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바닥났다매? 이제 우짤낀데?”
대표적인 장기투쟁사업장 중 하나인 포항 진방스틸지회(지회장 이기형) 조합원들은 최근 회사 관리자의 이 같은 조롱에 시달린다고 한다. 관리자 중에는 노동조합 활동을 했던 사람도 있어 금속노조의 장기투쟁 노동자 생계지원 기금이 부족한 현실을 알고 조합원 흔들기에 나선 것이다.

‘돈 없이 굶어봐야 노동자들이 정신 차린다’는 ‘정신’으로 무장한 회장 때문에 직장폐쇄, 단협해지, 정리해고, 손배가압류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노동탄압에 맞서고 있는 진방스틸 지회. 하지만 2008년 1차 정리해고가 발생하기 전에 결의한 ‘절대 개별화 되지 말자’, ‘임금 못 받게 되면 똑같이 나눠 쓰자’는 약속을 아직까지 흔들림 없이 지켜가며, 78명의 조합원이 이탈자 없이 장기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모범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 지난 해 6월10일, 포항지부가 노조탄압 분쇄와 2009년 투쟁승리를 위한 지부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이기형 지회장은 앞서 소개한 관리자의 조롱이 도리어 노조의 ‘장투기금’의 위력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라 보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 가장 위력하다고 생각하는 ‘굶겨서 정신 차리게(?) 하는’ 공격을 노조의 이 기금이 무력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회장은 “노동조합에 장투기금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자본은 큰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그만큼 우리에겐 강력한 투쟁 무기가 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생계를 보조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곳 진방스틸에는 작년 12월부터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한 직장폐쇄가 시작돼, 조합원 78명 전원이 길거리로 내몰린 상태다. 현재는 26명의 조합원이 기금 지급 대상자인데, 최근 기금부족으로 50만원씩 밖에 지급이 안 됐다. 결국 1천3백만원으로 78명이 나눠 써야 하는 상황. 조합원 한 명당 17만원도 안 돌아간다. 이 지회장은 “3년간 투쟁하면서 형제보다도 더 끈끈해 졌기 때문에 돈 때문에 동지 잃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마땅한 생계투쟁거리가 없어 갑갑한 상황이긴 하다”고 걱정을 털어놨다.

진방스틸지회를 비롯해 전국에 있는 20여개의 장기투쟁사업장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처지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 하에서 장기투쟁으로 내몰리는 사업장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장기투쟁사업장’의 존재는 금속노동자와의 싸움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본에게 각인시키고 있는 15만의 선봉부대나 다름없다. “선봉대라면 선봉에서 싸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필요합니다”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의 한목소리로 호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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