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연둣빛 새순이 돋는 봄이 오고 있습니다. 연말연초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2012년을 돌이켜보면 기억해야 할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 중에 민주노총 문화국이 몇 달간 공석이었다는 것은 참 아픈 기억입니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아님에도 함께 머리 맞대고 노동문화를 이야기하던 문화 활동가 입장에서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11월11일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는 민주노총 역사상 처음으로 문화국 담당자 없이 치렀다. 지난봄에 공석이 됐는데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예 문화국 정원을 없애려는 듯 보인다. 그나마 남아있는 현장문화가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일 듯. 노동문화를 졸로 보는가’라고 격분하기도 했었습니다. 화가 났다기보다 심각한 위기의식이 앞선 나머지 거친 언사를 SNS에 했었지요. 빠른 시일 내에 담당자를 구하라는 성명서라도 낼까 궁리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꽃다지에 들어왔을 때 몇 달 간 신입교육을 받으며 인상 깊었던 것 중의 하나가 ‘노동문화(민중문화라고도 했지요.)의 3주체’라는 말이었습니다. ‘노동문화를 구성하는 3주체는 창작자(전업적인 문화단체), 유통자(문화국), 수용자(문화패)가 서로 피드백하며 노동문화를 완성하는 횡적․능동적인 관계이다. 함께 문화를 만들고 수용하는 소통 그 자체가 노동문화이다’라는 설명처럼 한때 3주체들이 활발히 소통하며 함께 노동문화를 일구기 위해 애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3주체의 만남과 문화국의 독자적인 문화 사업은 점점 줄어들고 어느새 섭외하고, 받는 갑을의 관계처럼 변화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종종하고 있던 상황에서 문화국의 담당자가 몇 달째 공석이라는 소식에 위기의식이 더 컸나 봅니다.

▲ 민주노총뿐만 아닙니다. 지역노조는 물론 각 산별노조 중앙, 지부, 지회에 문화담당자가 없는 곳이 수두룩합니다. 지난 10여 년간 문화담당자는 점점 사라지고 다른 부서에서 겸직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있더라도 덩그러니 혼자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회 문화제 치르기도 바쁜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문화패들을 조직하고 노동자들과 만나 노동문화를 만드는 일상사업은 언감생심일 것입니다.지난해 11월11일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문선대가 거리 율동문선을 하고 있다. 신동준

민주노총뿐만 아닙니다. 지역노조는 물론 각 산별노조 중앙, 지부, 지회에 문화담당자가 없는 곳이 수두룩합니다. 지난 10여 년간 문화담당자는 점점 사라지고 다른 부서에서 겸직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있더라도 덩그러니 혼자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회 문화제 치르기도 바쁜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문화패들을 조직하고 노동자들과 만나 노동문화를 만드는 일상사업은 언감생심일 것입니다.

몇 년 전에 한 문화 활동가가 노동문화를 만들겠다며 야심찬 포부를 갖고 지역노조의 문화국에 ‘취직’을 했습니다. 6개월 쯤 흘렀을 때 만난 그에게 어떤 사업을 하고 있냐고 물으니 한숨 섞인 그의 하소연이 이어졌습니다. “문화국에 들어올 때 일주일에 문화패 세 개 정도 꼭 만나는 등 노동문화를 강화하기 위한 일상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노동문화가 이렇게 유야무야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문화국에 들어온 건데, 집회 몇 군데 진행하고 회의 몇 개 하면 일주일이 다가버린다. 도저히 일상적으로 문화패를 만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나질 않는다.” 지금 현재의 문화담당자 인력으로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노동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할 겁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문화담당자를 1명씩 늘려보자고 제안해봅니다. 사람이 있어야 사업을 하나 더 벌이면서 현장과 좀 더 밀착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21세기에 맞는 노동문화를 만드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 노동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할 겁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문화담당자를 1명씩 늘려보자고 제안해봅니다. 사람이 있어야 사업을 하나 더 벌이면서 현장과 좀 더 밀착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21세기에 맞는 노동문화를 만드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난해 11월11일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문선대가 공연하고 있다. 신동준

노동문화라는 말이 점점 옹색해진다는 것은 그냥 문화제 프로그램이 취약해진다는 말이 아니라는 건 아실 겁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노동하는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나는 문화가 풍성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운동 역시 이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바탕을 더욱 탄탄히 하는 일이라고 믿기에 제안합니다.

