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가 원청회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경남 거제 대우조선 남문과 정문 사이에 있는 송전선 철탑에 오른 지 18일 현재 12일이 지났다. 고공농성 중인 강병재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아래 하노위) 의장은 18일 전화 통화에서 비정규직 노조 활동 보장과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강한 투쟁의지를 밝혔다.

강 의장은 “투쟁을 시작하니 현장이 변화하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 움직임이 진행 중이고 하청노동자들의 반응도 좋다. 공장 안 노동자들도 구호도 외쳐주고 손을 흔들어주면서 지지해주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강 의장은 “현장에 돌아갈 수 있을 때 내 발로 내려갈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죽어서 내려갈 작정을 했다”며 “노동탄압이 도를 넘었고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작은 것이라도 희망을 심어주는 성과를 가져가고 싶다”고 결의를 다졌다.

강 의장은 “교섭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힘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 교섭은 구걸이다”라며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나서서 집회나 문화제를 열어서라도 실질적으로 힘을 모아주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전국 노동자들의 연대를 호소하기도 했다.

▲ 지난 7일부터 대우조선 송전탐 고공농성에 돌입한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강병재의장
대우조선노동조합에 따르면 회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회사는 원직복직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철 노조 정책실장은  “노조 간부들이 24시간 송전탑 아래를 지키면서 물품을 올리고 무전기로 강 의장과 소통을 하고 있다”며 “21일에는 거제시민이 참여하는 결의대회와 농성을 진행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아래는 강병재 의장과의 전화인터뷰 전문이다.

* * * * * * * * * * *

고공농성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전 사회의 문제다. 대우조선도 비슷한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대우조선에는 사내하청 1만7천명, 자회사 비정규직이 1만2천명으로 2만9천명이 넘는 사내하청이 일하고 있다. 정규직은 노동조합이 있지만 정규직보다 더 많은 수가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결코 권리의식이 없어서가 아니다. 원청 자본이 교묘하게, 또 직접적으로 탄압하기 때문이다.

2008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아래 하노위)’를 만들고 하청 노동자 몇 명이 모여서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보이자 원청은 노골적인 탄압을 가했다. 2009년 업체를 위장폐업시키고 나를 해고했다. 지난 2년 동안 바깥에서 복직 투쟁을 하고 하청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사업을 했지만 현장과 떨어져있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현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주요하게 요구하는 바는 무엇인지

현장에 돌아가겠다는 것이 가장 크다. 하지만 그냥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업체를 폐업하고 해고한 직접 책임이 있는 원청이 대우조선으로 정규직화 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사내하청 제도 자체가 불법인 만큼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화 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 노조 결성의 자유 탄압 중단해야 한다. 업체 위장폐업 관련한 사과와 재발방지도 요구사안이다.

대우조선 내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과 마찬가지고 조선소를 비롯한 모든 제조업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우조선 안에서는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 사내하청 제도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대우조선 하청업체 사장이 무슨 권한이 있나. 매일 원청 회의 들어가서 지시 받은대로 사람 대주는 것 밖에 없다. 시설물이고 사무실까지 다 원청이 제공한다. 내가 해고된 것도 원청이 개입해서 진행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청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화 하라는 요구를 해야 한다. 현장에 돌아가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을 통해 요구해 나갈 것이다.

고공농성 이후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나는 살아있는 한 어떤 탄압이 있더라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와 같이 할거다. 그동안 조직화 사업을 해왔지만 워낙 탄압이 심하니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투쟁을 계기로 현장이 변하고 다시 살아나는 것이 보인다. 현장에서 정규직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정규직 활동가, 대우조선 노동조합도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 선전물도 내고 서서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에 올라오면서 핸드마이크를 가지고 왔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에 음악도 틀고 얘기를 한다. 여기서는 공장 안이 훤히 보이는데 공장 안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구호도 외치고 손도 흔들어주고 지지해주고 있다.

고공농성에 돌입한 지 12일이 지났다

바람이 많이 불지만 지내는 것은 괜찮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에서도 필요한 물품을 올려주고 있어서 지낼만 하다. 오히려 선전작업만 할 때는 현장과 단절된 느낌이었는데 투쟁하니까 변화되는 것이 보여 좋다. 하지만 회사도 쉽게 요구사항을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이번 투쟁을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 올라오면서 두 가지 각오를 했다. 내가 내 발로 이 철탑을 내려가는 것은 현장에 들어가는 길이고, 그렇기 않을 때는 죽어서 내려간다고 작정했다. 오히려 든든한 마음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번 투쟁은 결코 개인의 해고 투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섭이 성사되고 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힘이 동반돼야 한다. 그렇지 않은 교섭은 구걸일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연대와 결합이 필요하다. 금속노조, 민주노총이 이 앞에서 문화제나 집회를 열어서 많은 이들이 모여줬으면 좋겠다. 현장 하청노동자들도 나올 수 있다. 이곳은 외지라 그런지 많이 알려지지 않는 것 같다. 실질적으로 힘을 모을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부산 한진중공업 크레인에서도 3명의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런 상황이 내가 여기에 올라올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했다. 나는 신나도 가지고 올라왔다. 죽기를 각오했다. 지금 우리의 투쟁은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나라의 노동탄압은 이미 도를 넘어섰고, 정치권이나 사회단체로 투쟁의 장은 넓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노동자들은 더 죽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작은 것이라도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성과를 가져가고 싶다.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해고된 사람들이 참 많다. 하지만 해고 투쟁은 불쌍한 투쟁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공격적으로, 당당하게 해야 한다. 여기 올라와서 플랜카드를 두 개 걸었다. 하나는 ‘위장폐업 해고살인 차라리 죽여라’고 다른 하나는 ‘노동자의 삶이 자본가의 이윤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이다. 지금 현실에서 노동자의 삶, 생명은 자본가의 이윤보다 못하다. 이런 세상은 잘못된 세상이다. 노동자가 세상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역사는 다수의 노동자에 의해 변해왔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당당히 투쟁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