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라고 부를 때에도, 이름만 바꾼 4대강 살리기라고 할 때에도 이 사업을 반대하는 이들이 줄곧 예언한 몇 가지가 있다. 강바닥을 파내면 강이 무너지고 짧은 공사기간은 부실공사를 낳고 강물을 가두면 썩는다. 그리고 이런 일을 진행한 이들은 결국 청문회에 불려나가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 제방이 무너진 상주보. <녹색연합>제공
준설작업이 거의 마무리되었던 작년 여름 장마가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4대강 곳곳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근대문화유산인 낙동강 왜관철교가 붕괴되었고 상주보 하류의 제방이 무너졌고 칠곡보의 어도와 제방도 유실되었다. 남한강 강천보 일대에선 임시물막이, 낙차공 등이 무너져버렸다. 이계천, 광암천, 감천, 병성천, 한천, 금당천, 소양천 등 지천 곳곳에선 역행침식이 일어났다. 역행침식은 강바닥을 파헤치는 준설로 인해 본류와 지류 사이에 높이차이가 발생해 유속이 빨라지면서 강바닥과 강기슭이 침식되는 것을 말한다. 역행침식을 막는다고 하상보호공을 설치하지만 이 하상보호공 마저 유실되는 일이 빈번했다. 비 피해를 막겠다던 4대강 사업이 오히려 지금껏 비피해가 일어난 적이 없던 4대강 본류에까지 비 피해를 일으키고 있고 지천에선 역행침식으로 비 피해가 더 커지고 있음이 곳곳에서 증명되었다.

여름이 지나자 이번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토목기술로 만든 4대강의 보에서 어이없게도 물이 새는 일이 일어났다. 보가 완공된 뒤 물을 채우자 보 곳곳에서 물이 새고 있는 것이 발견된 것이다. 새는 물을 막겠다고 그 틈에 발포우레탄을 메꾸는 광경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상주보 뿐만 아니라 낙동강 8개 보 중 5개에서 물이 새는 것이 발견되었다. 경악할 만한 일이지만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콘크리트는 적절한 온도에서 타설하고 굳히기를 해야만 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데 4대강 사업은 짧은 공사기간 탓에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날씨에도 공사가 강행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 안에 모든 공사를 끝내려는 무리수가 결국 부실공사를 낳았고 이는 4대강 유역의 수많은 주민들을 위험에 몰아넣은 꼴이 되었다.

▲ 물새는 상주보. <녹색연합>제공
4대강 사업 결국, 물이 죽어간다

그리고 이번 여름, 강물이 보에 가로막혀 물 흐름이 느려지면서 결국 가둔 물은 썩는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4월 한강의 이포보는 마치 김양식장처럼 녹색으로 뒤덮였다. 모래와 습지가 오염물질을 정화하면서 강의 생태계를 유지해왔던 자연의 질서가 4대강 사업으로 깨어지면서 물 속 영양염류가 증가하는 부영양화가 가속화되며 녹조류가 생겼기 때문이다. 긴 가뭄과 짧은 장마가 지나고 폭염이 시작되자 낙동강에 설치된 보 주위는 강물이 아니라 풀밭인 것처럼 녹조로 뒤덮이고 있다. 더구나 이 녹조는 마이크로시스튼이라는 간질환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을 가진 남조류로 밝혀졌다.

1990년대 캐나다에서 발생한 수만 마리 오리와 물새류 폐사, 1981년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발병한 피부 질환 및 눈병, 1991년 호주의 소 1,600마리 사망 등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이 남조류의 독성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 부산의 화명정수장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적이 있는데 이 사건 이후 부산의 모든 정수장에는 녹조를 정수하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하기도 했다.

▲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녹색연합>제공
불과 1~2년 만에 4대강 사업의 예견되었던 문제들이 속속들이 들어나는데도 여전히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애초 그들은 4대강 사업의 효과나 성공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4대강 사업에 들어간 22조 예산을 나눠먹는 것만이 그들의 관심거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남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의 모든 예언들이 차례차례 드러나고 이제 남은 한 가지는 이 모든 일에 대해 책임을 따지는 일이다. 이제 국민 세금 22조를 강바닥에 파묻어버리고 이 말도 안 되는 짓들을 저지른 이들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지 준비하자.

정명희 / 녹색연합 정책팀장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