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까지 극심한 인권유린과 노조탄압을 자행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현재 필리핀 수빅만 조선소에는 생산직 1만 9천 여 명과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건설노동자 1천여 명이 있다. 하지만 현지 노동자 대다수는 1백 1개 하청업체에 소속된 기간제 계약직으로 노동조건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한국인 관리자로부터 받는 인권유린도 심각한 수준이다. 회사 안에서는 휴대폰과 신분증을 압수당한다. 한국 관리자들이 발로 차거나 때리는 등 폭행이 수시로 발생하고 언어적 폭력도 비일비재하다.

국제건설목공노련 아폴리나르 덩 톨렌티노 아시아 지역대표는 “노조 조합원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더 심각한 폭력을 당한다”며 “한국노래를 부르라고 강요하고, 못 부르면 땡볕에 나가 서있는 벌을 주기도 한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 4월1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제건설목공노련의 아폴리나르 덩 톨렌티노 아시아 대표가 한진중공업이 수빅조선소에서 저지르는 노동자 인권 탄압사례를 폭로하고 있다. 신동준

덩 톨렌티노 대표의 말처럼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 노동자들이 결성한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2008년 7월 필리핀 노동자 3백 여 명은 ‘한진중공업건설필리핀노조’를 만들었다. 노조 설립 직후 회사는 노조 간부와 조합원 14명을 해고하고, 일부는 민다나오에 있는 필리핀 법인 다른 사업장으로 강제 전출시켰다. 해고자들의 사진을 공장 곳곳에 게시해두고 이들의 공장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기도 하다.

덩 톨렌티노 대표는 지난 해 9월 노동부가 노조에 설립신고필증을 발급했지만 회사가 재심을 요청해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한다. 덩 톨렌티노 대표에 따르면 회사가 로펌을 이용해 노조 설립 절차를 조작하거나 설립신고필증이 나와도 취소를 요청하는 등 노조 결성 자체를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조선소에서는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기본적인 안전장치, 복지시설이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라 사망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철판에 찔리거나 바닥에 추락, 질식 등 5천 건이 넘는 사고가 발생했고, 28명이 사망했다. 최근에도 지난 11일 용접공이 추락해 사망하는 등 위험작업환경으로 인한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덩 톨렌티노 대표는 “필리핀 노동자들은 지난주에도 회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했다”며 “수빅조선소가 과연 조선소냐, 아니면 묘지냐는 얘기를 한다. 수빅조선소는 전쟁터와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필리핀 의회까지 나서 회사에 산업안전법 준수와 의료시설 마련 등을 권고하고 있다고 덩 톨렌티노 대표는 전한다. 2009년 2월 의회 내 노동위원회 의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공장 내 의사와 간호사를 갖춘 24시간 가동 병원 설립 △안전 인력 배치 △1만 9천명에게 개인보호장비 지급 △한국인 관리자에게 학대 관행 추방 관련 세미나 개최 등을 권고했다. 하지만 현지 노조에 따르면 권고 이후 의사 한 명과 침상 일곱 개 뿐인 의료센터를 만들었을 뿐 이후 사망사고는 더 많이 발생하고 있고, 한국 관리자들의 학대도 더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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