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여명이 모인 ‘2차 희망버스’. 이 자리에는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을 비롯해 시민,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동참했다.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이들이 쏟아지는 폭우 속에 울고 웃으며 벌인 일들은 그야말로 다채로웠다.

▲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9일 '희망과 연대의 콘서트'가 열린 부산역 광장에서 기타 모양의 조형물을 들고 부산 시민들에게 자신들이 정리해고 당한 사연을 알리고 있다. 박향주

유성기업, 콜트악기, 콜렉, 발레오공조코리아, 쌍용자동차 등 잘 알려져 있는 곳의 투쟁하는 노동자들도 9일부터 이틀동안 부산에서 날을 보냈다. 9일 저녁 7시 '희망과 연대의 콘서트'가 열린 부산역에서 유성기업지회 소속 노동자들은 피켓을 들고 충남 아산 유성기업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부산시민들에게 알렸다. 콜트악기와 콜텍지회 노동자들 역시 부산역 광장에서 기타 모양의 조형물을 들고 ‘정리해고 철회’를 같이 외쳤다.

▲ 쌍용차와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은 지난 1일 평택 쌍용차 정문을 출발해 도보로 9일 만에 부산역에 도착했다. 이들이 9일 오후 5시 경 부산진역 인근을 걷고 있다. 박향주

쌍용차지부와 충남지부 발레오공조코리아 지회 소속 노동자 서른 명은 ‘2차 희망버스’행사에 맞춰 아흐레 동안 평택에서 걸어서 부산까지 도착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지난 1일 평택 쌍용차 정문을 출발해 하루 10시간씩 걸었다. ‘소금꽃 찾아 천리길’이라는 문구를 몸에 두른 이들이 부산역 광장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쌍용차지부 이창근 기획실장은 "다음을 약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기회에 정리해고 문제를 뿌리째 흔들자"고 강조했다.

▲ 울산에거 부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온 현대차비정규지회 조합원들이 부산역에 도착해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있다. 박향주

울산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온 이들도 있다. 울산의 현대차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 주인공.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이웅화 비상대책위원장은 “한진중공업 동지들 만나려고 80km의 거리를 6시간 동안 자전거 페달을 밟아 왔다”고 말한다. 이 비대위원장은 “울산에서는 이번 희망자전거를 계기로 새로운 투쟁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서로 연대해서 현대차 비정규직과 부산 한진중공업 모두 반드시 승리하자”고 전했다.  

▲ 2차 희망버스 행사에 참여한 전국장애인철폐연대 회원들이 10일 오전 경찰 차벽 바로 앞에서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박향주

2차 희망버스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백여 명도 올라탔다. 그런데 10일 새벽 경찰과의 충돌과정에서 뇌병변장애인이 연행되자 참가자들이 분노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무자비한 경찰이 장애인들에게 최루액을 쏘고 심지어 연행해 갔다”며 경찰 차벽 바로 앞에서 회원들과 함께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 지난 달 11일 1차 희망버스 때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에게 구급약품을 기증했던 <늘픔약사회> 회원들이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경찰 차벽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영도조선소 인근 태종로에서 10일 아침을 맞았다. 날이 밝아오자 이곳저곳에서 난장이 벌어졌다. 민족춤패 '출' 등 문화예술인들이 공연을 선보이는 한편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노래와 율동을 이어가 흥겨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신명나는 사물놀이가 펼쳐지기도 했다.

▲ 10일 오전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경찰 차벽 앞에 놓인 이윤엽 판화가의 대형걸개그림에 색을 칠하고 그림을 그려넣고 있다.

경찰 차벽 앞에서 가로 5m, 세로 10m짜리 대형 걸개그림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란 제목의 대형 걸개그림에는 어린이, 학생, 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형상이 그려져 있다. 밑그림은 판화가 이윤엽씨가 그렸고 이를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칠했다.

영도조선소 85크레인을 디자인한 '크레인티'를 판매해 그 수익금을 한진중공업 해고자 가족대책위원회에 전달한 사람들도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소속 회원들은 경찰이 쏜 최루액을 맞고 피부화상을 입은 시민 1백 여명을 치료하기도 했다.

▲ 희망버스에 참여한 동화작가들이 12개 출판사에서 기증받은 아동 관련 서적 1천여 권을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원회에 전달했다.

희망버스 행사에는 동화작가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이번 행사 때 열 두 개 출판사에서 기증받은 아동 서적 1천여 권을 한진중공업 가대위에 전달하기도 했다. 동화작가인 박효미 씨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 자녀들이 희망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작가들이 직접 서명한 동화책 선물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쌍용차, 유성기업, 발레오만도 소속 노동자 자녀들에게도 책을 전달할 계획이다.

2차 희망버스 기획단은 희망버스 참가비로 10일 아침과 점심식사를 마련했고 참가자들과 함께 주먹밥을 만들어 돌아가는 희망버스에 실어 보냈다. 청주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 연잎 비빔밥과 묵밥 2백 인 분을 준비해왔고, 지나가던 시민들이 아이스크림과 토마토, 수박 등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