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주) 대표이사 맥스 김은 지난달 14일 사내 공지를 통해 “광주공장 존립과 핵심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규모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을 단행키로 결정했다”고 통보했습니다. 회사는 이번달 14일까지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은 완료할 방침이며, 대상자는 생산직 5백3명 중 55%인 2백80명입니다. 올해 임금동결에 이어 광주공장 생산직 노동자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길거리로 내몰릴 상황입니다.

회사는 지난 2006년에도 콤프레셔 공장을 폐쇄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이에 따라 1천1백13명이던 노동자 중 3백73명이 공장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3년만에 2백80명 정리해고가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 회사는 ‘9부문 6담당 37팀’을 ‘9부문 31팀’으로 축소개편하겠다고 통보했는데, 이는 3년전 정리해고 이전 수준인 ‘10부문 4담당 30팀’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생산직 노동자 수백 명을 자르지만 ‘차장급 이상 간부와 임원자리’는 크게 변함이 없는 셈입니다. 직접 생산인원 1명에 간접인원 4명이 붙는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 뿐입니다.

주주배당금은 왕창, 회사투자는 외면

회사는 2백80명 구조조정을 단행한 이후 “투자를 통해 2013년까지 광주 생산 물량을 40% 증대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정규직을 대규모 정리하고 그 자리를 외주하도급으로 전환하거나 용역 및 파견노동자로 대체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20년 동안 쌓아놓은 브랜드 이미지와 영업 및 서비스망을 이용해 중장기적으로 광주공장을 생산기지가 아니라 물류기지로 전환시켜 저임금 국가에서 수입한 상품만을 판매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회사의 구조조정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겨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는 것입니다.

▲ 지난 5월 캐리어지회 임단투 당시 현장에 선전물을 내걸고 라인에서 조합원들이 일하는 모습
현재 회사가 겪는 어려움은 전적으로 경영진 책임입니다. 노조는 6~7년 전부터 신규 설비 투자를 꾸준하게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투자를 하겠다”면서도 이행치 않았습니다. 오히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백64억원을 모기업이자 미국계열의 다국적기업인 UTC의 주주배당금만 챙겼을 뿐입니다. 현장노동자는 구조조정하고 방만한 경영진은 그대로 존속시켰습니다.

결국 신규 설비 투자를 하지 않아 생산과 직접 관련된 유형자산이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이런 유형 자산의 감가상각을 뺀 순가액은 2001년 2백20억원에서 2006년 43억원으로 하락했습니다. 2008년에도 47억원에 그치고 있습니다. 반면 수입 상품 매출액은 2005년 22.2%에서 2008년 37.9%로 크게 증가하고 같은 기간 국내 생산 제품 매출액은 74.5%에서 54.5%로 크게 줄었습니다.

3년전 아픔 당하지 않기 위해

이처럼 모기업인 UTC 자본은 초기 투자 이후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은 채 이윤만 빼가는 이른바 ‘먹튀자본’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UTC는 경기도 오산에서 냉동 쇼케이스를 생산하는 캐리어 유한회사까지 공장폐쇄와 영업기지화방침으로 80명의 노동자를 자른 바 있습니다. UTC자본의 경영 행태를 볼 때 오산 공자의 모습은 광주 캐리어 공자에 몰아닥치고 있는 현실입니다.

구조조정의 1차 대상은 열심히 일한 우리 노동자가 아니라 부실경영 일삼는 경영진입니다. 회사가 투자를 통해 2013년까지 40% 생산물량을 증대시킬 계획이라면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추진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입니다. 3년전, 3백73명 구조조정에서 경험했듯이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은 회사를 살리는 길이 아닙니다. 투자계획 있다면 총고용을 보장하는 길을 찾고 방만하고 부실한 상층 경영조직부터 혁신해야 합니다. 그것이 함께 사는 길입니다. 정리해고는 살인입니다. 3년전 쓰라린 아픔을 또다시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함께 살기 위해 모든 역량과 수단을 동원해 싸울 것입니다.

* 윗 글은 지난 전국노동자대회 다음 날인 9일 서울 시민들을 상대로 지회가 배포한 유인물 내용 그대로입니다. 아이들의 꿈마저 빼앗아가는 정리해고 문제를 알리고자 그대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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