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남구 출신 한나라당 김무성 국회의원이 지난 27일 한나라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김진숙을 30일 이전에 반드시 크레인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김진숙은) 한진중공업과 아무 상관도 없는데 불법시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들은 “김무성 의원의 발언은 사람을 죽이는 살인적인 행위”라며 29일 오전 11시 20분 여의도 국회에 있는 김무성 국회의원실을 방문해 항의문을 전달했다. 아래는 항의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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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남구 출신 김무성 국회의원님. 저희들은 언론을 통해 김무성 의원님의 7월 27일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의 발언을 전해 들었습니다. 한동안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어찌 할 바를 몰랐습니다. 김무성 의원님은 ‘김진숙을 30일 이전에 반드시 크레인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하고 ‘한진중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불법시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거짓말에다, 살인을 부추기는 행위입니다.

보좌관들도 많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지난 겨울, 김무성 의원님 부산시 남구 용호동 지역사무실 앞에서 ‘한나라당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철회에 적극 나서라’며 노숙농성을 벌인 적도 있습니다. 그때 한진중공업의 잘못된 정리해고는 철회되어야한다는 요지의 자료도 전달한 바 있습니다.

김진숙 여성해고노동자는 한진중공업 당사자입니다

김진숙 여성해고노동자는 1981년 한국최초 여성 용접공으로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했습니다. 1986년 노동조합 대의원활동을 하다가 회사에 찍혀 해고당했습니다. 해고된 후에도 김진숙은 해고가 부당하다며 회사에 복직을 요구해왔습니다. 1989년 한진그룹은 대한조선공사를 인수하여 상호를 한진중공업으로 바꿨습니다. 주식회사는 사고팔 때 누가 인수하든 채권과 채무는 그대로 승계된다는 법은 김무성 의원님도 알고 계실겁니다. 김진숙은 한진중공업과 아무 관련이 없는 제3자가 아니라 부당하게 해고된 당사자인 것입니다.

2003년 85호크레인에서 당시 노조 대표였던 김주익 지회장이 회사의 부당한 구조조정과 노동조합탄압에 항거하여 129일 동안 85호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다 스스로 자결하며 한진중공업의 부당한 처사에 항거했습니다. 살인을 저지른 회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급격히 번지자, 회사는 모든 것을 사죄하고 2003년 11월 그때까지 해고되었던 17명을 복직시키면서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반대한다며 유독 김진숙만은 복직에서 제외시켰습니다. 김진숙을 복직시키지 못하게 한 건 제3자였던 ‘한국경영자총협회’였습니다.

2009년 국가기관인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및 보상심의위원회’는 군사독재시절 해고된 ‘김진숙의 해고는 잘못된 것이다’라고 판단하고 한진중공업에 ‘김진숙에 대한 복직 권고’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김진숙은 제3자가 아니라 엄연히 복직이 거부되는 한진중공업 당사자입니다.

김진숙을 크레인에서 강제로 끌어내리는 행위는 살인입니다.

김진숙은 자신의 복직이 아니라 잘못된 회사경영진의 부당한 정리해고로 400여명에게 정리해고 사전통보가 떨어진 며칠후인 1월 6일 새벽, 홀로 35m 높이의 85호크레인에 올랐습니다. 그리고는 아무도 접근 못하게 안에서 철문을 잠궈버렸습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그 소식을 듣고 85호크레인 아래로 몰려들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김진숙은 ‘정리해고가 철회되지 않으면 절대로 85호크레인에서 내료오지 않을 것이다’고 선언했습니다. 2003년, 김주익지회장이 스스로 목을 맨 85호 크레인 바로 그 자리입니다.

지난 7월 초 회사가 사설용역들을 동원하여 85호 크레인을 이동시키려 했을 때 김진숙은 ‘만약 크레인을 이동시키면, 100m 높이의 크레인 붐대로 올라가겠다’고 했습니다. 노동자들도 놀랬고, 경찰도 놀랬고, 용역을 동원하여 진압작전을 펼치려던 회사도 놀랬습니다. 살인과도 같은 진압작전은 다행히 중단되었습니다. 그런데 김무성 의원님은 ‘희망버스가 도착하는 30일 전에 크레인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살인적인 발언을 거리낌없이 했습니다.

김진숙 여성 해고노동자가 왜 85호크레인에 올라 200일이 넘게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고를 자행한 조남호 회장이 잘못했는지, 정리해고 철회하라는 김진숙 한진중공업 해고여성노동자가 잘못했는지 김무성 국회의원님은 부산시민으로서, 부산시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의원으로서 정말 심사숙고하시기 바랍니다. 살인적인 발언에 대해서는 즉각 사과하십시오

희망버스에 대하여

6월 9일 1차 희망버스, 7월 9일 2차 희망버스를 타고 많은 분들이 부산에 왔습니다. 그분들의 염원은 85호크레인에 올라 ‘정리해고 철회하라’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김진숙 여성해고노동자를 바라보고 ‘힘내라’며 응원하러 왔습니다. 머리에는 꼬갈모자를 쓰고 손에는 ‘소금꽃나무 김진숙 힘내라’는 스치포폼으로 만들어진 피켓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국민을 보호해야할 경찰은 8차선 넓은 도로에 온통 차벽을 치고 물대포와 최루액을 쏘아댔습니다.

그런데 전국민 뿐 아니라 세계로 퍼지는 85호 크레인 김진숙의 농성과 한진중공업의 부당한 정리해고 여론에 당황한 회사와 한나라당 부산시장, 한나라당 영도구청장 등은 잘못된 정리해고를 수습하기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덕재벌인 조남호 회장을 감싸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평소에 관심이 없던 부산시민들도 ‘한진중공업에서 무슨 일이 있냐’며 오히려 관심을 증폭시키는 역작용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김무성 의원님의 7월 27일 발언도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해외공장인 필리핀 수빅조선소에는 수주물량을 쏟이붓고, 부산경제의 디딤돌인 영도조선소에는 일감과 일자리를 줄이는 배은망덕한 악덕재벌 조남호를 감싸고 도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조남호 회장의 현재대로의 행태라면, 조만간 영도조선소가 없어질지도 모를 우려가 부산시민들과 영도주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습니다.

김무성 의원님.만약 제대로 된 부산출신 국회의원이면, 조남호 회장을 국회청문회로 불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제대로 살리라며 다그쳐야합니다.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고 수주를 제대로 하면 부산경제와 영도경제, 노동자들의 일자리, 협력업체의 일감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희망버스’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점인 정리해고철회와 한진중공업의 수주물량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부산출신 국회의원으로 해야할 제대로 된 사태해결 방법입니다. 살인자가 되지 마십시오.

2011. 7. 29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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