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여성노동자 열전
"노조 힘있어야 여성 존중받죠"[여성노동자 열전-3] 경주 현대아이에이치엘 노동자들
강정주 편집부장  |  edit@ilabor.org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2.01.2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금속노조 조합원이 있는 사업장 중 여성이 많은 곳을 찾기란 여간 쉽지 않다. 물어물어 찾아간 곳이 경주지부 현대아이에이치엘(현대IHL)지회. 조합원 3백 여 명 중 2백 여 명이 여성조합원인 곳이다. 자동차 램프를 만드는 이 곳은 여성 노동자들이 제품 조립을 담당하고 있다. 여성들이 많아 소소한 재미도 있고 수다 떨 상대가 많아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속 시끄러울 일도 많다고 얘기하는 이 곳 노동자들의 얘기 한 번 들어보자.

아이에이치엘지회(지회장 윤병한)는 여성 복지가 잘 된 사업장 중 손에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여성들이 가장 걱정스러운 게 임신과 출산이잖아요. 다른 사업장은 임신하면 눈치 보여 그만두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임신, 출산해도 오랫동안 다닐 수 있는 회사다.” 지회의 김규정 대의원의 설명이다.

여성복지 잘 된 곳

이곳의 여성노동자들은 주야 맞교대 근무를 한다. 하지만 임신한 조합원은 주간조 근무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 대의원은 “임산부들은 별도 라인을 구성해 힘든 작업은 하지 않고 물량도 다른 라인과 달리 조절해 작업한다”고 말한다. 출산휴가 1년에 생리휴가, 제사휴가 등 휴가도 잘 보장되는 편이다. “70명 정도 들어가 쉴 수 있는 휴게실이 만들어져 있고 생리대나 비데 설치 같은 기본적인 것들도 잘 갖춰져 있는 편”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 윤병한 지회장은 “다른 사업장에 여성 복지 관련해서 좋은 내용이 있으면 좀 추천해달라”고 말한다. 올 해 단체협약을 갱신하는데 참고하기 위해서다. 인원이 적든 많든 여성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당연한 일이 이뤄지지 않는 곳이 더 많은 지금, 늘 여성노동자들에게 눈과 귀를 열어두고 있는 이 곳 지회의 활동에 눈길이 간다. 아이에이치엘지회 여성간부들이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동준
물론 아직도 개선할 것은 많다. 윤 지회장은 “다른 곳에 여성 복지 관련해서 좋은 내용이 있으면 좀 추천해달라”고 말한다. 올 해 단체협약을 갱신하는데 참고하기 위해서란다. 지회 조합원들은 작은 건의사항이 있어도 늘 지회로 달려오고 간부들을 찾는다. 지회는 이런 건의사항들을 수시로 회사에 제기해 개선해나간다. 인원이 적든 많든 여성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것이 이뤄지지 않는 곳이 더 많은 지금, 이 곳 지회의 활동에 눈길이 간다.

이 곳 여성노동자들이 느끼는 고충은 어떤걸까. 이들은 무엇보다 주야 맞교대 근무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홍다혜 대의원은 “아무래도 야간작업이 제일 힘들어요. 다들 좀 쉬면서 하는 줄 아는데 2시간 일하고 10분 쉬고, 거의 꼬박 10시간을 서서 일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주야 맞교대 근무 하면서 여성 노동자들은 생식기 질환도 많이 호소한다. 생리불순도 많고 없던 생리통까지 생겼다.

“여성복지 잘 된 곳 추천해달라”

교대 근무 뿐 아니라 장시간 노동도 문제다. “12시간 일하고 회사가 시내와 떨어져 있다보니 출퇴근에 두 시간씩 걸리고. 집에서는 거의 잠만 자고 나오는 것 같다”는 이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이들은 연애할 시간도 없다고 하고, 결혼한 이들은 살림은 거의 손 놨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맞벌이 하더라도 여성들이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상황에서 이를 다 하기 쉽지 않다. 또 다른 대의원은 “주말 특근까지 하고나면 개인 시간은 정말 없고 집에가서도 살림 하기가 쉽지 않다”며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부모님이 봐주시거나 그런 사정이 안되면 남편 그만두게 할 수는 없으니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한다.

