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지회 중 전국에 조합원이 흩어져 있는 곳이 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정비-생산-판매 조합원 100여 명으로 꾸려진 스카니아코리아지회(지회장 박태영)가 그 주인공이다.

스카니아코리아지회는 2005년 한국노총 소속 기업노조로 시작했다. 사장이 2006년 구조조정을 시도하자 당시 노조는 금속노조 소속으로 조직형태를 바꿨다. 그리고 당시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는 새 식구가 된 지회를 위해 지역 노조간부 2백 여 명을 동원해 서울 본사 앞 집회를 수차례 열었다.

“기업노조 시절엔 한국노총 간부가 형식적으로 몇 번 회사와 면담을 시도했어요. 하지만 회사 임원이 자리에 없다고 하면 시간만 때우다 돌아서는 식이었죠. 그런데 금속노조에 가입하자마자 금속노조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지원하고 기꺼이 한 달에 네 번씩이나 상경해 사태 해결을 요구했습니다.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죠.” 박 지회장이 당시를 회상했다.

▲ 2009년 6월 교섭이 중단되자 박태영 지회장은 경남 사천 공장에 전 조합원을 소집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제주도에 사는 조합원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 파업에 참여했다. 그러자 휴가로 스웨덴으로 돌아가 있던 회사 전무가 긴급히 귀국했다. 그리고 그해 임단협은 마무리됐고 구조조정을 저지했다. 박 지회장이 사천공장에서 한 조합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형석
당시 싸움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지회는 그 해 7월 회사의 승복을 받아내고 임단협을 끝냈다. 또한 단체협약은 금속노조 모범 단협안을 적용했다. 이에 대해서도 박 지회장은 “우리 조합원들은 우리가 잘해서 투쟁에 승리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금속노조가 아니었으면 우린 모두 ‘로드킬’ 당했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금속노조 덕분이예요”

두 번째 고비는 2009년 경제위기 때였다. 회사는 미국의 구조조정 전문가를 인사담당 이사로 영입해 구조조정을 또 시도했다. 이에 맞서 지회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가입을 통한 비정규직 해고 저지와 아울러 생산직 노동자를 위한 산업재해 대응 매뉴얼을 회사에 요구했다. 또한 영업직 조합원과의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대로 경영 체계 수립과 노조의 참여를 회사에 요구했다. 그러나 이 해 6월 교섭은 중단되고 회사 임원들은 휴가를 떠났다. 지회 집행부의 결단이 필요했다.

이에 박 지회장은 경남 사천 공장에 전 조합원을 소집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제주도에 사는 조합원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 파업에 참여했다. 그러자 휴가로 스웨덴으로 돌아가 있던 회사 전무가 긴급히 귀국했다. 그리고 그해 임단협은 마무리됐고 구조조정을 저지했다. 나아가 지회는 애초에 목표했던 노사합동 고용안정대책위도 설치했다. 뿐만 아니라 타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규정 모범대로 산업재해 대응 매뉴얼도 따냈다. 무엇보다 당시까지 46명으로 줄었던 조합원 수가 117명 규모로 들었다. 부당 전배 당했던 간부도 전원 원직복직했고 명예를 회복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미완성’이라고 말한다. 전국 19곳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를 하나로 ‘묶어내기’ 위해 이곳 노조 간부들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한다. 지회 임원 역시 전국에 흩어져 있다. 지회장은 경남양산 정비소, 수석부지회장은 경남 사천공장, 인천이 집인 지회 사무장은 경기도 군포 영업소 소속이다.

2009년 경제위기 두 번째 위기

지회는 현재 조직을 영업, 사무관리, 생산, 정비, 서비스, 물류 6개 분회로 편재했다. 박 지회장은 “사람 모으는 것이 일입니다”라고 소개하며 “문제는 항상 어떻게 뭉치고 소통하는 가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초창기에는 지회장 혼자 전국을 순회하며 조합원을 만나고 다녔다. 그러나 단협을 체결하고 나서 교육과 각급 회의라는 조합활동시간을 활용했다. 그러자 노조 일상 사업이 분회장과 대의원 등 노조간부 위주로 진행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최근엔 현장조직위원 제도를 추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역별 모임과 분회체계에 대의원과 현장조직위원을 중심으로 한 소그룹 활동을 더했다.

▲ 전국 19곳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를 하나로 ‘묶어내기’ 위해 이곳 노조 간부들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한다. 지회 임원 역시 전국에 흩어져 있다. 지회장은 경남양산 정비소, 수석부지회장은 경남 사천공장, 인천이 집인 지회 사무장은 경기도 군포 영업소 소속이다. 박 지회장과 조합원들이 지회사무실에서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형석
“어느 정도 적응이 되자 소그룹 토론에서 중대 사안이다 싶으면 전체 조합원을 모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실제 전체 조합원을 모아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영업직 조합원들은 스스로 연차를 쓰며 주말 모임을 만들어 지회장 참석을 요구하기도 하죠.” 박 지회장이 이렇게 소개한다.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전에는 저나 조합원들이나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어떤 토론 의제를 삼아야할지 몰라 ‘노조 및 지부의 임무와 역할’같은 엄청난 주제를 내기도 했습니다.” 박 지회장은 웃는다.

