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낮, 금속노조 사무처 동지들도 설 명절을 보내기 위해서 한 사람 두 사람 서로 인사를 나누고 길을 나섰다. 나도 업무를 정리하고 길을 나서야 하는데 다행히(?) 4촌 형님이 서울에 계신지라 설 차례는 여기서 지내고 울산으로 갈 요량이니 한 이틀 여유가 좀 생겼다.

2주 전에는 경주에 하루, 대구에 하루 오르내리느라 바빴고, 지난 주에는 10일, 11일 이틀 동안 광주전남 지역 사업장을 찾았다가 11일 밤 늦은 시간에 서울에 도착을 했다. 금속노조 위원장이 서울 사무실에 머물러 있는 시간은 별로 없다. 지역을 다녀오면 책상 위에는 늘 결제할 서류들이 쌓여있고 “보고할 게 있습니다”, “이야기 할 것 좀 있습니다”, “원고 마감이 다 되었습니다” 늘 이 모양이다.

10일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해서 목포에 있는 보워터코리아 지회에 들렀는데 정문 옆에 공고문이 하나 붙어있었다. 뭔 내용인지 가까이 가서 읽어보았다. ‘노동조합 활동 방해금지 가처분 결정문’이란 거다. 이게 뭔가? 간단히 정리하면 회사쪽이 노동조합 지회사무실에 전기도 끊고 수도도 끊고 지회 업무용차량 출입도 중단시켜 버리는 등 정당한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법원이 중단 할 것을 명령한 결정문인 것이다.
‘법원에서 회사 측에게 노조활동 방해하지 말라고 판결을 해?’

▲ 보워터코리아 조합원들. 보워터코리아지회 홈페이지 제공.
내가 노동조합활동 20년 넘게 해 왔지만 이런 결정문은 처음 본다. 그러나 지회에 들어가서 회사가 그동안 저질러온 노동탄압(노무관리) 실상을 확인하고 나니 오죽하면 이런 결정문까지 나왔겠나 싶다. 이와 관련해서는 추후 우리 선전홍보실에서 취재해 여러분께 알려주리라 믿는다.

보워터코리아를 나와서 광주 금호타이어지회에 들러 자본의 구조조정계획에 대한 지회의 대응안을 확인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광주전남지부 정기대의원대회에 참석을 했다. 그리고 기아자동차지부 광주지회에 들러 지회장님과 간부들이 모여 간담회를 하고 다시 금호타이어 지회 간부들 간담회, 지역지부 간부들과 식사를 겸한 간담회를 끝으로 하루를 마쳤다.

이튿날(11일) 아침부터 캐리어지회 정특위와 간부들 간담회, 광양비정규직지회 간부들 간담회, 하이스코 정규직지회 간부 간담회, 현장순회를 했다. 도중에 경비대와 사측간부들이 현장출입을 가로막는 바람에 시비가 있었지만 지회 간부들이 처리했다. 그리고 하이스코 비정규직 지회 간부들 간담회를 마지막으로 1박2일간 광주전남 지역 투쟁사업장 간담회를 마쳤다.

자본의 악날한 탄압, 치밀한 노조파괴책동, 구조조정에 대한 공포, 완강하게 저항하는 동지들, 쏟아지는 금속노조에 대한 제안과 따가운 비판, 현장을 찾아 직접 전해듣고 전달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마음으로 새기면서 금속노조의 갈 길을 정리하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12일 있었던 쌍용차 동지들의 재판결과 한상균 지부장님 4년, 그 외 7명의 동지들에게 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그리고 11명의 동지들이 집행유예로 석방되었다. 금속노조 조합원 중 오늘 석방된 11명의 동지들을 빼면 18명의 동지들이 이번 설 명절을 감옥에서 보낸 셈이다. 그리고 42개 사업장에서 아직도 투쟁이 진행 중이다. 감옥에서 현장에서 가족과 생이별 하고 투쟁하는 동지들을 생각한다.

박유기 / 금속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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