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70원. 지난 달 우리 집에서 사용한 전기 138Kw의 요금이다.

지지난 달에 이사를 한 후 처음 한 달을 채운 고지서를 받은 건데 살펴보니 전에 살던 가족이 사용했던 전기의 반 정도에 불과한 양이다. 아이 둘 있는 4인 가족에 살림규모도 비슷해 보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나지 싶어 남들은 어떤 가 알아보았다.

3~4인 가족 평균 전기사용량이 300Kw 정도라고 한다. SNS에 이 이야길 올렸더니 지인들 대부분 우리 집 보다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어 아끼는 비결을 물어올 정도였다. 여름은 에어컨 때문에 겨울엔 난방기 때문에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집들도 있고, 누진세 때문에 요금 수준이 아예 몇 십만 원대인 집들도 있었다.

▲ 우리 집에 처음 온 사람들이 의아해할 정도로 모든 콘센트에 어김없이 멀티탭이 꽂혀 있다.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코드를 꼽고 빼는 게 번거로운 세탁기나 텔레비전, 컴퓨터, 모뎀 등 가전제품의 대기전력을 잡기 위해서다. 한국전기연구원에 따르면 가정의 전기 사용량 중 6% 정도가 대기전력으로 버려지고 있고 이를 전국으로 환산하면 500MW 화력발전소 한 기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하니 무시할 수 없는 양이다. <자료사진>

우리 집의 비결이라면 일단 24시간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건 냉장고 한 대 밖에 없다는 거다. 요즘은 김치냉장고에 냉동고까지 있는 집들도 많아 24시간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가전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전기제품을 쓰지 않더라도 24시간 전기가 새나가는데 바로 대기전력 때문이다.

우리 집에 처음 온 사람들이 의아해할 정도로 모든 콘센트에 어김없이 멀티탭이 꽂혀 있다.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코드를 꼽고 빼는 게 번거로운 세탁기나 텔레비전, 컴퓨터, 모뎀 등 가전제품의 대기전력을 잡기 위해서다. 한국전기연구원에 따르면 가정의 전기 사용량 중 6% 정도가 대기전력으로 버려지고 있고 이를 전국으로 환산하면 500MW 화력발전소 한 기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하니 무시할 수 없는 양이다.

가전제품도 적고 멀티탭도 사용하고 있지만 1만원대 전기요금 일등공신은 뭐니뭐니해도 바로 전기밥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가정에서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고 하루 종일 남은 밥을 보온해 놓는다. 이렇게 한 달을 살면 약 64Kw의 전기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가정의 월 평균 사용량인 300Kw의 1/5에 해당하는 양이다. 우리 집에선 손님들이 여럿 왔을 때에만 전기밥솥을 쓰고 보통은 늘 작은 압력솥을 가스불에 올려 밥을 한다. 먹을 양만 짓기 때문에 밥이 남아 보온할 일도 없다.

전기밥솥은 크기는 작지만 대용량 냉장고보다도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 전국 모든 가정에서 전기밥솥의 보온기능만 사용할 경우를 가정해 계산해 보면 보온기능 만으로 58억8천만kWh의 전기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노후한 고리 1호기 핵발전소의 연간 생산량 약 47억kW를 웃도는 양이라고 한다. 즉 전기밥솥 보온기능만 쓰지 않아도 고리 1호기를 멈출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몇 해 전부터 환경단체들은 절전소 운동을 하고 있다. 절전소 운동은 전기를 아끼는 개인들이 모여 얼마만큼 전기를 줄였는지 계산해보고 서로의 절약 노하우도 나누고 에너지문제에 관해 같이 고민해보며 생활방식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운동이다. 절전소는 눈에 보이는 공간이나 건물은 아니지만 내가 전기를 줄이면 그만큼 다른 이가 사용할 전기가 남는 셈이니 절전이 곧 발전이다.

일본에선 절전소 운동을 통해 줄인 양만큼의 전기요금을 다시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일에 투자하여 정말 절전을 통해 발전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절전소 운동은 더욱 확대되고 있고 서울시는 에너지절약 슬로건을 아예 핵발전소 1기 줄이기로 잡았다. 전기절약이 단순히 돈의 문재가 아닌 기후변화와 핵발전소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반가운 일이다.

정명희 / 녹색연합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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