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미뤄졌던 한국델파이 매각에 속도가 붙고 있다. 그런데 그간 특별한 이유 없이 매각일정을 연기해 온 매각주관사가 예비실사도 하지 않은 채 5월 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물론 주식매매계약서 체결까지 완료할 것으로 알려져 델파이지회가 반발하고 있다.

한국델파이지회(대표지회장 홍주표)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매각주관사는 5월 셋째 주에 최종입찰을 받는다. 지회는 “최종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행보증금 납부, 주식매매계약서 체결을 2주 이내에 끝낼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협상대상자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뿐 아니다. 이번 최종입찰은 한국델파이공장에 대한 예비실사도 없이 시작된다. 예비입찰후보의 예비실사가 이뤄진 후 최종입찰에 들어가는 것이 보통의 경우지만, 지회의 저지로 코오롱 등 5곳 예비입찰후보들은 한국델파이 공장에 대한 실사를 전혀 진행하지 못했다.

▲ 5월4일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서‘한국델파이 매각투쟁승리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대전충북= 성세경

5월 4일 낮 1시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서 열린 ‘한국델파이 매각투쟁승리 결의대회’에서 홍주표 지회장은 이와 같은 우려를 밝히며 “차라리 잘 됐다. 총파업 이미 준비 다 끝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지회장은 “주주협의회와 매각주관사가 잔머리를 쓰고 있다”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이행보증금 납부까지 3일, 이후 주식매매계약서 체결까지 5일이 예상되는데 8일이면 충분하다. 그 시간이면 한국지엠을 멈춰 세울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 날 집회에 참여한 한국델파이 대구, 진천 1천여 조합원들은 코오롱 자본과 투기자본에 대한 거부의사를 명확히 했다. 특히 코오롱에 대한 반대 뜻을 재차 밝혔다. 지회에 따르면 코오롱 측은 노조를 의식해 “과거에는 노사문제가 있었지만 현재는 전혀 없다. 인수 결정되면 한국델파이 노조와 대화로 풀어나가겠다”고 밝히며 매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홍 지회장은 “코오롱의 노조탄압은 현재진행형”이라며 “코오롱은 지난 2005년 1천 여 명의 노동자를 해고했지만 아직까지 한 명도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악질자본 코오롱 절대 안 된다고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며 “때문에 코오롱 인수 결정되는 순간 대화는 없다. 곧바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5월4일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서 열린‘한국델파이 매각투쟁승리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다. 대전충북= 성세경

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한진중공업, 발레오공조 등 전국의 여러 투쟁사업장을 보라. 노동자 탄압하는 자본가들과 그런 그들을 위해 애쓰는 이명박 정부에 기대할 것이 전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위원장은 “결국 노동자들 스스로 단결해 노동자 생존권을 지키는 수 밖에 없다”며 “델파이의 투쟁에 금속노조가 어떻게 함께 싸울 것인가 신속히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코오롱, 이래CS(대우인터내셔널 합작투자), 갑을오토텍(동국실업 계열사)와 투기자본인 MBK파트너스 및 KTB-신한PE 컨소시엄 등 총 5곳이 예비입찰후보로 선정된 상황이다. 예비실사와 본입찰 참가자격을 지닌 5개 예비입찰후보들은 지난 달 20일과 21일 한국델파이 최대주주로 최종 매각 동의권을 지닌 미국델파이 측과 개별만남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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