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일, 63년 전 제주도에서 벌어진 4․3 항쟁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민주노총 조합원 1천 여 명이 제주도를 찾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섬, 평화의 땅으로만 기억되는 제주도. 하지만 지금 살아가고 있는 도민들에게 제주도는 4․3의 지나간 역사를 간직한 땅이 아니라 여전한 투쟁의 장, 생존을 위해 싸우는 치열한 현장이었다.

▲ 고대언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장. 강정주
일방적인 해군기지 건설을 막기 위한 강정 마을 주민들의 투쟁, 부당해고와 노조 탄압에 맞선 노동자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한창이다. 3일 제주도에서 고대언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장을 만나 이들의 투쟁 얘기를 들어봤다.

고 본부장은 금속노조 조합원이다. 현대자동차를 판매하는 노동자다. 제조업이 많지 않은 제주도의 특성상 현재 노조 조합원은 판매, 정비 노동자 등 2백 여 명이다. 인원이 많지 않아 금속노조만의 별도 사업을 하기는 어렵지만 금속노동자라는 자부심만큼은 크다.

“금속노동자가 가지고 있는 집단성과 투쟁성이 있잖아요. 저는 금속노동자가 세상을 변혁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자동차 조합원으로 처음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고 배웠습니다. 그때 배운 정신과 금속노조 조합원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지역 투쟁도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탄압이면 항쟁이다. 이것이 4.3 정신”

고 본부장이 생각하는 4․3항쟁의 정신은 무엇일까. 1947년 3월1일 3․1절 행사 과정에서 경찰이 도민에게 발포했고 6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3월10일 도민들은 총파업에 나선다. 고 본부장은 이때 도청공무원, 교사, 노동자, 상인들까지 모두 들고 일어나 파업에 나섰던 것이 4․3 항쟁의 도화선이 됐고, 그것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이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배워야 할 것은 사회 모순이 발생하고 탄압을 받으면 파업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노동자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 당시 무수한 학살이 자행되고 내 가족이 불타 죽는 가운데 ‘탄압이면 항쟁’이라는 당시 제주민중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계승해야 할 4․3항쟁의 정신입니다. 지금 이명박정권의 탄압은 우리의 항쟁이 없으면 대응할 수 없습니다.”

고 본부장이 강조하는 투쟁의 정신은 지금 제주도에서도 한창이다. 지난 해 제주도에도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은 연이어 벌어졌다. 제주의료원은 지난 해 11월 병원 측이 일방적으로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고,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합의 불이행, 간호사 대폭 감축 등 노사관계가 파행을 겪고 있다. 도립예술단 단원들은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교섭을 하던 중 지회장과 조합원들이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됐다.

▲ 4월3일 제주시청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정주
고 본부장은 “이 사업장 모두 제주도측의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곳이예요. 그런데 우근민 도지사 취임 이후에 말로는 노사관계 잘 만들겠다, 해결하겠다 하면서 천막 철거하고 말바꾸기 하면서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상황을 전한다. 제주본부는 ‘제주지역 노조탄압 분쇄 공동투쟁본부’를 꾸려 도청 농성을 벌이고 있다. 고 본부장은 연대투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제주도 민주노총 조합원 할 일 많다

고 본부장은 민주노총이 노동자들의 문제 뿐 아니라 지역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제주도는 신자유주의 실험지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라고 만든 것도 자본과 사람, 물류의 이동을 자유롭게 만들어서 그 안에서 이윤을 창출하겠다는 거죠. 그 과정에서 노동자 민중은 계속 착취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제주도에는 현안 문제가 많습니다.” 제주영리병원 도입과 해군기지 건설, 한라산 케이블 문제까지 늘 사건의 연속이다.

현안문제를 해결하는데 지역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 고 본부장의 생각이다.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 노조만이 할 수 있는 투쟁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 등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업도 꼭 필요한 일로 꼽는 것 중 하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상담사업도 많이 하고 있어요. 제주도에 워낙 제조업이 적기는 하지만 작은 공단들이 좀 있습니다. 그 노동자들도 금속노조로 가입하도록 하기 위한 사업도 열심히 해야죠.”

고 본부장은 4․3 항쟁을 단순히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바다 건너까지 자행되는 지금의 탄압에 맞선 투쟁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뜻을 담아 금속노동자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금속노동자들이 모다두렁 세상 확 바까불자”(금속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세상을 변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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