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올해 중앙교섭에서 2년 이상 지속돼 온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여기서 2년 이상 지속여부의 기준은 개별 노동자의 근속이 아니라 업무를 의미한다. 즉 공정이 2년 이상 지속된 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근속기간과 상관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얘기다.

요구안에 따르면 2년 미만 지속돼 온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해당 업무가 2년이 되는 순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이행 기간 동안 임금 및 처우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부합토록 하며, 고용상의 불이익이 없도록 했다. 또 정규직 전환 시에는 기존에 사용했던 직·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우선 대상으로 해야 한다.

현행법에는 2년 이상 기간제로 근무할 경우 정규직으로 간주하게 돼 있다. 더불어 사용자가 2년 이상 파견으로 노동자를 사용하면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 이상우 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은 이와 관련해 “관련법은 ‘2년 이상 근속’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 때문에 사용자들이 공정은 같은 데 2년마다 사람만 바꿔 일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다. 노조가 올해 비정규직 관련 요구에 근속 기간이 아닌 업무 지속 기간을 기준으로 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 이상우 노조 미조직비정규실장은“완성차 제조사를 포함,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안에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10만여명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공장 또는 공정이 최근에 새로 생긴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2년 이상 상시업무에 해당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 조립라인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신동준

노조는 지난해에도 중앙교섭에서 △사내 생산공정 및 상시업무에 대한 하도급을 금지하고 정규직 업무로 전환할 것 △불가피하게 한정적으로 하도급 운영이 필요할 시 노조와 사전합의하며, 직접계약에 한할 것 등을 사용자 측에 요구했었다. 그렇다면 지난해 요구안에 없었던 ‘2년 이상 지속된 업무’라는 조건이 올해 붙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실장은 “단순히 선언적인 요구를 넘어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출해 사용자를 압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기간제법, 파견법에 ‘2년’이라는 비정규직 사용 제한이 명시돼 있는 만큼 2년 이상 업무가 지속됐다면 상시업무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십수년간 생산공정에 비정규직을 써온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 제조사 소속 사내하청 노동자 대부분은 이 기준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또한 “완성차 제조사를 포함,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안에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10만여명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공장 또는 공정이 최근에 새로 생긴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2년 이상 상시업무에 해당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지난해 사용자 측은 금속노조 요구에 대해 ‘경영상황을 고려해 최소화 하도록 노력한다’거나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정규직 전환한다’ 수준의 최종안으로 제시했었다. 노조는 당시 현대차 불법파견을 인정한 대법판결까지 나온 마당에 사측의 제시안을 수용할 경우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노조가 오히려 인정해 버리는 꼴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요구안 자체를 철회한 바 있다.

이처럼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정규직화를 회피하고 있는 중앙교섭 참가 사용자들. 그리고 대법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불법을 시정하지 않고 있는 현대차. ‘2년 이상 지속된 업무’라는 조건을 걸고 단계적으로라도 정규직화를 실시하라는 노조의 요구에 사용자들이 올해는 어떤 답을 내 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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