   
▲ 김규정 대의원은 “임산부들은 별도로 라인을 구성해 힘든 작업은 하지 않고 물량도 다른 라인과 달리 조절해서 작업한다”고 말한다. 출산휴가 1년에 생리휴가, 제사휴가 등 휴가도 잘 보장되는 편이란다. “휴게실이 70명 정도가 들어가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고, 생리대나 비데 설치 같은 기본적인 것들도 잘 갖춰져 있는 편”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신동준
장시간 노동에 몸도 성할 날 없다. “대부분이 30대 젊은 여성들인데 무릎 관절 나이는 40대, 몸 나이로는 50대 씩 할 걸요.” 몇 년 새에 다들 골병을 얻었단다. “밖에서 보기에는 연봉도 나름 높은 회사 다닌다고 좋겠다고 하죠. 일등 신부감이라고. 근데 결혼해보면 다들 근골격계 질병 하나씩은 갖고 있고 병원에 갖다 주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도 한다. 긴 시간 서서 작업을 해야하고 갈수록 다루는 제품들도 무거워지다보니 일하기가 쉽지 않다. 그 덕에 대부분이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목 디스크에 척추가 휘어서 치료를 받기까지 한단다. “일기예보도 볼 필요가 없다. 몸 좀 쑤시다 싶으면 바로 비가 오니까.”

장시간 맞교대근무의 고통

인터뷰 때 만난 여성부장과 여성 대의원 세 명은 모두 지난 해에 처음으로 노조 간부를 맡았다. 요즘 이들은 일하랴, 집안일 하랴, 시간 쪼개가면 지회 활동에 조합원들 건의사항 처리하러 뛰어다니기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두 세 명이 같이 작업하는데 계속 빠지면 다른 조합원들이 싫어하잖아요. 노조 일 한다고 농땡이 부린다고 생각하는 인식도 갖지 않게 해야하고.” 장홍임 여성부장이 더 열심히 뛰는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노동조합이 힘이 있어야만 자신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두 세 명이 같이 작업하는데 계속 빠지면 다른 조합원들이 싫어하잖아요. 노조 일 한다고 농땡이 부린다고 생각하는 인식도 갖지 않게 해야하고.” 장홍임 여성부장이 더 열심히 뛰는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노동조합이 힘이 있어야만 자신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신동준
김규정 대의원은 “아무리 복지가 잘 돼있다 해도 사소한 거 하나라도 여성들이 더 어려움을 겪는게 사실”이라며 “현장에서 관리자들도 휴게시간 1~2분 어기는 것 가지고도 남성과 여성 노동자들 대하는게 다르다”고 말한다. 김 대의원은 “노동조합이 힘이 없으면 노동자들이 권리 지키고 존중받으면서 일하기 힘들다. 여성들은 특히 남성들에게 치이다보니 더 그렇다”고 강조한다. 일상적인 고충을 노동조합을 찾아 토로하고, 그것을 바로 개선하도록 만드는 과정들도 조합원들이 지회를 믿게 되는 힘이라는 것.

“노조가 탄탄하게 힘을 가지고 있어야 여성노동자들도, 또 다른 노동자들도 더 존중받으면서 살죠. 그러기 위해서 조합원들이 노조에 관심갖고 참여해서 그 힘 키워야 하고요.” 이들의 좋은 기운을 전국에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

* 15만 금속노조 조합원 가운데 여성조합원이 대략 7천 여 명에 이릅니다. ‘금속’ 하면 남성노동자만의 조직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속노동자>가 전국을 돌며 여성노동자나 그 모임을 재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그를 통해 금속노조 뼈대를 이루는 여성노동자나 모임을 발굴해보자는 취지입니다. 본 기획은 계속 연재됩니다. 전국에 소개할만한 여성노동자나 그 모임이 있으면 노조 선전홍보실(02-2670-9507)로 연락바랍니다. <편집자 주>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금속노동자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서울시 중구 정동 22-2 경향신문 별관 6층 금속노조 | TEL : 02)2670-9507 | Fax : 02)2679-3714
발행처 : 전국금속노동조합 | 발행인 : 김호규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호규
대표이메일 : edit@ilabor.org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금속노동자 iLabor가 생산한 저작물은 정보공유라이선스2.0 : 영리금지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