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출근을 위해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 검은 옷을 입고 있는 덩치 큰 용역 50 여 명이 회사 앞을 가로막고 출입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은 답답한 심경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회사 경영권도 문제지만,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 닥쳐올 고용문제와 생존권문제가 한 치 앞을 바로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 투기세력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케이디미디어 건물 곳곳에 부착돼 있다. 김선운
회사 사정은 이렇다. 외부투기세력이 개미투자자들 지분을 위임받아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주주인 회장을 비롯한 핵심 인사 해임안을 올렸다. 주주총회 당일, 외부투기세력은 자신들만의 주주총회를 길거리에서 개최하여 회장 등의 해임안을 의결처리하고 주총결과를 등기했다. 그 등기결과는 받아들여졌고, 새로운 대표이사로 코스닥에 공시됐다. 이후 투기세력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표이사 자격으로 용역 60여명 이상을 동원해 회사에 진입하여 회계, 자금 부서를 접수했다. 이후 대주주인 회장은 길거리 주주총회 결과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현재는 법원에서 대표이사 직무대리 1명과 이사 1명을 선임하였고 투기꾼들이 선임한 부사장 4명 및 회계, 공시담당자 등이 경영에 간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곳이 (주)케이디미디어다. 이 회사는 경기도 파주시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안에 위치해 있다. 주 업종은 기록매체 복제업이다. 주요취급품목은 DVD복제, 복권인쇄(국내독점), 주권인쇄, 영화수입 및 배급 등이다. 복권을 비롯한 각종 인쇄물을 제조하는 특수인쇄 서비스 및 스탬퍼 제조, 특수 인쇄기술을 활용한 DVD타이틀 원판 프레싱 사업, DVD판권사업, 영화수입, 배급, 투자 등의 사업도 하는 회사다.

▲ 투기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고용과 생존권의 위기 앞에서 케이디미디어분회 조합원들의 매일 중식시간은 자연스럽게 토론시간이 돼 버렸다. 김선운
“현 경영진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저 투기꾼 놈들은 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강압과 강제에도 참고 또 참았는데 회사가 이지경이 되니 참을 수가 없다.” “이들에겐 청춘을 바쳐가며 쥐꼬리만 한 봉투에도 참을 만큼 참았는데, 먹튀로 유명세를 떨친 투기꾼인 저놈들에게 우리들의 생존권이 한방에 날라갈 수 있기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그래서 이곳의 노동자들은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도와줄 수 있는 금속노조가 있어서 천만다행”이라며 새내기 조합원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들 노동자들은 지난 1999년 대한매일신보사에서 분사해 상호를 케이디미디어로 변경한 뒤 10여 년동안 청춘을 바쳐 회사를 지켜보겠다고 모든 것들을 감수하고 일해 왔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와서 투기꾼들에 의해 모든 것들을 잃을 것에 대한 분노를 터뜨린다. 주식시장의 검은 손 투기꾼들에 의해 회사 경영권 분쟁 소용돌이 속에서 고용마저 위기감이 드리워지자, 1백 여 명의 노동자 가운데 93명이 금속노조 조합원이 됐다. 이들은 금속노조 서울지부 경기북부지역지회 케이디미디어분회로 지난 달 2월 13일에 편재됐다.

현재 분회는 경기북부지역지회와 함께 임금인상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준비하고 투기세력들을 몰아내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분회는 경영권분쟁에서 노조 입장을 분명히 하여 경영정상화 투쟁을 벌여나가고 고용을 확실히 보장받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분회는 이전부터 받지 못했던 임금을 인상시키고 노동조건을 개선해 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이곳 분회의 새 노조간부들은 매일 만나 논의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해서 요구안을 만들고 있다. 또한 매일 중식시간은 자연스럽게 조합원과 토론시간이 돼 버렸다.  

▲ 이곳의 새 노조간부들이 최근 매일 회의를 열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서 요구안을 만들고 있다. 김선운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 노조간부들은 이렇게 말한다. “투기자본을 몰아내고, 조합원들 편에 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조합원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서 회사에게 단결투쟁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경영정상화와 고용안정, 임금인상을 통해 승리하겠다”고 말한다. “만족하고 살아왔던 기존의 방식을 바꿔서 우리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변화와 도전이라는 자신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노동조합에 대해 지식도 많지 않고 경험도 없지만,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조합원을 위해 실천하겠다.” 이들은 이렇게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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