조합원 토론의 힘

지회는 일상적인 소통 통로도 다양하게 마련했다. 전국의 영업직 조합원 의견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수렴한다. 현장에 모여 있는 정비 조합원에게는 사내 게시판을 활용한다. 사천 공장 조합원에게는 출근 시간에 선전물을 배포한다. 지회 조합원이 처한 조건에 맞춰 입체적인 소통 방식을 취한 것.

이런 과정을 거쳐 지회는 2008년부터 3년간 꾸준히 요구했던 임금과 직급체계 확립도 2010년 쟁취했다. “생산직과 영업직을 막론하고 직급체계조차 없었습니다. 진급에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이같이 회상하는 박 지회장은 “연봉제였던 임금체계를 완전 월급제로 바꾸고 진급도 직급체계를 두어 공정성을 기하도록 했다”고 강조한다.

“저의 교과서는 노조와 지부의 모든 자료입니다. 금속노조에 가입한 후 알게 된 노동운동 20년의 역사와 이겼던 졌던 선배들의 투쟁은 모두 교과서인 셈이죠.” 이 같이 말하는 박 지회장. “여기에 우리 지회만의 사업 기획을 더해 자료를 철저히 관리한다”고 덧붙인다.

박 지회장에게 노조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 “전국에 흩어진 조합원이 지회를 설립한다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연대와 지원이 없었다면 존재 자체가 불가능했죠. 우리는 아직 논리도 경험도 부족한 신생사업장입니다. 금속노조는 ‘보금자리’같은 존재입니다. 보금자리가 없으면 우리 같은 신생 지회는 유기견과 같은 존재가 됐겠죠. 조합원들이 노조를 소중한 보금자리로 느끼도록 노조차원의 집중과 힘을 키울 방안을 함께 마련했으면 합니다”

* * * * * * * * * *

스웨덴 스카이나와 스카이나코리아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유명한 스웨덴은 잘 알려진 복지국가다. 그러나 조직된 노동자의 힘이 아니면 이런 복지 체계를 갖추기 힘들다. 스웨덴은 회사 이사회의 50%를 노조에 할당하도록 법으로 규정할 정도로 산별노조 체계가 잘 갖춰진 나라다. 그러나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는 법. 한국에 들어 온 스웨덴 자본은 어떤 모습일까.

▲ “저의 교과서는 노조와 지부의 모든 자료입니다. 금속노조에 가입한 후 알게 된 노동운동 20년의 역사와 이겼던 졌던 선배들의 투쟁은 모두 교과서인 셈이죠.” 이 같이 말하는 박 지회장. “여기에 우리 지회만의 사업 기획을 더해 자료를 철저히 관리한다”고 덧붙인다. 박태영 지회장과 김동연 수석부지회장(사진 오른쪽). 김형석
스카니아는 1995년 스카니아코리아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국내사업을 시작했다. 2000년 무렵까지는 정비와 영업 인력을 대폭 확충했지만 2002년도부터 국내 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스카니아코리아 노동자들이 겪은 첫 번째 위기는 이때 시작했다. 스카니아의 금융사 출신 한국인 사장은 스카니아코리아 사장을 겸임하게 되자 인원 구조조정과 임금 동결을 시작했다. 또한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스웨덴 본사에 알리지 않고 부당한 방법으로 사용해버리기도 했다.

박태영 지회장은 스카니아코리아의 실력 좋은 정비사중 한명이다. 마침 스카니아의 한국 정비 컨테스트에 이어 아시아지역 컨테스트에서도 1위를 차지한 박 지회장이 스웨덴 본사 방문의 기회를 얻었다. 이에 금속노조를 통해 스웨덴 제조노조에 도움을 요청했다. 박 지회장은 스카니아 노동자 부대표와 함께 스카니아 회장의 수석비서와 면담하는데 성공하고 한국인 사장의 회계처리 문제와 노동자 탄압 관련 내용을 알렸다.

스카니아 본사는 아시아 지역 책임자를 파견해 진상을 조사했으나 사장은 노조 임원과의 만남을 방해했다. 이를 이상히 여긴 스카니아 본사는 결국 특별감사를 진행했고 회계상의 부정을 발견했다. 결국 2007년엔 전임 한국인 사장이 해임되고 외교관 출신의 스웨덴 사장으로 바꿨다. 신임 사장은 임명되자 지회 간부들을 만나 “제발 스웨덴 본사에 교섭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고하지 말아 달라. 우리끼리 충분히 논의하고 교섭할 수 있지 않느냐”며 부탁했다. 또 인사노무팀 보강과 개편에 착수했다. 한국식으로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인사노무팀이 아닌 현장의 요구를 받고 협의를 하기위한 기구를 만든 셈이다.

박 지회장은 “노조 대표가 이사회의 50%를 차지하고 대표이사의 선출에 영향을 끼치는 스웨덴식 구조 영향입니다. 스카니아의 유럽 이사회 및 아시아 지역 이사회에도 이 구조가 적용됩니다”라고 알리며 “자본이 특별해서 잘해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자본이 대등한 관계로 교섭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