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글로벌화 되면서 환율문제가 국가경제의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각종 언론에서는 환율 이야기가 심심찮게 오르내리며, 환율이 출렁거릴 때마다 경제적 타격과 수출기업에 대한 우려 섞인 기사가 쏟아진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환율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다. 이를 악용해 자본과 언론이 합작해 경제 불안 이데올로기 공세를 퍼붓기도 한다.

환율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선 환율상승과 환율가치의 상관관계를 반대로 해석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달러에 1천원이던 환율이 500원이 되면 달러기준 원화의 환율이 하락하고, 원화가치가 달러 대비 상승한다. 이 내용을 언론들이 단순히 “환율이 하락했다”는 식으로 짧게 표현하다 보니 일반인은 환율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먼저, 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환율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아보자. 보통 재화나 서비스 가격이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해 결정되듯이 환율도 마찬가지다. 환율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늘거나 줄면 환율도 그에 따라 올라가거나 내려간다. 하지만 환율은 특별한 경우 경제상황과 전혀 관계없이 움직이기도 한다.

한 예로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미국이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했지만 반대로 달러가치는 폭등했다. 미국의 금융기관이 전 세계에 고객도 많고 채권도 많다보니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달러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예금 인출과 채권 상환에 대비하기 위해 달러를 사들일 수밖에 없었고, 수요가 늘자 경제상황과 전혀 관계없이 달러가치가 폭등했다.

문제는 글로벌 경제에서 환율이 오르락내리락 할 때마다 기업들은 홍역을 치른다는 것이다. 환율 변동이 심하면 기업 활동을 제대로 하기 힘들고 국민경제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환율은 안정적인 게 좋다. 얼마 전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 때 키코(KIKO)사태를 겪은 중소기업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렇듯 환율은 수출입 기업 모두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정부는 ‘외평채’라는 것을 발행해 환율안정을 도모한다.

‘외평채’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줄임말이며, 원화와 외화 두 가지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환율이 내려가면 정부는 원화로 된 외평채를 발행해 돈을 모아 그 돈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인다. 반대로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채권을 발행해 외국에 판다. 다시 말해 정부가 시장에서 외화(달러)의 수요와 공급을 외평채 발행을 통해 조절하는 것이다.

환율은 단기간으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변동이 커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국가경쟁력에 의한 일정한 추세를 보인다. 한 마디로 환율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오르고 내리는 주가의 흐름과 같다. 특히 신자유주의 투기자본주의에서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두고 경제위기를 들먹이며 경제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자본의 장난질에 이젠 더 이상 놀아나서는 안 되겠다. 글로벌 경제 속에서 환율의 장기적 추세 이탈은 곧 자본주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대처하면 된다.

안정환 / 금속노조 기획국장

 

[용어해설] KIKO란?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이다. 녹인 녹아웃[Knock-In(상한), Knock-Out(하한)]의 영문 첫 글자에서 따온 말로서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상품이다. 환율이 일정한 구간 안에서 변동한다면 기업에게 어느 정도 이익을 안겨줄 수 있지만, 환율이 하한 이하로 내려가면 계약이 무효가 되어 환손실을 그대로 감수해야 하고, 상한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에는 더 큰 손실을 입는다. 2008년 한국에서 환율이 급등하였을 때, 은행과 키코 계약을 맺은 중소기업들이 큰 손실을 보았으며, 견실한 중견기업체가 환차손으로 흑자 도산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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