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관리자에게 수차례 성희롱을 당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여성 사내하청 노동자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금속노조는 22일 근로복지공단에 피해자의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질환에 대한 산재요양신청을 접수했다. 금속노조에서는 첫 사례다.

피해자는 회사 관리자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뒤 지난 해 11월부터 불안과 우울증 등 증상을 호소해왔고 ‘혼합형 불안우울장애’와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다. 현재까지 피해자는 주 1회 정신과 전문의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아산공장에서 가해자들이 출근하면서 1인 시위 하는 나를 비웃고 구경하고 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지금도 가해자와 회사 관리자들이 나타나는 꿈을 꾼다. 가해자가 타던 차와 비슷한 차만 봐도 심장이 뛰고 불안하다”고 괴로움을 호소했다.

피해자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는 진단서에서 “직장에서 지속적인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하여 참아왔으나 정도가 심해져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추행 장면이 회상되고 쉽게 놀라며 불면, 우울, 불안 증상 등을 호소하고 있다. 심리적 안정을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7월 22일 금속노조가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의 정신질환 산재신청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강정주
이날 산재신청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현미 노조 부위원장은 “관리자에게 성희롱을 당한 것도 모자라 부당하게 해고되고 정신적 피해까지 입었다”며 ”근로복지공단은 피해자의 업무상재해를 즉각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다시는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이로 인한 정신질환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며 “하청업체에 대한 예방의무와 책임을 가진 현대차에 이후에도 성희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교육과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촉구할 것”이라고 현대차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바람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당실 활동가는 성희롱으로 인한 여성노동자들의 피해 상황을 알렸다. 바람 활동가는 “한 여성노동자는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해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 결국 심장 판막에 이상이 생겼다”며 “지난 해 상담의 40%가 직장 내 성희롱 문제였다.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한 여성노동자들은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앓다가 정신질환에 시달린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성희롱에 따른 정신질환 산재신청은 금속노조에서는 첫 사례다. 바람 활동가의 지적처럼 여성노동자들이 성희롱을 당하더라도 알리는 것이 쉽지 않아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에 시달리면서도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최근 일본에서는 이러한 여성노동자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직장 내 성추행에 대한 산재 인정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성희롱 피해자의 경우 누구와도 상담하지 않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 정신질환 등 산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피해 노동자가 우울증 등 정신장해로 인해 일을 못할 경우 산재로 인정하고 휴직기간 급여의 80%를 지급하는 지침을 올 해 말까지 마련한다고 밝혔다.

문길주 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이미 국가인권위에서도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만큼 근로복지공단이 신속하게 산재 인정에 나서야 한다”며 “이런 움직임이 성희롱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많은 여성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산재 신청의 취지를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14년 동안 현대차를 만들어온 피해자는 2009년 4월부터 하청업체 소장과 조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이에 피해자는 지난 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국가인권위는 올 해 1월 이에 대해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며 하청업체 사장과 가해자인 소장과 조장에게 총 1천8백만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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