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선산업 구조조정 예고 이야기가 많다. 이에 금속노조는 지난달 30일 조선업종분과대표자회의를 열어 그 회의를 조선구조조정분쇄 공동투쟁본부로 전환했다. 금속노조 조선업종분과 공동분과장을 맡고 있는 최창식 대우조선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인터뷰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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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선산업 전망에 대한 비관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조선산업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조선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속도는 더디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조선경기는 세계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해운선사들의 구조적인 운영 문제 △발주물량 축소 △조선소 생산설비 과잉공급 △중국 등 경쟁국가 들의 저가수주 △발주물량의 취소 인도연기 △세계경기회복 둔화 등 우리나라 조선 산업에 유리한 조건은 하나도 없다. 그나마 대형 조선업체들은 1년에서 1.5년 정도의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소 조선소는 이미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또한 저임금에 기초해 수주량이 급증하고 있는 중국 조선업의 경우 중국정부의 보호조치와 지원확대 우리나라와의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고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수주량 감소의 본질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세계경제 불황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이에 따른 세계 해운선사들의 어려움이 발주를 중단케 했던 것이다. 또한 이를 예견하지 못하고 대책 없이 과잉설비투자(03년- 06년)를 했던 것이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깨트린 것이다. 물량부족, 수주부진 등 세계 선박 발주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몇 년 전에 있었음에도 한국 중대형 조선 자본은 앞 다투어 설비를 증설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를 양산했다. 이로 인해 발생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조선자본은 결코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본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인력구조조정일 것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 대우조선노조 위원장이자 금속노조 조선업종분과 공동분과장인 최창식 위원장.
조선사들의 사업 다각화는 조선 자본의 이익을 보호하기에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조선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사업 다각화로 인해 점차 사양길 접어들고 있는 조선 산업을 정리하려는 의지가 더욱 강할 것이라 생각한다. 독일의 경우 70년대 중반 조선경기가 어려울 때 수주부진으로 인한 물량부족이라고 인식했을 뿐 조선 산업이 다른 나라로 이전 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결국 사업다각화를 통해 업종 전환을 하면서 1980년대 ‘선진 독일 조선 산업’이 몰락했던 것을 교훈삼아야 한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지역사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조선 산업의 특징은 노동집약산업과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어 조선소 구조조정과 지역경제는 크게 연동되어 있다. 거제지역만 예를 들어도 조선소에 근무하는 노동자와 가족의 수가 18만 명이 넘고, 거제지역인구의 3분의 2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08년에는 수출 1위를 차지할 만큼 한국경제의 효자 산업이었다. 즉, 조선 산업 몰락은 지역경제는 물론 한국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양산 할 수 있다.

이미 조선소 하청 노동자의 경우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정규직이 한진중공업이나 SLS조선의 구조조정에 노출되어 있다면 사내하청 노동자는 전체 조선소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조직화된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사내하청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해 조직된 노동자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는 설문결과에서 보듯이 노동조합이 사내하청 노동자와 함께 투쟁하기란 쉽지 않다. 지금 당장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원청이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할 수 없도록 강제해 나가고 구조조정의 원인을 원청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 그리고 또 한축으로 해고 등 부당한 처우와 관련해서는 노동조합이 함께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금속노조 조선업종분과대표자회의를 ‘조선구조조정 분쇄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공동투쟁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조선 산업 구조조정은 일부 사업장에서만 진행되지 않는다. 공투본의 목적은 공동투쟁으로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다. 조선소 노동자들을 하나로 묶어내기 위한 교육과 선전, 투쟁을 공동으로 펼치는 사업과 상반기 중 집회를 포함한 가능한 투쟁을 배치할 예정이다. 또한 조선분과 공동교섭을 추진해 조선 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요구를 쟁취해 낼 것이다.

공투본 공동본부장으로써 조선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한마디 바란다.
조선 노동자들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한국 노동운동의 선봉대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발 물러나 동지들의 고통과 슬픔을 지켜보는 관망자의 위치에 서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2010년 조선 산업은 벼랑 끝에 서 있고, 더 이상 물러 날 곳이 없다. 구조조정의 칼날이 바로 우리를 겨누고 있는 지금 나 혼자 살기위해 딴 생각을 한다면,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까지 구조조정의 희생양으로 만든다는 것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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