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기금 마련을 위한 일일주점을 준비하고 있는 경기지부 포레시아지회(지회장 송기웅). 지회 소식을 들은 지 한참 됐다. 농성장 방문 약속을 잡으려 송기웅 지회장에게 전화하니 마침 선전전 일정이 있다며 서울 영등포역에서 보자고 한다.

11월13일 오전 11시 역 앞에 포레시아지회 조합원뿐만 아니라 부산의 풍산마이크로텍지회와 이미 복직을 쟁취한 시그네틱스분회 조합원까지 함께 있었다. 정리해고 사업장 스스로 문제해결을 호소하는 대시민 선전전을 매주 수요일마다 벌인다고 한다.

▲ 11월13일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선전전을 마친 포레시아지회 간부들. 왼쪽부터 황수현 총무부장, 이병운 조직부장, 송기웅 지회장, 구선희 사무장. 이 조직부장을 제외하고는 정리해고 통에 혼기를 놓쳐 모두 미혼이라며 웃는다. 김형석

프랑스계자본인 포레시아는 지회와 고용안정협약을 맺고 2008년 경기도 화성 장안공단으로 공장을 이전한 뒤 정리해고와 복수노조, 노조탄압 등으로 조합원을 옭아맸다. 결국 2009년 5월 회사는 경제위기를 핑계로 구조조정을 단행, 금속노조 조합원만 대규모 희망퇴직 시키고 불응한 21명은 정리해고 했다.

송기웅 지회장은 “해고투쟁 중인 조합원은 19명이고 공장 안에서 한국노총 조합원 200대 우리 조합원 7로도 잘 버티고 있습니다”라고 담담히 말하지만 재직중인 조합원은 온갖 탄압과 차별을 받고 있다. 이들은 단체협약이 없다는 이유로 4년째 변하지 않는 임금과 복지에 왕따와 폭언,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조합비에 더해 매월 10만원씩 꼬박꼬박 투쟁기금을 보태고 있다.

장기투쟁 와중에 아픔도 많았다. 해고 조합원 중 한 명은 위암 2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 중에 있다. 또 다른 한 조합원은 파키슨병을 앓아 쉬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재정문제다.

▲ 11월13일 영등포역 앞 선전전에서 포레시아지회 이병운 조직부장이 시민들에게 정리해고 상황을 알리고 있다. 지회는 매주 수요일 영등포역 선전전을 진행한다. 김형석

“극구 해고투쟁을 말리는 부인에게 한 두 해면 끝난다고 설득했지만 투쟁이 길어지면서 결국 갈라설 수밖에 없었습니다”라고 털어놓은 이병운 조직부장은 “낡은 차에서 먹고자는 저를 보다 못한 애들이 부인을 달래 지금은 집에 자주 들어가지만 가장 역할을 못하는 것이 가슴 아프죠”라고 말했다.

다행히 포레시아지회는 지난 2011년 7월 고등법원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복직판결을 받아냈다. 회사는 판결이 뒤집어지자 교섭을 재개해 실무교섭까지 진행했지만 마지막에 지회사무실제공을 거부하는 바람에 타결이 무산됐다. 지회는 당장의 복직보다는 민주노조사수를 택한 셈이다.

정리해고와 노조탄압 공격이 들어오기 전에 대비해야 할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 묻자 송 지회장은 망설임 없이 “끊임없는 교육과 조합원 간의 소통으로 건강한 활동가를 육성했어야 합니다. 조합원이 직접 지역의 투쟁사업을 방문해 눈으로 확인하고 느껴야 해요”라고 지적하며 “조합원이 흩어지지 않고 단결하고 있다면 시간이 걸릴지언정 정리해고 공격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진단했다.

이 조직부장도 “회사는 기를 쓰고 조합과 조합원의 약한 틈새를 뚫고 들어오려합니다. 이 같은 공략을 사전에 최대한 차단하려면 조합원의 단결과 지회 영향력을 키워야죠”라고 말했다.

▲ 11월13일 영등포역 앞 정리해고문제 해결 대시민 선전전을 마친 정리해고 사업장 조합원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선전전에는 포레시아지회를 비롯해 풍산마이크로텍지회와 시그네틱스분회가 참석했다. 김형석

그간 노조에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 묻자 황수현 총무부장은 “서운함이요? 금속노조가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요”라면서 “오히려 한 공장 안에서 등지고 벽을 쌓은 옛 동료들한테 서운하죠. 그래도 형님들이 버텨주니 고마울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조직부장은 “공장에서 쫓겨난 뒤 지부와 노조의 도움이 제일 컸습니다”라면서도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버티는 정리해고 사업장에 노조 임원이 한번 들려 얼굴이라도 비추거나 전화 한 통화라도 해서 격려해주면 그게 힘이 되는 거죠”라고 덧붙였다.

장기투쟁사업장은 법률비와 생계비 등으로 항상 재정문제에 부딪힌다. 이럴 때 노조와 지역의 역할이 커진다. 송 지회장은 “경기지부 조합원들이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해 1인당 2만원씩의 투쟁기금을 모았어요. 노조의 신분보장기금 지급이 끝난 우리 같은 장기투쟁사업장에게 이게 정말 큰 힘이 됐어요”라고 소개하며 “경기지부는 끈끈한 정이 있어요. 투쟁기금뿐만 아니라 겨울엔 김장을 담가 나누기도 하죠. 이 때문에라도 싸워서 승리를 마련해야한다는 결의를 하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매주 경기도청과 서울 영등포역 앞 선전전, 노동부 앞 1인 시위를 진행하는 포레시아 지회는 법률 비용 등 투쟁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11월29일 17시부터 23시까지 수원역 인근 옐로이웨딩에서 일일주점을 연다.

구선희 사무장은 “장기투쟁 사업장이라면 어디나 조직 내에서 잊힐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요. 일일주점에 많이 오셔서 포레시아지회가 아직도 싸우며 민주노조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서로 확인하길 바랍니다”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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