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한나라당 단독으로 2010년도 국가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었다. 2010년도 국가 예산 중 국방예산은 29조 5,627억 원에 이른다. 정부 지출 비중으로 보면 보건복지, 일반 공공행정, 교육에 이어 4번째이고, 정부 예산 비율 14.7%에 달한다. 인건비를 포함한 경상운영비가 20조 4,597억 원이고 방위력 개선비는 9조 1,030억 원이다.

남한의 국방예산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국가 중 남한의 국방예산은 GDP대비 4.2%로 미국, 영국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OECD Factbook 2008> 국방 관련 지출 통계) 남한의 국방예산은 북한의 국방예산보다 10배나 많다.


2010년도 국방예산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째, 예산 편성의 법적 근거도 없는 불법성 예산이 수두룩하다. 방위비 분담금의 하나인 연합방위력증강사업비 440억 원에 대해 국방부는 ‘8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을 법적 근거로 들지만 정작 8차 협정에는 이 사업이 제외되어 있다. 사이버 방호사령부 창설 31억 원(총사업비 1,073억 원)은 관련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편성되었다. 또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비 812억 원(총사업비 최소 1조원 이상 추정)은 연합토지관리계획(LPP)협정과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정에 명시되어 있는 ‘오염 원인자 부담 원칙’에 의거해 미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인데 우리 국방예산에 포함되어 있다.

둘째, 10조 2,000억 원이나 되는 과다한 인건비도 문제이다. 인건비를 줄이려면 과다한 병력을 감축해야 하고 병 감축과 동일한 비율로 장교를 감축해야 한다. 인건비 비중은 장교 39%, 부사관 39%, 병 6%, 군무원 15%, 공무원 1%(2008년 기준)로 장교를 감축해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장성 및 영관급 장교의 정원 외 초과인원을 불법 운영하고 이를 합법화하기 위해 오히려 장교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전역하는 대령급 장교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군 전임교수직을 운영하면서까지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셋째, 군인복지기금을 직업군인 편의시설에 대부분 배정하는 것도 문제이다. 골프장 7곳 신증설 273억 원, 콘도와 호텔 휴양시설 39억 원 등 ‘복지시설 확보’ 사업비로 312억 원이 편성돼 있다. 병들이 주로 이용하는 복지회관(0원)과 복지매장사업(4,300만원)에는 거의 배분되지 않고 직업군인들이 이용하는 골프장과 휴양시설에 집중 배정하였다. 간부들이 이용하는 시설에 관련 예산의 99% 이상을 쓰고 병들을 위해서는 채 1%도 안 쓰니 병들의 사기진작이 되겠는가.

넷째, 불필요하고 군사적 긴장만 높이는 무기도입 예산도 문제이다. 내년 예산에 882억원이 계상된 신형전차(K-2)사업은 1차 양산비만 4조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조차 이 사업이 남쪽의 대북 전차전력 우위, 경제적 타당성 결여, 산악지형에 따른 군사적 효과의 제한성 때문에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전투예비탄약 2,182억 원 중 국제적으로 금지된 집속탄(808억원)이 포함돼 있다. 전투예비탄약은 대북 선제공격 계획인 작전계획 5027 실행에 필요한 탄약을 저장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군사적 긴장완화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비인도적인 집속탄 사용금지를 위해 세계 110개 나라가 가입한 집속탄 금지조약에 남한은 아직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줄줄 새는 국방예산 때문에 민생복지 실현은 요원하다. 한정된 국가예산 중에서 국방예산을 많이 지출하면 사회복지 예산 증액은 불가능하다. . 남한은 OECD 국가 중 사회복지 예산 비중이 꼴찌이다. (<OECD Factbook 2008> 복지 관련 지출 통계) 북한 정권 붕괴와 점령을 노리는 군사전략으로 인한 선제공격무기 도입비용과 직간접 미군 퍼주기 비용 등 때문에 과도한 국방예산 지출로 민생복지는 물 건너간 지 오래다. 


국방비 1조4천억, 20만 비정규노동자 정규직 전환가능

평통사가 국회에 진정을 요구한 23개 불법, 낭비, 평화역행 예산만 줄여도 약 1조 4,713억 원 이상 절감할 수 있다. 그 돈이면 2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드는 비용 1조 2천억 원(민주당 정책위원회, 한겨레신문, 2009. 6. 16)을 마련하고도 남는다.

또한 법적 근거가 없어 주한미군에게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연합방위력증강사업비 440억 원과 골프장 건설비용 273억 원을 줄이면 서울시가 국민임대주택사업(2007~2008)에서 입주대상자의 개인 부담금과 주거 이전비 574억 원을 충당하고도 남는다.

또한 반인륜적인 집속탄 도입비용 812억을 줄이면 한나라당이 깍은 결식아동 급식예산 543억을 바로 해결할 수 있다. 국방비 삭감투쟁은 한반도 전쟁위기와 분단에 기생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지배세력의 허구 이데올로기를 깨뜨려 수구냉전세력의 입지를 허무는 투쟁이자 한반도 평화와 민생복지로 나아가는 전제를 마련하는 투쟁이다. 노동자 민중의 복지 실현을 위해서 노동자들이 국방비 삭감투쟁에 떨쳐나서야 한다.

김종일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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