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법정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노동자와 자본이 또 다시 부딪히고 있다. 최소한 전체 노동자 임금 평균의 50%는 받아야 하니 5,410원으로 인상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와 달리 경영계는 또 다시 ‘동결’ 입장을 가지고 나서는 형국이다. 올 최저임금 시급 4,320원으로 주 40시간 한 달 꼬박 일하면 902,880원을 월급으로 받는다. 과연 이정도면 될까.

OECD회원국 20곳 중 15위로 매우 낮은 수준인 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 이를 현실적 수준으로 인상하고 저임금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16일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실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 현실화, 저임금 해소 방안 토론회'에서는 초과이익공유제와 국가기금 마련 등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곽정수 경제학 박사는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성장 격차 확대를 지적하며 이익공유제 실행이 저임금 문제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곽 박사는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극화 뿌리에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자리잡고 있다”며 “동반성장 대책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근본적 문제인 납품단가 인하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실질적인 방안이 되지 못한다”고 최근 초과이익공유제가 제기된 배경을 설명했다.

▲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최저임금 현실화, 저임금 해소 방안 토론회'에서 곽정수 경제학 박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강정주
곽 박사는 대기업과 협력사가 목표액을 정하고 그보다 초과한 이익을 배분하는 방식의 이익공유제 시행과 그 중 일정 부분을 기금으로 적립해 사용하는 ‘이익공유적립금제’를 제시했다. 이익공유적립금의 경우 대기업과 협력사 간 손실분 대책으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1차 협력사 뿐 아니라 원청 내 사내하청, 2차, 3차 협력사 등 더 열악한 기업의 기술, 인력개발 지원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 이어 곽 박사는 “이러한 기금 사용이 해당 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저임금 구조 개선과 기업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 박사는 “이러한 제도 활용은 최저임금 현실화가 영세중소기업의 도산과 대량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영계의 논리를 차단할 수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대기업과 거래하는 협력사에서부터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발제자로 토론회에 참석한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의 이상호 상임연구위원도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대․중소기업간 격차 축소가 저임금 문제 해결의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익성 격차는 지불능력의 차이로 나타나고 궁극적으로 임금 격차로 귀결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원하청간 불공정거래가 그 원인인 만큼 대기업이 달성한 초과이익으로 기금을 조성해 중소기업 고용능력 강화에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저임금 해소를 위한 다른 방안도 제시했다. 이 위원은 독일의 ‘결합임금제도’ 사례를 들어 사용자만이 아니라 국가가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보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사회보험료의 노사분담금 중 일부를 감면하거나 임금 자체를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위원은 “저임금은 단순히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 정부도 지원금, 세금감면, 사회보험료 감면, 연구개발 기금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의 임금 보조금을 국가 재정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위원은 “저임금 확산에 조직된 노동자들의 기본급 보다는 성과급 인상에 집중하는 왜곡된 임금인상 투쟁도 영향이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우리 스스로가 비정규직, 정규직노동자의 동등 대우와 임금 격차 해소에 대한 방안을 가져야 한다”며 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기금을 조성해 열악한 사업장 노동자들에 기금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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