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야 맞교대로 24시간 ‘풀가동’되는 주조공장. 한밤중 섭씨 7백도가 넘는 알루미늄 용탕이 흘러가는 라인이 또 고장 났다. 용해된 알루미늄이 뭔가에 걸려 바닥으로 쏟아진다. 현장 작업자들이 이미 여러 차례 위험요소 개선 건의를 했지만 회사는 듣는 둥 마는 둥이다.

발등에 쏟아진 알루미늄 용탕으로 작업중이던 노동자가 큰 부상을 입었지만 병원으로 이송된 건 이튿날 아침이다. 피해 노동자는 치료를 받고 붕대를 맨 채로 다음 날 출근했고 회사는 공상처리 했다. 영화에나 나올법한 끔찍한 이 사고는 충남 병천에 있는 성우에이엠티(AMT)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작은 사고일 뿐이다.

성우AMT는 캘리퍼와 실린더 주조 공장으로 이곳 생산품은 자동차부품 전문회사인 만도로 납품된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최저임금에 가까운 형편없는 임금, 관리자와 조반장의 일상적인 인격모독에 못 견딘 이곳 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금속노조를 찾았다. 이 사실을 눈치챈 회사는 이곳 노동자 5명을 전격 해고했다. 이에 이달 2일 이곳 노동자 33명은 금속노조 가입을 공개했다. 이날 금속노조 충남지부(지부장 박창식)는 이곳에 금속지회를 공식 설치했다.

▲ 최구택 성우에이엠티 지회장. 김형석
박 지부장과 최구택 지회장은 곧바로 △금속노조 인정 △해고자 복직 △지회 사무실 제공을 회사에 요구했다. 회사는 마치 모든 요구를 들어줄듯하며 시간을 며칠 달라고 했지만 약속한 날 날아든 것은 이곳에서 함께 일하는 이주노동자와 관리자로 구성된 또 다른 기업노조 설립 소식이었다.

29일 회사 정문 앞 농성장에서 만난 임양빈 부지회장에게 금속노조 가입 이유를 물었다. “작업환경이 말도 못해요. 엄청난 분진과 소음뿐만 아니라 고온의 알루미늄 용탕과 주조시설이 있어 위험요소 투성이지만 개선요구에 회사는 마이동풍이죠”. 임 부지회장이 분통을 터뜨린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형편없는 임금

“키 높이의 설비가 많아 추락사고의 위험이 있지만 관리자에게 아무리 건의해도 안전 설비를 설치하지 않았어요. 결국 네 명의 노동자가 같은 장소에서 사고를 당하고 관리자까지 똑같이 다치고 나서야 간신히 개선됐어요”. 옆의 김현 지회 교육부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 부장은 “워낙 현장이 열악하기 때문에 서두르면 다칠 수밖에 없다”며 “회사는 (물량을) 빨리 뽑으라고만 말하는데 생산량보다 사람이 먼저 아니냐”며 덧붙인다.

열악한 노동조건이지만 이곳 노동자들이 손에 쥐는 임금은 형편없다. 임 부지회장은 “중국 산업연수생은 최저임금보다 10원 더 받아요. 그나마 한국인인 우리들은 중국 교포보다 50원 더 받죠"라며 씁쓸히 웃는다.

▲ 임양빈 성우에이엠티 부지회장의 팔뚝은 상처투성이었다. 현장에서 알루미늄 용탕이 튀어서 생긴 화상이다. 김형석
이날 식당에서 타 온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하는 임 부지회장의 팔뚝은 상처투성이었다. “현장에서 알루미늄 용탕이 튀어서 생긴 화상인데, 이 정도는 상처도 아니다”. 임 부지회장이 웃는다. 힘 있는 노조를 찾아 금속노조에 가입하게 됐다는 임 부지회장은 “우리는 휴일도, 연월차 수당도 없다”고 소개하며 “젊은 사람이 입사해서 일주일 버티면 오래 가는 거고 한 달 버티면 신기하게 생각한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우리가 회사에 어마어마한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라는 임 부지회장은 “회사가 쓸 것 다 쓰고도 13억 씩 이익내는데 노조 인정하고 일 년 내내 하루 열두 시간씩 일하는 우리 노동자 시급 몇 백 원 만이라도 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끝낸 임 부지회장은 “당연히 금속노조가 우리 사정을 일일이 맞춰주긴 힘들 것”이라며 “우선 우리끼리 헤쳐나갈 것이다”라고 의지를 밝힌다. 이어 임 부지회장은 “우리 싸움인데도 금속노조 충남지부 간부들이 찾아와줘 고마울 따름이며 당당히 승리할 것”이라고 주먹을 쥐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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