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새 집행부 임기가 시작된 지 두 달 지났다. 금속노조 출범 11년째를 맞이하고 15만 명으로 덩치가 커진 것도 5년 됐다. 세월의 깊이만큼 노조를 이끌겠다고 새로이 나선 노조 위원장의 고민도 깊다. 전국 현장을 누비느라 노조사무실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박상철 위원장을 30일 만났다. 정기대의원대회를 닷새 남겨둔 날이다.

“15만 명이 하나 되어 싸우라는 게 조합원의 준엄한 명령이다”. 박 위원장의 첫 마디다. 최근 몇 해 동안 임단투 일정조차 15만 명이 하나로 못 맞춰 본 노조 현실이 이 한 마디에 담겨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달 31일부터 열흘 동안 전국을 돌며 이 같은 ‘주문’을 현장간부들로부터 일제히 들었다.

“노조 사업계획은 책상에 앉아서 짜는 게 아니라 조합원 의견을 직접 듣고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박 위원장은 임기초반에 전국 현장순회를 강도 높게 펼쳤다. “15만 공동투쟁 성사, 투쟁사업장 문제해결, 현장과의 소통 등이 절실하다는 현장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하는 박 위원장은 “이번 정기대의원대회 사업계획은 이런 의견을 모두 반영했다”고 강조한다. 박 위원장은 이번 정기대의원대회를 마치면 또다시 전국 현장순회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내년 2월 임시대의원대회 앞두고 재차 현장순회를 펼쳐 요구안을 다듬겠다는 계획이다.

▲ "현대기아차지부 등 대공장 조합원이 싸움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말이 가장 많았다”고 현장의견을 재차 설명하는 박 위원장은 조만간 자동차 완성사 지부 및 지회 대표자들과의 합동 회동도 준비 중이다. 김상민

“현대기아차지부 등 대공장 조합원이 싸움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말이 가장 많았다”고 현장의견을 재차 설명하는 박 위원장은 조만간 자동차 완성사 지부 및 지회 대표자들과의 합동 회동도 준비 중이다. “각자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왔던 분들”이라고 말하는 박 위원장은 “따로따로 만나봤는데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결의가 높다”고 덧붙인다.

“12월 현장순회 때 또 봅시다”

금속노조의 향후 한 해 투쟁계획을 한마디로 요약해달라는 질문에 박 위원장은 “6~7월 15만 공동투쟁 성사로 자신감을 회복하고 그 힘으로 8~9월 노동법 재개정을 위한 정치투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리해고와 타임오프 및 복수노조창구단일화 제도, 그리고 각종 노동법 독소조항을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개정하도록 투쟁을 크게 벌이겠다는 각오다.

그래서 그런지 요새 금속노조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박 위원장은 벌써 세 곳 언론과 인터뷰를 했고 1일 기자들과 기자간담회도 펼친다. 특히 한진중공업 문제 일단락 뒤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문제해결에 있어 금속노조 역할을 자주 묻는다고 소개하는 박 위원장. 인터뷰 내내 박 위원장은 ‘투쟁사업장’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투쟁사업장 문제해결에 있어 금속노조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했는데 ‘희망버스’가 노동의 문제를 사회여론화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하는 박 위원장은 “이후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 문제해결에 있어 좋은 사례”라고 강조한다. 이어 박 위원장은 “희망버스가 이제는 쌍용자동차로 갈 것”이라고 힘줘 말한다. 박 위원장은 인터뷰 직전 쌍용차 문제해결을 위해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긴급회동을 펼치기도 했다. 노조는 오는 7일 ‘아름다운 연대로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으로 희망텐트촌을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 대규모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 그동안 말한 것, 모두 지킬 수 있을지 묻는 질문에 박 위원장은 “약속은 지킨다는 금속노조의 전통구호를 반드시 실현시키겠다”고 대답한다. 이어 박 위원장은 “그동안 자본과 정권의 탄압이 너무 심하다고 너무 기죽지 말고 기운내자”고 조합원들에게 당부한다. 김상민

이와 관련해 박 위원장은 “정리해고가 한 가정과 개인을 어떻게 파탄시켰는지 지금부터 시작해 내년 내내 여론화하겠다”고 말한다. 그 여론몰이에 이어 법제도개선의 성과까지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다. 이어 박 위원장은 “그 뿐만 아니라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과 전국을 돌며 내년 한해 들썩이도록 기획하겠다”고 강조한다.

“6~7월 자신감회복, 8~9월 정치투쟁”

그동안 말한 것, 모두 지킬 수 있을지 묻는 질문에 박 위원장은 “약속은 지킨다는 금속노조의 전통구호를 반드시 실현시키겠다”고 대답한다. 이어 박 위원장은 “그동안 자본과 정권의 탄압이 너무 심하다고 너무 기죽지 말고 기운내자”고 조합원들에게 당부한다. 이를 위해 지도부의 각오가 관건이라고 강조하는 박 위원장은 지도부부터 모범보이고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물론 금속노조 내부적으로는 이 같은 투쟁과제만 있는 게 아니다. 내년 정치적 격변기 때 정치적 태도를 조직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다. 이와 관련해 박 위원장은 “이미 민주노총도 어제(29일) 정치방침 관련해서 질서있게 토론하기로 했다”고 소개하며 “내년 1월 31일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 때까지 금속노조 정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부별로 토론을 부쳐 조합원의 생각을 모아 정치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다.

박 위원장은 11년을 달려온 금속노조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간단히 답한다. “토론만 해서는 의미 없다. 기업지부와 지역지부가 지역공동사업을 함께 실천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는 박 위원장은 “산업노조 차원의 지역사업 모범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한다.

다음 달 5일 정기대의원대회 때면 ‘주사위’는 던져진다.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원하청불공정거래 근절 △노동법 전면재개정이라는 네 가지 과제를 실은 ‘금속노조호’가 출항을 시작한다. “금속노조 파란 깃발이 15만 조합원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박 위원장의 마지막과 말과 함께 “활동가들의 자기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박 위원장의 특별한 주문사항도 그 배에 함께 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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