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포항 진방스틸 노동자 16명에 대한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지난달 26일 내린 가운데, 이 판례가 정리해고로 홍역을 겪고 있는 다른 사업장들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판결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된 곳은 한진중공업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월 노동자 170명에게 정리해고를 최종 통보했다. 그리고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경영난이라는 사측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달 6일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하지만 진방스틸 부당해고 대법 판례가 적용되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한진중공업 노사 역시 진방스틸처럼 노사 간 이른바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해 놨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지난 2007년 7월 ‘해외공장이 운영되는 한 조합원의 정리해고 등 단체협약상 정년을 보장하지 못할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노조 측과 합의한 바 있다. 회사는 또한 2010년 2월에도 인위적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수주경쟁력 확보와 생산성 향상에 노력한다는 내용의 노사합의서를 작성했었다.

▲ 진방스틸 부당해고 대법 판례가 적용되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한진중공업 노사 역시 진방스틸처럼 노사 간 이른바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해 놨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이 영도조선소 안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게다가 대법원은 진방스틸 부당해고 판결의 근거로 ‘기업 자체가 존폐 위기에 처할 심각한 재정적 위기가 도래했다거나, 예상치 못한 급격한 경영상 변화’가 있지 않았다고 봤는데, 한진중공업 상황 역시 비슷하다는 진단이 많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10년 간 4천277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냈으며, 한진중공업의 해외 공장인 필리핀 수빅조선소에는 지금도 계속 선박 수주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경기지부 소속 파카한일유압 노동자 32명에 대한 수원지방법원의 부당해고 판결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파카한일유압은 계열사인 파카코리아로 물량을 빼돌려 인위적인 경영위기를 조장한 뒤 이를 핑계로 2009년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국내와 국외라는 차이가 있지만 한진중공업과 판박이다.

파카한일유압 사측은 두 회사가 별도의 법인이므로 정리해고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두 회사가 등기부상으로는 별개지만, 실질적으로는 본사를 통해 하나의 회사처럼 지배하고 있으며, 같은 제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수원지방법원은 “파카한일유압과 파카코리아 전체를 볼 때 여전히 안정된 경영을 영위하고 있다”며 긴박한 경영상 이유를 인정치 않았다.

이에 앞서 대전충북지부 소속 콜텍 해고 노동자들도 비슷한 판결로 부당해고를 인정받은 바 있다. 회사는 2007년 7월 경영상 이유로 대전공장을 폐쇄하며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했다. 회사의 주장은 파카한일유압과 같았다. 대전공장이 다른 사업부문과 분리·독립돼 있어, 대전공장의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만으로도 정리해고는 정당하다는 것.

중앙노동위원회와 1심은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난 2009년 11월 서울고등법원은 대전공장이 다른 사업부문과 재무 및 회계에서 실질적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며 1심 판결을 취소했다. 회사 전체의 경영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이 두 사건은 아직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내려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긴박한 경영상 이유’를 엄격히 적용한 이번 진방스틸 부당해고 대법판결이 이 사건들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송영섭 금속노조 법률원장은 “고용안정협약을 전제로 하고 있긴 하지만 기존 판례에 비해 정리해고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한편 앞서 언급한 곳들 말고도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인 쌍용차, 대림차, 발레오공조코리아, 동서공업, 포레시아, 시그네틱스, ASA, 대우자동차판매, 콜트, 한우물 등에서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노사 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현재 ‘긴박한 경영상 이유’를 쟁점으로 법적 다툼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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