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이명박과 관련 있다는 세간의 소문에 유명해진 회사다. 박진표 다스지회장은 “공장에서 정신없이 일하는 조합원들은 그런 소문 못 느낍니다”라며 주야 맞교대 현장의 고된 노동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언론에 여러 번 떠서 유명한 회사 노동자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박 지회장을 통해 들어보았다.

박진표 지회장은 첫인상이 속된말로 ‘반 이상 먹고 들어간다’. 믿음직하게 생긴 얼굴과 노동과 검도로 단련된 두툼한 손으로 ‘지회장 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먼길 오느라 고생하셨지요. 식사도 못하신 거 아닙니까.” 친절하고 겸손한 목소리까지.

박 지회장은 결혼한 지 4년 됐다. 부인과 세 살 아들, 곧 태어날 아기까지 네 식구인 셈이다. 부인은 여동생의 친구였다. 동생의 소개로 만나 결혼까지 골인했다. “한창 연애할 때 다스지회가 깃발을 올렸습니다.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선봉대로 나섰습니다. 여자친구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설득해서 이해를 얻어냈죠.” 처음엔 왜 하필 오빠가 나서냐고 걱정하던 여자친구도 이내 박 지회장의 노조 활동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현재도 부인이 노조활동에 대해 이해해줘서 고맙습니다. 어떤 때는 회사의 부당한 행동에 저 보다 더 화를 냅니다.” 박 지회장은 지회활동을 하며 세상을 알아가는 경험, 노조활동에서 벌어진 희로애락을 부인과 공유하고 성실한 활동으로 부인의 확실한 지지를 받고 있다.

박 지회장에게 세 살인 아들과 5월말 태어날 아기에게 전해줄 인생의 좌우명이 있는지 물었다. “제 인생의 원칙은 ‘후회 없는 삶을 살자’입니다. 순간 순간, 하루 하루 최선을 다 하자는 각오로 살고 있습니다. 연말에 돌아보고 반성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활동하려고요. 나중에 아이에게 전해주면 알아들을까요? 하하.” 쑥스러워하지만 박 지회장은 10년 넘게 검도를 할 만큼 목표를 세우면 꾸준히 실천하는 성격이다. 지회장 취임하고 운동을 못하고 있어 자꾸 살이 붙는다고 푸념한다. “검도는 평생할 겁니다. 노조 활동도 계속할 것입니다.” 박 지회장은 검도 3단이라는 중간 결실을 맺은 상태다.

박 지회장은 인생의 보물 1호를 묻는 질문에 머뭇거렸다. “본격적인 지회 활동 전이라면 검도하면서 용돈 모아 산 좋은 검을 꼽겠지만 가족도 생기고 노조도 소중하고……. 하나만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모두 소중합니다. 물론 곧 만날 둘째도 애타게 기다립니다.” 박 지회장의 다정한 성격이 느껴진다.

▲ 박진표 지회장은 지난해 지회장에 당선되면서 한 가지 큰 목표를 세웠다. “조직안정입니다. 현재 조합원들의 응집력, 조직력은 최고입니다. 다만 지회 설립 4년이 지나면서 조직이 약간 느슨해졌습니다. 조직력 좋을 때 더욱 단단하게 토대를 다지려합니다.” 신동준
박진표 지회장은 지난해 지회장에 당선되면서 한 가지 큰 목표를 세웠다. “조직안정입니다. 현재 조합원들의 응집력, 조직력은 최고입니다. 다만 지회 설립 4년이 지나면서 조직이 약간 느슨해졌습니다. 조직력 좋을 때 더욱 단단하게 토대를 다지려합니다.” 다스 조합원들은 4년 동안 이룬 성과에 자부심이 높다. 경주 지역에서 모범 사례로 많은 조합원들이 인식하고 있다. 박 지회장은 물이 고이면 썩는다는 생각으로 더욱 조직을 다지겠다는 각오다. “지회의 확대 재생산을 위해 노조활동 인재군 육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회선봉대를 중심으로 교육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쟁의에 들어가면 선봉대도 더욱 확대할 예정입니다. 지회간부들도 새로이 진용을 짰습니다. 이 간부들 역량, 의식강화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박 지회장에게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 우선 쟁취목표에 대해 물었다. “교대제 개선입니다. 주야 맞교대하고 있습니다. 다스는 현대차 1차 밴더이면서 4시간 정도 재고만 있는 직납업체입니다. 교대제 개선 없이 건강한 노동을 하기 힘듭니다. 조합원 설문조사와 교육으로 공감대를 넓혔습니다.” 박 지회장은 현재 회사에서 일부 임금성 관련 단체협약 개악안을 냈지만 단호히 돌려보냈다. “다스 현장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화 대책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민주노조 건설하고 쟁취한 단체협약을 사수할 것입니다.”

박 지회장은 매주 월요일 현장순회를 하고 지회교섭위원들은 각각 계획을 짜 부서별 순회를 하고 있다. “매일 교섭위원들이 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순회를 마친 교섭위원들은 오후 3시에 모여 회의와 교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매주 수요일은 교섭위원 실천의 날로 정해 투쟁사업장, 대각선교섭 사업장에 방문해 연대하고 있습니다.” 다스지회는 본격적인 교섭과 투쟁을 앞두고 서서히 현장을 달구는 작업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박 지회장이 현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한 마디를 덧붙인다. “교섭시기가 되니 업무에 치여서 현장에 더 자주 못가는 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라고.

박진표 지회장에게 이렇게 노조 사수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현장은 억압 자체였습니다. 동료끼리 말 한 마디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제발 우리 손으로 투표 한 번 해보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다스지회가 무너지면 민주노조가 없던 18년 보다 더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자본에 쥐어 짜이는 현장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이를 악물고 지켜야하는 이유가 이것 말고 무엇이 있습니까.” 박 지회장은 말이 통하는 민주적인 현장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며 또 한 번 노조의 의미를 강조했다.

박 지회장은 금속의 선언․형식적 파업에 실망한 경우도 있다고 고백했다. 지도부가 명운을 걸고 올해 파업을 조직하고 현장은 착실히 준비해 금속조합원의 자부심을 지키는 싸움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월13일 등 올해 파업 조직에 관련한 선전이 부족합니다. 현장 조합원에게 싸움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지속적인 선전이 필요합니다.” 노조, 지부 임원의 조합원 접촉이 많을수록 힘이 난다고 덧붙인다.

박진표 지회장에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노동자정치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특정 정당지지가 아닙니다. 노동조합이 정부에 대항하는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노동자정치라고 생각합니다. 이 투쟁으로 정부의 정책과 국회에서 법을 바꾸게 만들어야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기획, 조직하고 현장에서 파업을 조직하는 것이 노동자정치입니다.”

박 지회장은 인터뷰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재미나지만 심각한 얘기를 굳건히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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