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에 끝내 폭력경찰이 난입했다. 24일 낮 4시 경찰병력 3천 여 명은 직장폐쇄에 맞서 조합원 6백 여 명이 평화롭게 농성중인 유성기업 현장에 전격 투입됐다. 이들 경찰은 2시간 반 만에 농성 조합원을 전원 끌어냈다.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끌려나온 노동자들은 무장도 하지 않았고 어떠한 생산시설 훼손도 없었다. 24일은 평화롭던 생산현장이 경찰에 의해 짓밟힌 날이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는 같은 날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유성기업 공권력 투입에 대한 긴급 대응 지침을 결정했다. 그 지침에 따르면 일단 26일 노조 소속 충남지부와 대전충북지부는 파업을 전개하게 된다. 그리고 노조는 이에 앞선 25일 서울, 인천, 경기, 기아차, 한국지엠, 만도지부 등 수도권 교섭위원을 동원해 아산경찰서 앞 규탄집회를 개최한다. 아울러 노조는 오는 27일(금) 전국의 금속노조 주야간 전체 노조간부를 충남 아산에 모아 대규모 집회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 5월24일 오후 4시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경찰이 투입됐다. <오마이뉴스> 제공
충남 아산의 유성기업은 지난 18일 오후 5시 “저녁 8시부로 직장폐쇄에 돌입한다”는 공고를 기습적으로 붙였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용역깡패’와 회사관리자 2백 여 명을 공장 안과 회사정문 앞에 배치했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유성기업지회 조합원과 충남지부 소속 노조간부 3백여 명은 같은 날 밤 10시 경 관리자들 및 용역깡패를 몰아내고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날인 지난 19일 충남 아산과 충북 영동의 유성기업 두 지회는 “회사가 아산공장 직장폐쇄를 철회할 때까지 아산과 영동의 전체 조합원 5백 명이 아산공장 사수 농성을 진행”키로 결의하고 집단 현장농성에 돌입했다. 같은 날 충남지부도 낮 2시 비상운영위원회를 열어 “회사측과 공권력이 현장을 침탈한다면 즉각적인 지부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결정했다.

이 같은 노동자들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그 뒤부터 공권력 투입의 명분을 쌓기 위해 ‘도발’을 반복했다. 회사는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 동안 하루에 한 번씩 회사 관리자 1백 50여명을 동원해 농성대오에게 접근시켜 폭력을 야기했다. 하지만 농성조합원들은 어떠한 폭력도 행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병력은 지난 21일 아침 9시 20분부터 회사 주변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그 뒤 경찰병력은 23일 들어 40개 중대(충남지부 추정)로 늘어났다.

▲ 24일 공권력 투입 전인 낮 1시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열린 노조 긴급기자회견에 모인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과 노조 간부들이 사측과 경찰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동준
유성기업 사측과의 노사교섭이 직장폐쇄 6일째인 23일 성사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날 교섭 때 “지회의 요구안을 철회하고 농성대오를 우선 빼면 회사가 조합원들을 선별복귀 시키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직장폐쇄 7일째인 24일 오후 2시 두 번째 교섭이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교섭과 동시에 경찰병력의 ‘퇴거명령’ 선무방송은 시작됐고, 교섭석상에서 사측은 “공장가동할테니 공장에서 퇴거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시계만 쳐다보다 2시 50분에 철수했다. 그 뒤 경찰병력은 이날 4시부터 현장난입을 시작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 30분 경 백원우 국회 행정안정위 소속 국회의원 등 민주당 쪽 인사 세 명이 아산공장 현장을 방문해 “공권력 현장투입은 막아야 한다는 당 차원의 명령을 받고 이곳에 왔다”고 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비폭력 비무장인 ‘평화롭던’ 노동자 6백 여 명은 이렇게 7일 만에 폭력경찰에 의해 생산현장에서 강제로 끌려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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