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은 금속노조 창립기념일이다. 대개 노조 창립기념일은 쉬는 날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업노조마다 조직전환총회를 해 만든 산업노조라 이전 기업노조 시절 때 지냈던 생일에 쉬는 경우가 많다. 노조 출범 11년째지만 이것조차 제각각인 게 현주소다.

조합원 13만 6천 여 명 중 ‘산별중앙협약’ 존재를 아는 비중도 높지 않다. 이 협약은 우리 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사용자협의회)가 수 년 간 펼여온 중앙교섭 결과를 △조합활동 △노동조건과 임금 △건강권 △고용안정 △비정규직 △경영참가 △금속노사공동위원회 등 40여개 조항으로 정리한 단체협약이다.

이 중 특히 금속산업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해 합의해 온 것이 눈에 띈다. 노조는 각 사업장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를 최저임금 적용범위에 포함하기로 합의해왔다. 물론 노사 협약내용이 미조직 노동자 모두에 강제 적용되도록 법으로 정한 프랑스 같은 나라에 비하면 아직 한국 금속노조 협약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이 외에도 중앙교섭 합의 내용에는 유의미한 것이 많다. 노조는 2004년 중앙교섭에서 “사용자는 노조활동을 이유로 손배가압류를 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받아냈다. 또 중앙교섭 합의에 따르면 사용자협의회 회원사는 해외공장 신설계획 수립 시 고용안정 및 노동조건 관한 사항에 대해 노조와 두 달 전에 합의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 조합원 고용불안을 초래하는 해외공장 생산제품을 국내로 반입하는 행위도 금해야 한다.

▲ 현대기아차로 대표되는 재벌은 순이익을 창출해 준 철강, 부품, 완성, 판매, 정비노동자 모두를 포괄하는 금속노조와의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다. 사용자단체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든가, 중앙교섭에 꼭 임해야 한다는 법이 우리나라에 없기 때문이다. 11주년 노조 생일(?) 때 13만 6천 여 명이 함께 쉬지 못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1월13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2012년 투쟁선포 승리결의 전국금속노동자대회'에 참여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어깨를 걸고 단결을 과시하고 있다. 신동준

이 뿐이 아니다. 사용자협의회 회원사는 비정규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노조가입을 이유로 불이익 처분을 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이들은 협약에 따라 불법파견 인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불법파견 확인 시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며 임시직도 3개월 이상 쓰지 못한다.

‘산별중앙협약’ 존재를 아시나요?

특히 우리 노조는 지난 2003년 중앙교섭에서 주5일제 도입을 따냈다. 그해 8월 국회에서 법안 통과에 앞서 노사 합의소식을 먼저 전해 대세로 굳혔던 것은 오래도록 남는 기억이다. 2009년 퇴직연금제도 시행을 앞두고 제도개선을 정치권에서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2005년부터 퇴직연금 도입 방안 등을 노사가 함께 논의해 온 것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지난 해 9월 기준 사용자협의회 회원사는 겨우 79개다. 조합원이 분포한 전국 2백 38곳 중 ‘산별중앙협약’ 적용사는 33%에 그치는 셈이다. 나머지 67% 사업장 사용자들이 ‘산별중앙협약’의 내용과 지향을 애써 무시하는 꼴이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두산그룹사, S&T그룹사 등 재벌기업이다. 이들 재벌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 필자
한편, 지난 해 도입된 복수노조 허용법에 따라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중 금속노조 탈퇴파로 구성된 기업노조도 제법 출현했다. 노조 설립 자유야 무한히 인정할 수 있지만 이들이 ‘산별중앙협약’이 추구했던 바와 이제부터 무관하게 살겠다고 선포한 셈이니, 일각에서 이들 기업노조를 왜 ‘어용’이라 부르는 지 그 이유를 아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현대차의 지난 해 순이익은 8조 1천 억 원이다. 기아차 3조 5천 억 원을 포함하면 현대기아차그룹이 자동차를 팔아 챙긴 순이익만 11조 6천 억 원이다. 이는 현대제철 등에서 철강을 뽑아낸 뒤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현대하이스코나 각 부품 등을 생산하는 각 하청 부품업체 노동자, 그리고 현대모비스 노동자와 현대기아차 조립공이 만든 자동차가 판매노동자와 정비노동자 등을 거치며 창출한 순이익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로 대표되는 재벌은 순이익을 창출해 준 철강, 부품, 완성, 판매, 정비노동자 모두를 포괄하는 금속노조와의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다. 사용자단체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든가, 중앙교섭에 꼭 임해야 한다는 법이 우리나라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정치권의 ‘재벌개혁안’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정치권의 ‘재벌개혁안’이 아직 선거용으로만 비치는 이유다. 그리고 11주년 노조 생일(?) 때 13만 6천 여 명이 함께 쉬지 못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강지현 / 금속노조 선전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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