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기운이 뼈 속까지 스미는 날씨에도 대로변 한쪽에 항상 출근선전을 하기위해 나와 있는 우리 한국쓰리엠지회 조합원들. 이 지역에서 우리를 모르는 노동자들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나는 한국쓰리엠지회 쟁의부장을 맡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3번의 겨울을 났다. 지금까지 한국쓰리엠에 바쳐온 우리의 열정과 노력을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고 민주노조 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는 회사 태도 때문이다.

노조를 만들기 전 우리는 노예와 다를 바 없었다. 회사가 물량 납기 맞추기가 힘들다고 하면 한 달에 잔업특근을 2백시간 넘도록 하기도 했다. 옆 동료들이 힘들어 질까봐 눈치 보며 휴가도 쓰지 못할 정도였다. 회사는 생산 일을 거의 하지 않는 팀장, 파트장들을 통해서 영어로 되어 잘 이해할 수도 없는 ‘식스 시그마’ 운운하며 미국 현장직군도 하지 않는 것들을 근무시간 외에 하도록 강요했다. 또 자기개발이라는 이유를 들어서 무슨 기업주 평전 같은 책을 읽고 독후감까지 쓰게 했다. 그리고 이것을 근무평가에 연결하는 등 노동자를 자기들 식대로 세뇌하고 길들이는 행위를 거리낌 없이 해왔다.

생산량과 업무량은 회사 맘대로 올려 점심 밥 먹는 시간도 종종 포기해야만 할 정도로 과중한 업무를 강요했던 곳이 바로 한국쓰리엠이다. 그래도 회사가 하는 말을 모두 믿었고 ‘한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참아냈다. 하지만 1천 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우리 사원들의 목숨과 같은 일자리를 놓고 장난을 치는 미국본사의 행태와 아무 말 못하는 무능한 한국경영진들을 보면서, 한번 바꿔보자는 의지를 모아 금속노조에 가입했고 지금까지 오게됐다.

▲ 지난해 12월 회사의 강제 휴업 조치를 규탄하기 위해 여의도 본사에 올라온 한국쓰리엠지회 조합원들이 투쟁 승리를 염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상민
지회 설립 후 첫 임금협상에서는 임금요구안을 100% 쟁취하고 무기계약직을 정규직화 했다. 하지만 기쁨의 시기는 짧았다. 이후 회사는 새로 영입한 외국계기업 노사관계 전문가를 앞세워 노조 탄압에 나섰다. 지금까지 지회장과 나를 포함해 20명이 해고되었고 조합원들이 받은 징계가 2백건이 넘는다. 대다수가 정직 3~6개월짜리 중징계였다. 손배가압류, 용역깡패 폭력, 불법대체근로, 업무방해 고소고발 등 갖가지 탄압이 이어졌다. 2010년부터 비조합원은 4월 1일부로 임금을 인상시키고 조합원은 교섭 미타결을 이유로 임금인상을 시키지 않았다.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인사고과 점수를 낮게 매겨 임금인상을 차별 적용하기도 했다. 비조합원들이 10% 인상될 때 동결되는 조합원들도 있었다.

매출 1조 6천 억 원, 영업이익 1천 억 원의 실적을 낳는 기업이 임금 동결이라니 말이 되는가. 아직도 조합원을 표적으로 강제 부서이동이나 개별면담을 통한 조합 탈퇴 강요행위들이 계속되고 있다. 지회 설립 후 3개월 만에 6백 명이 넘었던 조합원들은 현재 2백 명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단체교섭은 1백 80여 차례 했지만 2009년 9월에 시작한 단체협상과 2011년 임금협상은 아직도 끝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 일해 나가야 할 현장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노동자가 노동자다운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일터를 변화시키기 위해, 차디찬 겨울바람을 이겨내 왔다. 우리 조합원들의 심정을 알아주고 한번쯤 모두 공감해 줬으면 좋겠다. 오죽하면 우리가 우리회사 제품 불매운동 준비까지 하겠는가.

우린 아직 한국쓰리엠을 다니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고 내가 만드는 모든 제품들이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길 원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같은 자긍심을 더 많이 느끼며 한국쓰리엠에서 일 하고 싶다. 우리가 피땀 흘려 생산한 제품을 우리 스스로 사지 말아달라고 하기는 정말 싫다. 하지만 돈 몇 푼 때문에 금속노조를 포기하고 우리 스스로를 노예로 만드는 일은 더 싫다. 하루빨리 회사가 태도를 바꿔, 우리가 불매운동까지 나서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 금속노동자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유선호 / 한국쓰리엠지회 쟁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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