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상대방을 알아야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이 옛 말에서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언론'이라는 외피를 쓴 채 최소한의 공정보도조차 외면하고 있는 '조중동'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퀴즈 하나를 내보자. '조중동'은 이번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이라 그랬을까 안 그랬을까? 상식있는 노동자들은 '조중동'을 보지 않을 테니, 대신 말씀드리겠다. 정답은 '자기들 입으로는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중동'은 자기들 입으로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을 만큼 영악하고 노련하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정부는 파업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조합원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히 처벌해야 한다. 파업 과정에서 일어난 피해에 대해서도 노조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 불법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일깨워야 한다."(중앙일보 2009년 11월27일치 사설 '철도노조 파업, 법과 원칙대로 처리해야)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는 이 사설의 내용은 철도노조 파업을 사실상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사설은 "파업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조합원들을~" 이란 식으로 불법이란 낱말을 사용했다.

 '우리가 언제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이라고 규정했느냐?'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가 가능한 방식으로 교묘하게 불법 이미지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 12월2일 여의도문화마당 광장에서 열린 철도노조 파업 서울지역 결의대회에 참석한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밝은 표정으로 단협해지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동과 세계> 이명익 기자

그럼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방법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언론을 알아야 한다. 지난 11월28일 “타협하지 말라”는 MB의 지시에 따라 범정부 차원에서 12월2일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낙인찍었다. ‘조중동’이 정부 입을 빌려 신나게 불법파업 운운했음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자기들 입으로는 ‘불법파업’이라 하지 않았다가, 정부의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하자 이를 신나게 받아쓴 것이다. ‘정부’라는 신뢰성 있는 취재원을 인용했으니 괜찮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적어도 조중동은 정부의 불법파업 낙인찍기가 있기 전까지는 형식적인 측면에서라도 스스로 불법파업 규정을 하지 않았다. 다만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철밥통’이니 ‘시민 불편’이니 ‘연봉 9천만원’이니 하면서 파업 흠집내기에 열중했을 뿐이다. 이런 흠집내기에 푸념해 봤자 소용이 없다.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교섭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단체행동권 차원에서 업무에 지장을 주기 위한 게 파업’이라는 식의 상식은 조중동에 통하지 않는다. ‘조중동’은 ‘파업은 나쁘다’는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사실들’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대꾸할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전달한 사실관계에 잘못이 없다면, 이런 식의 흠집내기에는 딱히 대응할 수 있는 법적인 수단도 마땅하지 않다. 이에 대한 유일한 대응은 ‘조중동 OUT'이란 주먹을 동원해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뿐이다.

하지만 12월2일부터는 ‘조중동’이 정부 입을 빌려 신나게 해댄 불법파업 보도는 다르다. 정부 입을 빌렸으면 최소한으로라도 ‘이번 파업은 정당하고 합법’이라는 철도노조의 입을 지면에 등장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이게 이른바 사실과 의견을 분리해 보도해야 한다는 ‘객관주의 저널리즘’에서 말하는 최소한의 공정성이다.

정부가 ‘불법파업’이란 의견을 밝혔다면, ‘합법파업’이란 철도노조의 주장이 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하지 않았다. 철도파업 이전부터 찰도파업 종료 때까지 단 한차례도 하지 않았다.

철도노조 위원장 구속과 관련된 보도에서도 “불법파업을 주도해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철도 운행에 지장을 준 혐의”(조선일보 12월14일치 ‘철도노조 위원장 구속’, 윤주헌 기자), “8일간의 파업을 주도해 한국철도공사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중앙일보 12월14일치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 구속’, 정선언 기자) 등으로 보도했을 뿐이다.

준법파업을 수행해 오다 정부에 의해 졸지에 불법파업이란 낙인이 찍힌 철도노조는 조중동의 이런 보도에 의해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당했다. 정부의 입을 빌려 불법파업으로 규정하는 ‘조중동’의 가증스러운 객관보도 시늉에 의해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했다.

이 부분에서 ‘조중동’은 딱 걸렸다. 철저하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를 향해서도 대규모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는 대응을 해야 한다. 사법의 영역은 아직까지 ‘막걸리 보안법 시대’로까지 후퇴하지는 않은 상태이며, 치열한 쟁투가 벌어지는 현장이기에 이 부문에서 소극적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게 인지상정이다. 주먹, 필요하다. 단 함부로 휘두르지 말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때 휘두를 주먹은 민주노총 조합원 10만명 ‘조중동 구독 OUT 결행’이다.

높은 연봉에 철밥통이니 시민 불편이니 하는 식으로 파업을 흠집내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더 힘들게 하는 노동법 개악에 찬성하면서 자신들이 마치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하는 것처럼 민주노총을 귀족노조로 공격해 대는 ‘조중동’의 반노동 적대주의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는 없다.

조준상 /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옛 한겨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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