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직장폐쇄가 23일 현재 6일 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사태에 현대기아차그룹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23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회사 쪽 문건을 폭로했다. 이 문건은 직장폐쇄 이틀째인 지난 19일 조합원들이 회사 관리자들의 승용차를 차량소유자를 대신해 회사 바깥으로 빼주는 과정 때 한 노무 관리자 차량 안에 있던 문건이다.

▲ 회사 쪽 관리자들이 갖고 있던 문건. 이 문건에는 노조파괴를 위한 날짜별 계획과 실행표까지 작성돼 있기도 했다.

그 문건에는 “현대차에 미칠 영향을 우려, 유성기업의 주간연속 2교대제를 막아야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아울러 이 문건에는 노조파괴를 위한 날짜별 계획과 실행표까지 작성돼 있기도 했다. 그 계획표에 따르면 ‘지회투쟁 불법성 입증할 자료 확보→지도위 행정지도→지회 파업 돌입→직장폐쇄→지회간부 출입금지, 관리직 및 외부인력으로 생산재개→조합원 분열 ․ 회유 시켜 공장 복귀’ 등의 수순이 담겨 있다.

특히 이 문건에는 “유성기업이 노사 간 주간연속2교대 시행 합의 시 현대기아차 본교섭 때 일부 변수 발생 우려”라고 적시돼 있어 이번 사태 배경에 현대기아차그룹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에 설득력을 주고 있다. 또한 문건에는 “승용디젤엔진 부품공급에 차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생산물량 점검 및 대응은 구동부품개발실 별도 검토 중”이라는 내용도 동시에 적혀 있다. 현대차에 당분간 심각한 공급차질이 발생하더라도 주간2교대제 시행을 막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공권력 투입’을 현대기아차그룹이 나서서 경찰에 압박 넣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유성기업과 같은 불법 분규가 계속 방치될 경우 복수노조 허용과 맞물려 노사관계와 정국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 된다”며 “신속히 공권력을 작동해 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에는 현대기아차그룹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 21일 낮 아산 유성기업 공장 앞 도로에 경찰 병력이 배치된 가운데, 경찰 뒤에 사측 관리자들이 도열해 반노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상민

같은 날 한국자동차공업협회도 기자회견을 통해 “유성기업노조가 직장폐쇄 중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으로 생산시절을 점거하고 있어 공권력 투입 등 엄정한 법 집행으로 즉각적인 회복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현대기아차그룹의 절대적 영향력 하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직장폐쇄 닷새만에 사용자단체가 대거 나서서 공권력 투입을 협박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노조는 “급작스런 직장폐쇄가 현대기아차그룹과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되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조와 민주노총은 23일 기자회견 때 △유성기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범죄집단인 용역 회사 철수 △현대차 그룹의 부당한 개입과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수사에 착수 △즉각 직장폐쇄 철회와 사과 및 모든 피해의 원상회복 △무리한 공권력 개입 시도를 즉각 중지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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