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인천공장과 포항공장 노동자 3천 4백 여 명을 대표하는 현대제철노동조합(위원장 문상기)이 지난 5일부터 이틀 동안 조합원 총회를 열어 83.7%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금속노조 인천지부와 포항지부 운영위원회에서 승인절차가 마무리되면 두 공장은 각각 현대제철인천지회와 현대제철포항지회로 편재된다.

물론 현대제철노조는 지난 2006년 7월 산업노조인 금속노조로 조직형태를 바꾸는 총회를 열어 68.3%의 찬성률로 가결시켰다. 하지만 당시 노조는 기업지부를 전제로 총회를 열었었고 금속노조는 이를 승인하지 않아 현대제철노조는 사실상 금속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채 기업노조 형식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6년 만에 지역지부 소속 지회 편재를 전제로 한 금속복무 총회가 가결된 것.

지난 12일 인천의 현대제철 노조사무실에서 만난 문상기 위원장은 이번 총회 결과에 대해 “집행부조차 놀랄 정도의 찬성률이었다”고 평가했다. 문 위원장은 “그간 현대제철이라는 자본은 하나인데, 인천-포항공장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현대제철노조와 당진공장을 대표하는 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로 분열돼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며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조합원의 열의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 문상기 위원장은 “그간 현대제철이라는 자본은 하나인데, 인천-포항공장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현대제철노조와 당진공장을 대표하는 현대제철지회로 분열돼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며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조합원의 열의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신동준
문 위원장은 “지금까지 현대제철노조가 기업 울타리에 갇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죄송스럽다”며 “금속노조 가입이 늦어진 만큼 지역이나 중앙에 실망 주지 않도록 더 앞장서 실천 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아래는 문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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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복무 총회가 83.7%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지난 2006년 실시했던 산별전환 총회 찬성율이 68.3%였는데 이보다도 훨씬 높다.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총회 결과가 어느 정도 잘 나올 것이라 예상하긴 했지만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는 금속노조 복무를 추진한 우리 집행부조차 놀랄 정도의 찬성률이었다. 현대제철이라는 자본은 하나인데, 인천-포항공장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현대제철노조와 당진공장을 대표하는 현대제철지회로 분열돼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조합원의 열의가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그간 현장에선 현대제철노조가 금속노조 지역지부 소속 지회로 편재되면 세 개 공장이 지역별로 뿔뿔이 흩어져 힘을 모을 수 없게 된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이러한 우려로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지회와 단결하지 못한 채 수년간 기업노조 형태를 유지해왔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금속노조에 복무하는 것이 세 공장 노동자들이 하나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조합원들도 알게 됐다.

충남 당진의 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와 인천-포항의 현대제철노조가 나뉘어 있으면서 그동안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나?

예컨대 인천 노동자들은 현대제철이 인천에서 번 돈으로 포항공장과 당진공장을 사서 키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회사가 인천을 등한시한 채 당진공장에만 투자를 하고 있으니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 회사는 이 지점을 이용한다. 노동자들끼리 서로 갈등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천-포항공장 노동자들과 당진공장 노동자들은 같은 자본을 상대하면서도 노조 체계가 달라 지금껏 마음을 힘을 모으지 못한 채 회사에 이용당한 측면이 크다.

금속노조 복무 총회를 준비해온 과정을 소개해 달라. 또한 총회를 준비하면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나?

지난해 집행부 임기를 시작한 뒤부터 고민이 많았다. 차분하게 준비해 임단협이 마무리 된 후에 총회를 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안에 당진공장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현대제철지회와 하나 돼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밀어붙였다. 총회 3주 전부터 조합원 교육과 선전에 착수하는 등 준비기간이 짧았다. 그렇다보니 금속노조 지역지부 편재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을 충분히 설득시키지 못한 게 아쉽다. 이들은 총회가 가결되면 세 공장이 찢어진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올해 세 공장이 잘 단결해 임단투를 성과적으로 치러야 할 것이다.

충남 당진의 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와의 공동 임단투 준비는 현재 어떤 단계인가.

▲ 중앙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현대제철이 국내 양대 철강업체 중 하나라는 점, 또한 현대자동차그룹사 중 완성차공장을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의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금속노조 가입이 산업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신동준
지난달 중순 세 공장 노조 상무집행위원들의 공동 수련회가 있었다. 이후에도 몇 차례 실무 담당자들이 모여 공동요구안을 준비해 왔다. 지난달 28일 우리 노조와 현대제철지회가 동시에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공동요구안을 최종 확정했다. 그리고 이달 우리 노조의 금속노조 복무 총회가 가결됐으니, 이제 공동임단투 투쟁본부를 구성하고 합동 임단투 전진대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금속노조 복무 총회의 압도적 가결로 올해 투쟁에 대한 조합원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 그 분위기에 부응하는 투쟁을 만들 생각이다.

현대제철 세 공장 단결 문제 외에, 현대제철노조의 금속노조 복무 총회 가결이 갖는 의미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는가.

먼저 지역 연대에 대한 기여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현대제철노조는 금속노조 인천지부와 포항지부 소속으로 편재된다. 우리도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으로서 지역연대의 정신이 살아있지만 그간 조직형태가 달라 해당 지역지부와 많이 소통하지 못했다. 인천과 포항에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투쟁하는 동지들이 꽤 있다. 대공장인 만큼 더 큰 책임감을 가지겠다. 많은 역할을 기대해 달라.

중앙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현대제철이 국내 양대 철강업체 중 하나라는 점, 또한 현대자동차그룹사 중 완성차공장을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의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금속노조 가입이 산업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금속노조가 금속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온전히 대표하는 노조가 되도록 금속노조 철강업종분과위원회에 잘 복무할 것이다. 또한 현대차 자본과의 싸움에서도 앞장서 복무하겠다.

지금까지 현대제철노조가 기업 울타리에 갇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죄송스럽다. 금속노조 가입이 늦어진 만큼 지역이든 중앙이든 지역이나 중앙에 실망 주지 않도록 더 앞장서 실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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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 현장스케치]
총회가결에 현대제철노조 조합원 기대상승

금속노조 복무 총회의 압도적 가결에 노조 집행부뿐 아니라 조합원들도 고무돼 있는 분위기다. 12일 현대제철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최정수 조합원(77년생, 4년 근속)은 “이제 인천, 포항과 당진공장 노동자들이 함께 교섭하고 함께 싸울 수 있게 돼 권익향상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 신창재 조합원. 신동준
최 조합원은 “노조가 갈라져 서로 손가락질 하며 네 탓 공방하기 일쑤였는데 그러다보니 회사가 노조를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그런 일 없게 돼 다행”이라고 총회 결과에 대한 소감을 덧붙였다.

신창재 조합원(59년생, 24년 근속)은 금속노조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신 조합원은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이 우리 공장에 와서 교육을 했는데 그 때 얘기대로 현대제철 세 공장이 금속노조로 뭉치면 현대차그룹을 뛰어넘는 투쟁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최정수 조합원. 신동준
신 조합원은 현대제철 인천, 포항공장 노동자들이 새 식구인 만큼 금속노조에서 더 세심하게 신경써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최근 완성차 노동자들이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는 문제가 이슈화 되고 있죠? 철강업체 노동자들도 눈앞조차 분간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일하는 등 고질적인 문제가 많습니다. 철강업 현장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할만한 실력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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