취해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 해놓은 것이 법원의 판결로 물거품이 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1,2심 재판에서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만든 ‘발레오전장노조’가 불법노조로 결정 나자 2심 결정 이후 지난해 12월 다시 ‘발레오경주노조’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저들이 만든 ‘발레오전장노조’가 정당하다면 한순간에 ‘발레오경주노조’로 바꿀 이유가 없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복원

자본의 편에 서서 앞에 나서 노동자, 현장에서 묵묵히 일만하는 조합원을 개인적으로 만나면 “미안하다. 힘내라. 먹고 살려다보니 이렇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이야기한다. “법원의 결정이 빨리 나길 바란다”며 금속노조와 해고자들을 응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의 만행은 임금과 단협 개악만이 아니다. 무급휴직, 정직, 해고, 부당인사발령(TFT팀 발령), 강제봉사활동, 용역감시, CCTV감시, 미행, 공장 출입문 초소설치, 사진 채증, 지문인식기 설치, 화랑대 교육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권탄압과 노동탄압을 자행했다.

TFT팀이란, 사용자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통상임금 소송을 하는 등 발레오자본에 저항하는 직원들을 모아 풀 뽑기, 페인트 칠, 화장실 청소 등을 시키고 연장근무와 특근을 통제하고, 성과급은 주지 않는 별도로 만든 부서다. 화랑대 교육이란, 교육을 빙자해 직원들을 공장 내에 2박3일 동안 숙박 시키면서 해고자 탄압 아이디어 내기, 오리걸음, 피티체조, 한강철교, 집단줄넘기, 암기테스트 등 예전 군대에서나 있을 법한 체벌행위를 포함한 교육을 말한다. 이런 체벌행위가 문제가 되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사건으로 처리 중이다.

이런 비인간적인 체벌과 차별성과급 등 예전 같지 않은 현장분위기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발레오자본과 함께 놀아나고 있는 몇몇 말고 발레오경주공장의 현실을 좋아하는 노동자는 없다. 다수가 불만과 분노가 있지만 단지 말을 하지 못하고 저항하지 못할 뿐이다. 오죽하면 정년축소로 조기 정년퇴직한 직원들이 분노에 치를 떨며 빼앗긴 임금에 대해 소송을 하겠는가?

현실이 이런데 누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게 해달라고 한단 말인가? 몇몇 자본의 앞잡이들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하는 말일 뿐이다. 친일파들이 독립을 두려워했듯 자본과 앞잡이들이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두려워하고 있을 뿐이다. 나라를 빼앗긴 민중이 독립을 원하듯 발레오경주공장의 현실은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복원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것이 발레오 경주공장의 진정한 현실이다. 왜곡되고 편향적인 언론들의 잘 못된 기사를 올바른 노동자의 눈으로 직시해야한다.

신시연 /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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