없다고 움츠러들면 더 작아지기만 할 겁니다. 자본도 권력도 없는 노동자들은 쪽수가 힘, 단결이 무기, 버티면 이긴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 바탕에 노동문화가 함께 한다면 더욱 즐거운 투쟁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해 3월 아주 오랜만에 민주노총 문화국에서 진행한 사업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함께 살자 1-10-100 캠페인’의 일환으로 노래, 율동 각종 ucc 공모전이라는 문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민주노총이 국민적 대중운동으로 ‘함께 살자 ! 행동 1-10-100’(한번에 10대 우선 노동입법과제를 19대 국회 개원 100일 안에 쟁취하자)을 실시할 것을 의결하면서 그 일환으로 시행된 사업으로 꽤 신선한 발상이라고 생각해 반가운 마음으로 꽃다지도 참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민주노총 문화 사업으로 꽤 큰돈을 들였지만 대중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못한 채 막을 내렸습니다습니다. 그때 만들어진 다섯 곡은 민주노총 문화국에서 구할 수 있으니 요청하기 바랍니다. 현장 문화패들이 공연할 때 가장 필요한 반주도 제공하고 있으니 요긴하게 쓰면 좋겠습니다.

꽃다지 음악감독 정윤경이 만들고 꽃다지가 부른 ‘혼자 울지 말고’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민주노총의 의뢰를 받고 고심하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청년 노동자 특히 청년유니온을 생각하며 작업한 노래입니다. 뒤늦었지만 이 곡에 맞추어 춤을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꽤 재미있는 박진감 넘치는 춤을 출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연실황 보러가기 http://www.youtube.com/watch?v=i-S1Jr4tHkk

혼자 울지 말고

정윤경 작사 / 정윤경 작곡/ 꽃다지 노래

이게 뭐야 시급이 사천오백팔십 원이 뭐야
짜장면 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모르나봐
이게 뭐야 시급이 사천오백팔십 원이 뭐야
누군가 말려줄 사람이 필요해 누군가

매일매일 8시간 이상을 일하고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와
내가 몽유병이 있나 밤새 쇼핑을 했나 자고 나면 빚이 늘어나있어
이게 사는 건가 이게 사는 건가 이게 사는 건가

미래는 커녕 희망도 보이질 않지 이대로라면 나는 못살거같아
내가 뭘 잘못한 건가 내가 죄를 지었나 정부는 대체 뭘 하고 있는지
이게 나라인가 이게 나라인가 이게 나라인가

죽기 전까지 살아있는거야 내 몸속 어딘가 숨어있는 용기를 꺼내어
무장을 할꺼야 힘을 낼꺼야


매일매일 8시간 이상을 일하고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와
내가 몽유병이 있나 밤새 쇼핑을 했나
자고 나면 빚이 늘어나있어

미래는커녕 희망도 보이질 않지 이대로라면 나는 못살거같아
내가 뭘 잘못한 건가 내가 죄를 지었나
정부는 대체 뭘 하고 있는지 이게 사는 건가 이게 나라인가 이게 사는 건가

난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
내 인생을 위해서 싸워야 할테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 힘을 모으자
혼자 울지 말고 혼자 울지 말고

죽기 전까지 살아있는거야 내 몸속 어딘가 숨어있는 용기를 꺼내어
무장을 할꺼야 힘을 낼꺼야

민정연 <꽃다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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